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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1주년 캐주얼 특집] 위기의 내셔널 캐주얼, 변해야 산다
[창간 31주년 캐주얼 특집] 위기의 내셔널 캐주얼,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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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캐주얼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아웃도어와 스포츠 브랜드들의 캐주얼라이징이 가속화되고 있고 SPA 브랜드들의 시장 잠식도 빨라져 일반 캐주얼 브랜드들의 입지는 위협받고 있다.

업계는 “국내 브랜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최근 유명 글로벌 브랜드들이 국내 진출 러시를 이루면서 내셔널 브랜드들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불규칙한 날씨 변화가 이어지면서 업체들이 제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했다. 또 경기 불황으로 소비 위축까지 겹치며 매출이 부진한 곳들이 많았다. 유통망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캐주얼 브랜드들은 재도약을 꿈꾸며 올 하반기부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 캐주얼라이징… ‘아이템 경쟁’ 시대

그동안 치열한 경쟁 속에서 꿋꿋하게 버티던 국내 캐주얼 브랜드들은 올해 유난히 휘청거리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유통망 확충의 어려움과 더불어 이상기후, 경기불황 등 많은 악재들이 겹쳤기 때문. 또 레저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급팽창한 아웃도어뿐 아니라 스포츠, 여성복, 남성복 등 전 복종에 걸쳐 캐주얼라이징이 확산돼 캐주얼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소비자들의 소비 및 패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면서 “일상과 레저를 넘나드는 아이템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캐주얼라이징’이 패션 업계 전반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카파’ 김원서 이사는 “복종 간 경계가 사라지면서 브랜드가 아닌 ‘아이템 경쟁’ 시대가 됐다”면서 “여러 스타일을 늘리는 것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력 제품을 만드는 것이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말했다.

SPA 브랜드 중 독보적인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유니클로’는 ‘히트텍’, ‘후리스’, ‘UT’ 등 주력 제품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 케이스다. 이 브랜드는 올해 국내 매출 5000억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2014년까지 매출 1조 원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유니클로’ 안성수 대표는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자해 더 좋은 기능성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나라도 철저하게 연구해 제품을 시장에 선보인다”면서 “대표 아이템인 ‘히트텍’도 15년 전부터 출시됐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보완해 온 덕분에 몇 년 전부터 좋은 반응을 얻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 브랜드 노후화도 한

국내 제도권 캐주얼 브랜드들은 런칭 때부터 10대 후반~20대 중반, 넓게는 30대 초반까지를 타겟층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익히 알려진 브랜드들은 1990년대~2000년 초반에 런칭돼 ‘올드(old)’한 이미지로 각인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가고 있다.

‘옴파로스’ 수원남문점 이주용 사장은 “런칭 당시 10대 후반이었던 고객들이 지금은 30대가 됐다. 그들과 함께 브랜드도 나이를 먹어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타겟층은 지금 10대 후반~20대 초중반으로 설정됐지만 우리 브랜드를 인지하고 있는 30대~40대가 아이들 옷과 함께 제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또 “브랜드 노후화로 타겟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은 나오지 않고 있다. 트렌드를 읽지 못한 일률적인 상품 구성이 젊은층에게 어필되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NII’ 배은경 차장은 “예전 이지 캐주얼 이미지로 아직까지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런칭 초기의 고객층이 노령화되면서 대학생 고객이 사라지고 10대나 30~40대로 고객이 양분화됐다”고 설명했다.

■ SPA 전성기…고객 이탈 가속화

5~6년 전부터 해외 SPA 브랜드들이 국내 패션 시장에 가세하면서 시장 흐름은 ‘패스트 패션’으로 전환됐다. 일반 브랜드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트렌디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한 해외 SPA 브랜드들은 ‘빠른 소비’를 이끌며 국내 시장에 일찍 안착했다. 또 명동, 강남 등 초대형 상권을 중심으로 대형 매장들을 오픈, 점당 높은 효율을 보이며 국내 브랜드의 설 자리를 밀어내고 있다.

