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남성복 브랜드가 유의미한 성과를 낸다. 본지는 신성통상과 SG세계물산, 신원의 남성복 시장 변화 추이와 성과를 조명한다. 3개 기업은 수트 중심 상품에서 벗어나 캐주얼 아이템을 확장했다. 특히 3곳 상품 구성부터 모델 선정까지 모두 여성 고객 니즈를 고려했다. 남편이나 아들 등의 옷을 구매하는 고객 70%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3사는 오프라인 한계를 벗어나 온라인 확장으로 성과를 냈고 색다른 콜라보로 MZ세대 유입을 늘렸다. <편집자주>
■신원 ‘지이크·파렌하이트’
고급화 수트로 수익과 브랜드 가치 얻어
파렌하이트, 캐주얼 강화가 신장 주도
신원 남성복은 2030 남성을 메인 타겟으로 전개한다. 전년 대비 지이크와 파렌하이트는 각각 27%, 24% 신장했다. 지이크는 100% 백화점과 아울렛을 통해 유통하고 파렌하이트는 백화점, 아울렛, 가두상권을 운영한다. 두 브랜드 모두 정장 위주이지만 코로나로 재택 근무가 활성화되며 원마일웨어 트렌드에 따라 캐주얼이 확장세다. 작년에 지이크에서 성낙진 작가와 진행한 위트있는 콜라보가 인기를 끌었다.
지이크는 지난해 꾸준히 퀄리티를 업그레이드한 수트가 매출을 견인했다. 많은 남성복 업체가 수트량을 엄청나게 줄이고 있고 퀄리티가 떨어지는 폴리나 레이온 비율을 높인 저렴한 수트를 늘렸다. 하지만 지이크는 울100 수입 원단 수트를 전체 상품의 65% 이상으로 구성했다. 또 제냐 등 명품 수트를 분해해 부자재나 봉제를 파악해서 지이크 정장에 적용하고 있다.
지이크 정진영 사업부장은 “봉제와 부자재, 소재 어느 면에서도 갤럭시 등 포멀 제품에 뒤쳐지지 않는다. 100만원짜리 컨템 수트 제품과 지이크의 70만원짜리 수트 제품을 품질로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바이어들의 현장 의견을 들을 정도다”라고 전했다. 또, “지이크는 원가를 절감하는 것 보다 고급화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할인율에서 방어해 완성도 있는 제품으로 승부한다”고 밝혔다.
지이크는 수트 고급화 전략을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했다. 21FW 시즌 예복 수요가 늘면서 수트를 전개하는 곳이 적어져 수트 판매로 이익률이 높아지고 반사 이익을 얻었다. 또 지이크는 올해 수트 고급화 전략을 유지해 퀄리티를 높이고 캐주얼 다양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파렌하이트는 전년에 하반기 캐주얼 아이템을 강화하며 신장을 주도했다. 경량 아우터, 캐시혼방 니트 및 셋업 상품에 물량을 집중했다. 가성비 높은 캐주얼 아이템으로 온라인 상품을 구성했다. 파렌하이트 유주희 사업부장은 “다소 상품에 한계적이었던 포멀 구성에서 캐주얼 상품 보강을 통해 온·오프에서 새로운 고객을 유입시키며 볼륨을 확대했다. 올해도 캐주얼 상품군 확대로 백화점 및 쇼핑몰 등 다양한 유통채널 확대를 통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렌하이트는 원래 지이크의 서브 브랜드였으나 2019년 초에 리뉴얼하며 새 브랜드 콘셉트로 분리됐다. 작년에 지이크는 ‘너를 닮은 사람’ 주연을 맡은 김재영을 모델로 쓰고 파렌하이트는 이수혁을 모델로 쓰면서 공격적 스타마케팅으로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또, 지이크는 작년에 편집숍이자 프리미엄 라인인 ‘더에스(THE S)’를 신세계 대전점과 아라리오점에 오픈해 오프라인에서만 전개하고 있다. 작년 4월부터 ‘베이지이크(BASIEG)’로 20대를 메인 타겟으로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론칭했다. 올해는 재생 가능 섬유를 활용한 제품군을 더 확대해 친환경 브랜딩을 강화할 예정이다.
