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삼상 작가 “액자 속 그림 끄집어내 실생활 적용”
“그림 그리는 분들이 많이 관람했고,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은 기회가 됐다”면서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텍스타일 디자이너 구삼상 작가의 말이다. “순수 회화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셨는데, 그들은 ‘생각지도 못한 분야다. 종이에 그려서 액자에만 넣을 줄 알았지 끄집어내는 아이디어가 필요해진다. 이제부터 그림은 액자가 아닌 실생활에 다양하게 적용해나가는 것을 배워야 겠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고 밝혔다.
구삼상 작가는 텍스타일 디자인 분야 사업을 하고, 실패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림그리기에 대한 열정은 버릴 수가 없었다. 이제, 세월의 흔적을 지을 수도 없는 나이가 됐지만,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또다시 붓을 든다. 텍스타일 디자인은 그동안 대량생산을 위해 태어났지만, 구삼상 작가가 그리는 그림은 하나뿐이다. 전시장 관람객 중에는 작품원단을 그대로 구매해간 사람도 많다. 유일한 디자인은 고부가 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원자재로도 쓰인다.
구삼상 작가는 “대량생산만이 답은 아니다. 미국 모 디자인 작품은 1야드 그림 원단이 1000만~1500만 원대로 거래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내가 그린그림이 그런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어디서나 빛이 되기만은 기대해 본다”고 말한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그림은 다양하다. 실크한복에 적용하고, 이불에는 광목 위에 그렸다. 종이는 하나도 없다. 천위에 그린 것들이다. 린넨 원단에는 소나무를 앉혔다. 그림의 주제는 우리나라의 4계절 속에서 돋아나는 꽃이나 나무 등 자연에서 찾는다. 2층 전시장도 꾸몄지만 미처 전시장에 오지도 못한 그림들도 많다. 개인전은 처음이다. 지방에서 가끔 제자들의 요청에 의해 몇 번 진행하기도 했다.
미술관을 찾지 못한 섬유패션업계 많은 전문가 분들을 초대하고도 싶다. 스타트 업 디자이너, 혹은 중견 의류 디자이너들과 함께 콜라보 상품전을 기획해보는 것도 생각중이다. 폴리에스터 실크 인견 면 등 의류에 사용하는 모든 원단은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전은 대구 경북 청도에서 천연염색을 하는 전문가들이 찾았다. 알게 모르게 인연이 닿아 제자로 사업가로 참관했다. 권애경 예손에이케이 대표는 “천연염색 의류는 전통 개량한복 디자인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많이 바꼈다”면서 “다양하게 디자인된 상품이 대학생도 입는다. 과거와 상당히 다르다. 심지어 트렌드 리더로 떠오른 젊은 MZ세대도 찾는다”고 토로한다.
구삼상 핸드페인팅 개인전에는 천연염색 전문가들 발길을 끌어 모으며 호응을 얻었다. 평생 개인전은 처음 연다는 구상삼 대표는 “핸드페인팅 기법으로 우리나라 산천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이름 없는 꽃에서부터 소나무 각종 나무들의 줄기 잎으로 장식한 수채화 느낌의 그림을 적용시켜 낸 작품들이다”고 설명했다.
광폭 침대이불에는 자수와 감물 염색 후 발색하고 오베자로 마무리,그 위에 핸드페인팅으로 재가공한 작품이다. 쪽염 소나무 작품은 커튼이나 벽걸이용으로, 설송 작품은 광목 천 위에 눈 내리는 그림이다. 커다란 소나무의 풍경은 신비함과 화이트 덧칠에서는 포근함마저 선사한다.
인견 감물 염색 후 핸드페인팅 한 인견이불, 무명천에 천연염색을 한 손가방, 모시에 핸드페인팅 하고, 여름 블라우스와 인견 자카드 치마가 고급스럽다. 개인전 소회로 구삼상 작가는 “앞으로만 걷다가 문득 자신을 되돌아보며, 마음은 언제나 청춘임을 자신했으나 이미 초로라는 것을 안다. 삶 깊이 간직한 붓을 가슴에 품는다”고 토로했다.
꽃이 만개한 봄을 기다리며 아직은 초봄 같은 어설픈 작업이지만 만개한 정원을 거닐어 본다. 구삼상 작가는 경기도 포천 광릉네 수목원 인근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부산스튜디오와 SNS 등 핸드페인팅 지도 교수를 맡아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