임주희(대학생, 23세) 씨는 “아우터같이 오래 입을 수 있는 옷들은 백화점에서 사지만 티셔츠 같은 이너류는 SPA 매장이나 동대문에서 주로 구매한다”며 “브랜드 옷은 사이즈 구성이 다양하지 않고 핏도 어정쩡해 구매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또 “또래 친구들을 봐도 트렌드에 맞고 32~42까지 사이즈가 다양한 SPA 제품을 주로 선호한다. 소재나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한 시즌 입고 버린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젊은 고객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백화점들은 10여 개의 내셔널 브랜드가 들어설 자리에 ‘자라’, ‘유니클로’, ‘H&M’ 등 SPA 브랜드들에게 대형 매장을 할애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내셔널 브랜드들은 점차 백화점에서 퇴출되면서 서서히 자리를 잠식당했다. 백화점들은 왜 국내 브랜드 대신 SPA 브랜드를 선택을 하게 됐을까.

롯데백화점 영패션 권혁신 CMD는 “글로벌 SPA, 온라인 쇼핑, 해외브랜드 병행수입 등으로 기존 고객층이 이동했기 때문”이라며 “백화점들도 빠져나간 젊은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브랜드를 입점 시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시장 변화는 빨라졌지만 국내 브랜드들의 대응 속도는 늦다”면서 “하반기에는 SPA 브랜드처럼 스팟 생산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업체들은 SPA 브랜드를 잇따라 런칭하면서 백화점과 고객이 원하는 흐름을 맞추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스파이시칼라’ 김해련 대표는 “SPA 브랜드는 스마트함과 다양성을 담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안한 새로운 패션 패러다임이다”면서 “앞으로 컬쳐를 담은 SPA 브랜드들로 한 단계 진화해 나갈 것으로 보이며 브랜드를 어떻게 펼쳐갈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프로슈머 등장, 똑똑해진 소비자

온라인 쇼핑이 발전하고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수동적으로 의류 구매를 하지 않게 됐다. 이들은 실시간 검색을 통해 가격을 비교하고 상품 정보를 알아보며 패션 유통의 흐름을 알게 됐다. 또 의류 생산과 소비를 병행하는 ‘프로슈머(Prosumer)’들도 급격히 증가하며 패션 트렌드를 이끌어가게 됐다.

‘스파이시칼라’ 이민호 이사는 “기존에는 브랜드에서 기획자들이 시장을 좌지우지했다면 이제는 프로슈머들이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다”며 “브랜드들과 달리 가격 거품을 없애 자신의 철학을 담은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브랜드들은 마케팅으로 제품을 어필하려고 하지만 더 이상 소비자들이 현혹되지 않는다. 가치 생산을 이루지 못한 기존 제도권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백화점에 입점된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기보다 온라인과 길거리의 컨셉츄얼(conceptual)한 매장들을 찾아 나서게 됐다.

유희주(대학생, 23세) 씨는 “백화점에 가면 옷들이 베이직하고 일률적인 의상에 디자인만 조금 덧붙여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잘 안 사게 된다”면서 “에이랜드나 SPA 브랜드에 비해 트렌드에 뒤처지는 옷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요즘 마른 사람들이 많아 쇼핑몰이나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이들을 위한 사이즈가 나온다. 하지만 국내 브랜드들은 55, 66, 77사이즈로 한정된 제품들 밖에 없다. 핏도 안맞고 어정쩡해 보여 사고 싶은 마음이 안생긴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 같은 젊은층들의 수요에 맞춰 백화점들은 디자이너 브랜드나 비제도권 브랜드들을 적극 찾아 나서고 있다. 또 편집샵 형식의 매장 구성과 인기 있는 스트릿 패션 브랜드 매장을 입점 시키면서 기존 국내 제도권 브랜드들의 자리를 대체시키고 있다.

‘클라이드앤’은 “올 하반기에 편집샵, 셀렉샵으로 백화점 MD가 많이 개편될 것”이라며 “브랜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브랜드들은 초기 컨셉을 유지하지 못하고 잘 나가는 아이템들을 약간 변형시켜 주력 상품으로 판매한다.

야상 아이템이나 피케 티셔츠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면서 “매장마다 브랜드만 다른 똑같은 제품이 걸려있기 일수다”며 일침을 놓았다. 또 “브랜드 고유의 특색이 없어지면서 백화점들도 신규 브랜드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캐주얼 업체 관계자는 “고객들을 다른 시장으로 뺏겨버린 것은 국내 업체들이 백화점에 치중한 기획을 펼쳐 상품들이 획일화됐기 때문”이라며 “매출 좋은 아이템들을 여러번 리오더를 통해 끊임없이 출시한 것도 한 요인이다.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내고 싶어하는 소비층들은 흔한 제품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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