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자연에 의존하는 아웃도어 업체들이 의도적으로 환경을 더럽히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름다운 산, 장엄한 숲, 깨끗한 눈과 강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며 제품을 광고하는 아웃도어 업체들이 과불화합물(PFCs)인 독성물질을 사용하며 전 세계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PFC는 흔히 말하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자연적으로 생성되지 않는 인공화합물이다. 잘 분해되지 않아 한번 유출되면 수백 년간 환경에 남아 자연과 인류의 건강을 위협한다. 몇몇 PFC는 체내로 들어와 암을 유발하고 호르몬 체계 악영향, 재생산 기능을 저하시킨다.
PFC는 물과 기름에 저항하는 특성 때문에 주로 등산용품 표면체리제로 사용된다. 미국에 이어 한국 아웃도어 시장이 세계 2위인 만큼 PFC 노출 위험 또한 크다. 얼마 전 대구 가톨릭대학교와 미국 뉴욕대가 한국, 미국, 이탈리아, 인도 등을 포함한 세계 9개 나라 중 12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벌인 혈중 PFOA 농도 조사에서 대구 시민에게서 가장 높은 양이 발견됐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외국의 3~30배 높은 수준이었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PFC 사용에 대한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또한 PFC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과 원단을 사용해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대체 물질은 왁스와 실리콘이 있으며 대체 원단으로는 파라핀을 사용한 Ecorepel, 폴리우레탄을 사용한 Purtex 등이 있다.
H&M, Kaikialla 같은 의류 업체들은 이미 이 원단을 사용해 일부 제품을 생산 중이다. 이 밖에도 퓨마,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은 PFC 사용 감소 목표 설정과 함께 변화의 선두에 나섰다. 그린피스는 올해 초부터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PFC 사용 중단을 목표로 디톡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목표 중 아시아 브랜드로 유일하게 블랙야크가 포함돼 있다.
PFC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 아니다. PFC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들은 이미 존재하며 연구 결과를 통해 이들의 효과도 입증됐다. 반면 국내 아웃도어 업체는 시장규모를 탓하며 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은 이 독성물질의 위험성을 투명하게 알리고 하루빨리 책임감 있는 대처로 독성물질 없는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들 또한 PFC 사용을 중단하기 위해 독성물질이 없는 제품을 찾고 요구해야 한다. 결국 환경이 보존되고 지켜져야, 우리 자신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