신원 홍보팀 송기오 주임은 “자사 브랜드와 편집숍 형태로 이뤄진 신원그룹 공식 패션몰 ‘쑈윈도’는 올해 온라인 MD 등을 영입하며 성장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전년에 온라인 외부몰 매출 및 쑈윈도 월간 사용자 수 증가로 온라인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올해는 이커머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울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신성통상 ‘지오지아·앤드지·에디션·올젠’
10~20% 급성장 매출 3730억원
데이터 분석으로 소비자 트렌드 반영
신성통상은 작년에 남성복으로 약 373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두각을 보이며 성장했다. 4 개(지오지아, 앤드지, 에디션, 올젠) 브랜드 모두 매출이 15~20%대로 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지오지아는 약 1250억원, 올젠은 약 1150억원, 앤드지는 약 900억원, 에디션은 약 430억원 정도 매출을 견인했다. 신성통상 남성복은 2019년부터 코로나로 패션 업계 전체가 위기였을 때도 매년 10~15%씩 성장을 거듭해왔다.
신성통상은 코로나 시대에 맞는 소비자 트렌드 파악에 힘썼다. 작년에는 캐주얼 위주 베이직 상품이 잘 팔렸고 워셔블하고 관리가 용이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일례로, 자체 소싱으로 원단을 개발하고 스웨터는 겨울에만 입는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시원하고 가벼우며 세탁이 용이한 ‘워셔블 스웨터’가 여름에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코로나 시대에 맞는 편안하고 일상에 제약이 없는 옷의 수요도 늘었다. 이에 신성통상은 히든 밴딩, 풀 밴딩이 들어간 밴딩 팬츠와 같은 아이템으로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시그니처 구스코트는 다운과 코트의 장점을 합친 아이템으로 보온성과 비즈니스 캐주얼 느낌을 동시에 잡아 직장인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출시 3년 만에 누적판매 10만장을 돌파했다.
데이터 분석에 따른 전략이 유효했다. 신성통상 측은 “고객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여성 비율이 70%에 이른다. 구매 결정 또한 여성이 관여하는 부분이 크다. 모델 선정시에도 반드시 여성 소비자 선호조사를 내·외부에서 거친다”고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지오지아는 재작년부터 유니섹스 아이템을 전개하고 있으며 올해는 여성 라인 런칭을 통한 타겟 흡수 및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신성통상은 2040 남성을 주요 타겟으로 한다. 지오지아, 앤드지·에디션, 올젠 순으로 주요 타겟층 연령대가 높아진다. 그럼에도 전체적 타겟 나이대는 더 젊어지도록 노력한다. 오프라인에서는 체험과 경험적 요소를 더한 콜라보샵을 구성해 MZ세대의 이목을 끌었다. 앤드지가 작년에 파르나스몰에서 선보인 티 스테이션이 그 예다.
신성통상은 작년에 영업이나 판촉이 어려웠던 코로나19 시기임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꾸준히 늘려나갔다. 이와 동시에 온라인 유통을 확장하면서 염태순 회장의 ‘위기가 기회다’라는 모토 아래 남들이 후퇴할 때 전진하며 어려운 남성복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 인터뷰 | SG세계물산 ‘바쏘·바쏘 옴므’ 최창용 남성복사업본부 본부장
해외 소싱 강점 활용 11년째 흑자 유지
점별 기획·바이어 참여 상품 적중률 극대화
최창용 남성복사업본부 본부장은 SG세계물산 남성복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20년 본부장으로 승진 후 최 본부장은 매주 주말마다 바쏘, 바쏘 옴므의 3~4군데 매장을 돌며 점주들과 판매 현황을 살펴보고 타사 인기상품 동향을 조사한다. 또 바이어와 점포 매출 구상과 관련해 소통한다. 본사 직원들과 회의 때 실제 현장에서 어떤 제품이 잘 나가는지 공유하며 전략을 짜고 상품을 기획해 만들 수 있도록 자극을 준다. 온라인에서 잘 나가는 브랜드 대표와 마케팅 전문가들과 만나 트렌드와 전략에 촉을 세운다.
