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로 명품 수요가 감소하며 럭셔리기업 소유자들의 재산도 함께 줄었다. 최근 LVMH 창립자 베르나르 아르노가 블룸버그 억만장자 리스트 1위 자리에서 밀려났고, 로레알 상속녀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는 이번 달 초 미국 소매업체 월마트 창립자 가문의 일원인 앨리스 월튼에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자리를 잠시 내주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럭셔리 시장에서 부를 축적한 억만장자 6명의 재산은 지난 16일 기준으로 올해 4%, 약 170억 달러(약 24조 원) 감소했다. 이는 500명의 부유층 순위에 포함된 나머지 사람들의 재산이 13%, 즉 1조 달러가 증가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두 그룹 간의 격차는 2022년 5월 이후 가장 크다.
특히 베탕쿠르 메이예, 아르노, 그리고 케링 설립자 프랑수아 피노, 이 럭셔리 기업 억만장자 3인조가 지휘하는 프랑스 회사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이후 혼란에 빠진 자국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타격을 입었다.
아르노의 재산은 2001억 달러로 지난해 74억 달러가 줄어들며 지금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와 제프 제조스 아마존 설립자의 재산에 뒤처진 상태다. 그가 30년 넘게 75개 브랜드의 거대 기업으로 키운 LVMH는 지난 1분기 패션 및 가죽 제품 매출 성장이 현저히 둔화됐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전체가 실적이 감소했다.
중국에 대한 암울한 전망은 지난 12월에 1000억 달러를 가진 최초의 여성이 됐던 베탕쿠르 메이예의 재산을 약 910억 달러로 줄어들게 했다. 이솝, 랑콤, 입생로랑 같은 고급 뷰티 브랜드를 보유한 로레알의 니콜라스 이에로니무스 CEO는 지난 6월 말 전세계 화장품 시장의 성장 전망을 4.5~5%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프랑수와 피노의 재산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중국의 경기 침체와 프랑스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구찌 등 케링이 보유한 브랜드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며 피노의 재산은 지난 3년 동안 절반이 줄어든 280억 달러에 그쳤다. 같은 기간 샤넬을 소유한 베르타이머 형제와 리치몬드 그룹의 요한 루퍼트 등의 재산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