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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29)] 상어 비늘 수영복의 비밀(상)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29)] 상어 비늘 수영복의 비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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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ple의 비밀
골프공 표면에 있는 보조개인 딤플(Dimple)은 모양만 예쁜 게 아니라 비거리를 두배로 늘릴 수 있다. 움푹 파인 원형 패턴이 형상저항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가 공의 표면을 부드럽게 따라 흘러야 저항이 감소된다. 그러나 속도가 빨라지면 공기가 공의 표면을 따라 부드럽게 흐르는 대신 공의 중간쯤에서 방향이 바뀌어 공의 표면에서 멀어진다. 이처럼 뭉툭한 물체의 뒤에서 공기의 흐름이 바뀌면 그 부분의 압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 결과로 공의 앞면에는 높은 압력이, 뒷면에는 낮은 압력이 걸린다. 이것을 형상저항(Form Drag)이라고 한다. 공의 표면에 보조개를 만들면, 공의 앞 표면에서 난류가 발생하게 된다. 난류는 유체의 섞임을 활발하게 만들어 공기 흐름이 바뀌는 현상이 공의 뒷면에서만 일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낮은 압력이 걸리는 표면이 감소하여 공의 형상저항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상어 비늘과 유체역학
1980년, NASA연구원 M.J Walsh는 공기역학 실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상어 비늘의 돌기를 본뜬 V자 형태의 미소한 홈들이 비행기 표면에서 공기와 난류마찰저항을 크게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1982년 논문에 따르면 1mm 미만 높이를 갖는 다양한 V자 형태의 미세 표면구조가 공기와의 마찰저항을 8%나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iStock

상어 비늘로 비롯된 일종의 바이오미믹스 연구인 이 논문은 수영종목 스포츠 과학을 연구하는 팀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고 그들은 공기가 그런 것처럼 동일한 유체인 물에서 유사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는 곧 상어가 특유의 V자 형태 비늘을 이용해 물의 저항을 감소시켜 빠르게 유영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발전해 즉시 새로운 수영복의 연구개발로 이어졌다. 이른바 상어 비늘 수영복(Scaled swimming costume)의 탄생이다.

1998년, 호주 퍼스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서 참가자 400명 중 85%(338명)가 도레이와 미즈노가 개발한 신소재 ‘Speed®’로 만든 수영복을 사용했다. 스피드의 표면에는 발수 처리된 상어 비늘 모양 패턴이 인쇄되었다.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한편, 상어피부 소재는 수영선수들의 전통적인 수영복 디자인에 혁명을 가져왔다. 원래 수영복 원단의 텍스처 한 표면은 매끄러운 피부에 비해 물과의 마찰저항이 클 것으로 생각되어 기록을 요하는 선수들의 수영복은 몸을 가릴 정도의 최소 크기였다. 이전, 남자선수들의 수영복을 보면 아슬아슬할 정도이다. 

그런데 만약 상어 비늘 표면이 맨몸의 피부보다 오히려 마찰저항이 더 작다면 이제는 수영복으로 가급적 피부를 많이 덮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2000년대가 되면서 남자 선수들의 수영복 디자인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호주의 이언 소프가 입었던 반신 수영복은 스피도(Speedo)의 ‘패스트스킨(Fast Skin)’이라는 이름으로 상어피부를 본 딴 것이었다. 그와 비슷한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시드니 올림픽 메달의 80%를 가져갔다. 

이후 수영복은 점점 커지다 거의 전신으로 진화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47개의 금메달을 만들어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108개의 신기록을, 이듬해 열린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단 1년만에 무려 43개의 신기록을 쏟아내는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다음편에 계속
※이 글은 과학기술에 근거한 작자의 독창적인 추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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