-SG세계물산 남성복 상황은.
SG세계물산 남성복은 11년째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전년에는 남성복으로 연 650억원 매출을 달성하며 17.1% 신장했다. 그 원동력은 상품 적중률, 해외 소싱 강점 활용에 있다. 점별 기획에 매니저와 바이어가 참여하는 것이 상품 적중률을 높인다. 6~9개월 정도 후를 목표로 바이어(유통사), 본사(사업본부), 점주(매니저)가 같이 기획을 통해 물량을 확보해 지난해 매출을 증진시켰다. 점별 단독 기획 상품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직접 판매하고 유통하는 당사자들을 상품 기획에 참여시킴으로써 실제 상품이 판매되는 적중률을 극대화하고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이를 위해 매주 주말마다 현장 분위기를 읽고 점주들과 소통하기 위해 바쏘와 바쏘옴므 매장을 방문한다. 유통사는 잘 나가는 컬러나 소재에 관해 의견을 내고 매니저는 팔 수 있는 자신 있는 제품을 선택한다. 물량은 해외 소싱을 통해 합리적 가격대로 구성해 충분하게 들어온다. 물량은 곧 매출과 비례하기 때문에 물량을 맞춰주려고 미리 기획하는 것이다. 전체의 60~70%는 방글라데시에서 생산하고 있고 이미 5~6년째 해외 소싱으로 안정적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재고는 SG세계물산 본사가 책임지기 때문에 시너지를 바탕으로 점별 단독 기획 상품은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완판을 이어가고 있다. 점별 단독 기획 상품은 전년 처음 시작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단독 점별 기획 상품 중 잘 된 예시는.
“현대 가산점에서는 전년에 본사, 매니저, 유통사(바이어)가 머리를 맞대 티셔츠 점별 단독 기획을 했다. 우선 요즘 젊은 층은 실루엣이 사는 짱짱한 원단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하고 소재나 컬러, 아이템은 매니저와 바이어가 고를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줬다. 결과로 경량 티셔츠를 7000장 기획했고 해당 제품은 완판됐다. 중국 원사와 해외(베트남, 방글라데시) 봉제로 합리적 가격대로 구성했다. 또 동대문 현대점은 코트를 20만원 후반대의 가격으로 해야 잘 팔린다는 매니저와 바이어 의견을 반영했다. 본사의 해외 소싱력을 활용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단독 기획 상품을 구성했고 역시 500장 모두 완판했다. 내년에는 점별 단독 기획 아이템을 더 확대할 예정이다.”
-MZ세대 공략 방법은.
“올해부터는 펜싱 선수 김준호와 연간 계약을 맺고 새롭게 화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좀 더 대중 친화적이고 젊은 층(MZ세대)이 선호하는 모델로 선정했다. 바쏘 옴므는 전년에 무궁화 비누와 콜라보한 티셔츠, 슬리퍼 등 한정 판매 제품이 완판됐다. 재미있는 상품을 찾는 MZ세대 ‘펀슈머’들에게 어필하고자 올해도 S/S 시즌에 또 다른 콜라보를 진행할 예정이다.”
-남성복 시장 전반적 흐름은.
남성복 수트 중심 시장은 축소하고 캐주얼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기능성이 있고 관리가 용이한 제품들이 출시되면 인기가 높다. 다운형 코트나 밴딩 팬츠 같이 실용적이고 캐주얼하면서도 어느 정도 포멀함도 같이 가지는 제품 개발이 중요해지고 있다. 온라인 시장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SG세계물산의 경우 자사몰은 없지만 온라인 매출이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