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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30)] 상어 비늘 수영복의 비밀(하)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30)] 상어 비늘 수영복의 비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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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과열된 수영복 개발 경쟁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 발생했다. 로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대 이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1년전의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당연히 1등할 것이라 예상됐던 수영황제 ‘펠프스’를 이긴 사람은 독일의 ‘비더만 이었는데 올림픽 노메달에 그쳤던 메달권에서 거리가 먼 선수였다. 그런 그가 수영계의 레전드라 불리는 황제 펠프스를 제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레나의 ‘엑스 글라이드(X- Glide)’ 라는 전신 수영복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펠프스는 전년도에 입었던 반신 수영복을 그대로 입고 나왔었다. 수영계는 곧 충격에 빠졌다. 비더만 선수가 입었던 아레나의 엑스 글라이드는 전신 디자인일 뿐만 아니라 100% 폴리우레탄 소재로 된 수영복이었다. 합섬 원단에 포함되는 스판덱스는 20% 정도가 최대이다. 2009년, 결국 전신수영복은 ‘기술도핑’ 이라는 신조어를 남기며 수영계에서 영원히 퇴출됐다.

이 수영복의 비밀은 상어 비늘의 과학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풀 바디 형태의 수영복 디자인에 있다. 수영복 제조회사는 상어 비늘 표면을 늘리기 위해 전신수영복을 개발했지만 실제로 기록 단축에 기여했던 것은 상어 비늘 표면이 아니라 스판덱스 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되었다. 왜 스판덱스가 기록단축에 도움이 되었을까.

비밀은 표면적이다. 수영할 때 물과 마찰을 일으키는 피부의 표면 저항보다 근본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표면적의 크기이다. 동일한 파워일 때 물과 마찰을 일으키는 피부의 면적은 작을수록 속도에 유리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피부의 표면적을 줄일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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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코르셋을 생각하면 된다. 단백질 소재인 피부는 신축성이 매우 뛰어나다. 위장은 원래보다 10배 크기로 늘어날 수 있을 정도이다. 따라서 코르셋으로 몸을 압박하면 뚱보의 늘어진 배도 쑥 들어가게 할 정도로 피부 표면적이 극적으로 줄어든다. 코르셋을 입으면 허리가 최대 7인치까지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무려 20%가 넘게 피부가 수축된다는 말이다. 만약 코르셋을 전신으로 확대하면 어떻게 될까.

전신 수영복의 비밀은 코르셋처럼 강력하게 온몸을 압박하는 초강력 스판덱스 원단이다. 탄성이 클수록 압박이 커지고 압박 범위가 넓을수록 물과 접촉하는 표면적은 더욱 줄어들기 때문에 수영복 원단의 스판덱스 함량은 많을수록, 디자인은 신체를 가급적 많이 커버할수록 더 좋다. 결국 신기록을 위해 스판덱스 함량은 점점 늘어나다 급기야는 수영모처럼 아예 100%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수영복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수영복은 몸을 조여서 피부의 표면적을 무려 30% 가까이 줄일 수 있다. 수영복 디자인은 반바지에서 바디 수트에 이어 풀 바디 수트로 잠수복처럼 팔 전체는 물론 발목까지 감싸고 있다. 이런 형태의 수영복은 표면적을 줄여줄 뿐 아니라 몸 전체를 가느다란 유선형으로 바꾸어 마찰계수를 최소화 한다. 신기록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2016년, 뉴욕 주립대 스토니브룩 대학교(Stony Brook University)의 Sotiropoulos 교수는 MIT 연구진과 함께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실제로 상어 피부가 물과의 항력을 줄이는지 테스트했다. 그들이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상어의 비늘이 오히려 항력을 증가시킨다는 것이었다. 물과 공기는 같은 유체이지만 마찰에 의한 항력은 전혀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이 내린 결론이다.그들은 상어 피부보다 인간이 만든 수영복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했다. 대량으로 쏟아진 경이로운 수영 기록들이 상어 비늘 유체역학의 결과라고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과학기술에 근거한 작자의 독창적인 추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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