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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츠마마 왕종미 대표 - “페트병·폐어망 소재 가방, 지구에 다정하고 당신에게 아름답기를”
플리츠마마 왕종미 대표 - “페트병·폐어망 소재 가방, 지구에 다정하고 당신에게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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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 ‘이웃’ 열어
친환경 신소재 개발…상반기 상용화 목표

  앞장선 이들은 고달프다. 파도를 먼저 맞고 시행착오가 당연하며 노력만큼의 보상은 결코 보장되지 않는다. 지난 6년간 플리츠마마가 걸어온 길이 그랬다. 친환경이 지금처럼 트렌디하지 않던 시절, 플리츠마마가 제안하는 의식 있는 소비는 쉽게 진심을 의심받거나 냉소의 대상이 됐다. 험한 길이 계속됐지만 왕종미 대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에겐 지구를 위해 패션계가 변해야만 한다는 절박함과 변할 수 있으리란 믿음이 있었다. 결국 앞장선 이들이 길을 만든다. 플리츠마마는 폐자원 국산화, 폐어망 재활용, 제로 웨이스트 생산을 위한 3D 니팅 기법 등을 선보이며 친환경·지속가능성 패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냈다.

사진=민은주 기자
사진=민은주 기자

삼청동 고즈넉한 한옥에 브랜드 철학 담아
“사람을 귀하게 대하는, 오래된 동네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어요. 옛날집 구조를 그대로 살리며 새로운 쓰임새를 찾는 것도 플리츠마마의 철학과 잘 어울리고요.” 삼청동 아늑한 한옥에서 마주한 왕종미 대표는 ‘이 자리가 플리츠마마의 운명’이라며 활짝 웃었다. 성수부터 한남까지 이른바 ‘핫플’을 1년 6개월 동안 샅샅이 뒤져도 마음 가는 장소를 찾지 못하다가 이 자그마한 한옥을 만난 지 4개월 만에 플리츠마마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삼청동 고풍스러운 길목에 ‘이웃(EE:UT)’이라는 맞춤하게 다정한 이름을 달고. 

“고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팝업에 대한 제안도 많이 받았지만 플리츠마마와는 결이 잘 맞지 않았죠. 화려하게 반짝이다가 금방 사라지는 공간보단 오래오래 곁에 머물면서 추억과 이야기를 쌓아가는 장소를 바랐습니다.” 

지난해 말 문을 연 플리츠마마 플래그십 ‘이웃’은 정말 옆집에 마실 나온 느낌이 드는 공간이다. 햇살이 네모나게 고이는 한옥 정원에는 누구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툇마루가 있다. 플리츠마마가 직접 만든 어여쁜 방석에 앉으면 문승지 작가가 폐의류를 압축한 섬유패널로 만든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좌측에는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전시공간 ‘별당’이 마련돼 있고, 지하에는 브랜드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아랫방’이 있다. 브랜드의 철학이 집 한 채에 담뿍 담겨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복을 차려입은 젊은이부터 외국인 관광객,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들이 매일 100명 이상 ‘이웃’을 방문하고 있다.

친환경 신소재 개발·지속가능한 선순환 추구
아름다움과 지속가능성은 플리츠마마의 두 축이다. 폐자원의 국산화를 이룬 첫 브랜드로, 제주, 서울, 여수, 부산 등 지역별 폐페트병을 가방으로 업사이클링하는 ‘로컬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부산, 목포의 폐어망을 재활용한 나일론으로 플리츠백을 제작하며 해양 폐기물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웃’에는 각양각색 다채로운 가방은 물론, 그 재료가 되는 폐페트병, 폐어망도 전시되어 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거기 담긴 사연을 나누고 지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려는 의지다. 오랜 파트너 효성티앤씨와 함께 소재 개발에도 꾸준히 힘쓰고 있다. 폐페트병, 폐어망에 이어 현재는 올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플라스틱 아이스컵에서 원사를 추출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미끄러짐 방지를 위해 불순물을 섞은 아이스컵은 순수플라스틱에 비해 장섬유를 뽑아내기 어렵지만 그만큼 업사이클링의 가치가 높다. 

이처럼 친환경에 진심이건만, 아름다움이 먼저다. 왕종미 대표는 “무조건 예뻐야 된다”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친환경이란 설명 없이도 갖고 싶어야 합니다. 매력 없는 제품에 의미만 부여하는 친환경 마케팅은 되레 소비자의 거부감을 삽니다.” 지금도 플리츠마마의 제품들은 모두 왕종미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다. 종이접기를 연상시키는 볼백, 독특한 짜임의 보우백, 조개를 닮은 머메이드백 등 개성 넘치는 제품들이 모두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왕종미 대표에게 지속가능성은 마케팅 용어가 아니다. 단순한 재활용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버려진 것을 아름답게 만들어 새로운 쓰임을 찾고 오랫동안 가치 있게 사용하는 선순환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홀 가먼트 공법을 사용하고, 끊임없이 친환경 소재 개발에 매진하며, 헤지거나 신축성이 떨어진 제품을 평생 무료로 수선해준다. 언젠가는 싫증 난 가방을 수거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만드는 것이 목표다. 플리츠마마는 그렇게 자신만의 지속가능한 길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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