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무조건 흉내내기는 기존 고객층에 대한 배신 인식해야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BI(브랜드 아이덴티티)작업이 줄을 잇는 지금 “무턱대고 덤볐다간 본전도 못 찾는다”는 업계인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기봉 옴파로스 사업팀 부장은 “올드 브랜드 중 상당수가 기존 세대와 새로운 세대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타개책으로 BI를 히든 카드로 꺼내든다”며 “그러나 밑져야 본전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건드렸다간 낭패”라고 밝혔다.
김 부장은 “BI작업이 실패할 경우 젊은 고객 확보 실패는 물론 기존의 고객층까지 잃어버리게 된다”며 “서툴게 젊은 브랜드로 회귀하려다 본연의 정체성까지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는 “옴파로스 역시 4년전 20대 초반을 겨냥해 변신을 시도했지만 성공적이라 할 수는 없었다”면서 “메인에서 물러나는 노후화 브랜드가 많은 중저가 캐주얼 시장과 에이지 타겟 하향세가 두드러지는 남성복 시장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 제스퍼(대표 정대헌)의 고영대 본부장도 “브랜드의 이미지를 바꾸려면 이후 수정될 사업 전개 노선까지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 본부장은 “클래식 정장을 지향하던 브랜드가 캐릭터 캐주얼로 전향하는 모습이 업계의 전반적 흐름으로 인식될 만큼 흔해졌다”면서 “그러나 캐릭터 캐주얼 시장이 활기를 띤다고 해서 수년이상 지켜왔던 자신의 존을 이탈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 캐주얼 디자인이 겉으로는 접근이 용이해 보일지 모르나 그만큼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도 드물다”며 “별다른 준비없이 지금 잘 되는 분야라고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간 흉내내기 수준에서 머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1년 정도의 짧은 시간내에 승부를 보려는 업체가 있다면 말리고 싶다”며 “캐릭터 캐주얼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장시간의 노력과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독FnC(대표 이창훈)도 “기존 고객층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규석 한독FnC 차장은 “한독FnC 역시 트렌드에 맞춰 사이드 벤트나 핏 디자인 등에 젊은 감각을 가미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에이지 타겟을 무모하게 낮춘다거나 기존의 정체성을 무리하게 손 대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차장은 “다음 주 공개하는 브랜드 이노베이션의 전반적 내용 역시 30~40대의 주고객 배려를 전제하고 있다”며 “젊은 고객과 기존 고객 사이에서 뛰어난 만족도 밸런스 실현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또한 “젊은 감성을 도입한다는 것은 새로운 고객을 맞이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이 원하던 신감각을 함께 충족시키는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몸매 관리에 신경쓰는 40대 이상의 기존 고객들이 늘고 있는 것처럼 브랜드사 역시 그들에게 소홀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배려는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40세가 넘어갈 경우 자신의 나이보다 10세 가량 젊게 보이려 하는 것이 일반적인 고객들의 마인드 에이지”라며 “BI를 추구하면서도 자신들을 외면하지 않고 수용하려는 브랜드로 인지될 경우 의외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