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가 에르메스 가죽제품 제작과정의 잔혹성을 폭로하고 인도주의적 경영을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에르메스 버킨백 한 개를 제작하는데 3~4마리의 악어가 산채로 목숨을 잃는다. 도살한 악어가죽을 사용한 버킨백의 원가는 140만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에르메스는 이를 약 160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에르메스 매장 앞에서 시위 겸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에르메스가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의 성장세는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인도적이고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이미지 전환을 위해 동물 가죽을 이용한 상품 생산의 중단을 잇달아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에르메스의 매출 증가는 오히려 더더욱 논란의 중심이 될 것이란 의미다.
실제로 샤넬, 빅토리아 베컴, 멀베리, 칼 라거펠트, 비비안 웨스트우드, 토미 힐피거와 같은 주요 브랜드들이 악어를 비롯한 야생 동물의 피부를 제품에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했거나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인도적이며 지속 가능한 패션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단체는 “에르메스는 호주 등지에서 새로운 악어 사육 농장을 대규모로 조성하는 등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에르메스의 성장세는 타 브랜드들의 동물 가죽 이용을 포기하는 추세에서 비롯된 반사 이익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에르메스는 핸드백, 지갑, 부츠 등의 제품을 만들 때, 스크래치가 없고 피부조직이 고른 악어의 가죽만을 사용한다. 이에 핸드백을 만들기 위해서는 악어 3-4마리의 가죽이 사용되며, 재킷에는 악어 6마리의 가죽이 필요하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여러 차례 잠입 조사와 내부 고발자들의 폭로를 바탕으로 에르메스가 가죽 핸드백을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단체에 따르면 악어들은 입이 테이프로 감기고, 두 손과 두 발을 뒤로 묶인 채 운반돼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진다.
살아있는 악어의 코를 잡아 누른 후, 머리 뒤통수 부분을 자르고 칼을 밀어 넣어 척추를 꼬리 밑까지 쭉 밀어 내린 다음, 생가죽을 벗긴다. 목이 반 이상 잘려 나간 채로, 철제 작업 테이블 위에서 몸부림치는 악어의 목에서는 선홍색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악어는 피부 손상 없이 최상의 가죽을 얻기 위해 움직임이 극도로 제한되는 작은 감금틀 안에서 사육되며 도살 직전 전기 볼트 건을 머리에 쏜 후 척추의 척수를 절단하고, 뇌를 쇠꼬챙이나 칼 등으로 쑤셔 잔혹하게 살해된다. 보호단체는 “여전히 의식이 선명하게 남아 장시간 신체의 일부가 움직이는 모습이 내부 고발자들에 의해 폭로된 바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6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상에서 가장 탐나는 핸드백의 미친 경제학’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에르메스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검은색 기본 버킨백25는 매장에서 1만 1400달러(약 1600만 원, 세 전)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 가방의 원가가 1000달러(약 140만 원)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에르메스가 야생동물에 대한 착취와 야생동물의 모든 거래를 종식하고 동물을 이용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킬 것”을 촉구하며 “에르메스가 인도적이고 지속가능한 패션 산업의 리더로 전향하고 모든 악어 농장 경영을 멈출 때까지 시위 및 기자회견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