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가 5년 만에 샤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그만둔다. 후임으로는 니콜라 제스키에르·에디 슬리먼 등이 거론되고 있다.
1987년 샤넬에 인턴으로 입사한 비아르는 36년 간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온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높은 신임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2019년 라거펠트 사망 후 후임으로 임명된 비아르는 지난 5년간 샤넬의 괄목할만한 상업적 성공을 이끌었다.
샤넬의 지난해 매출은 197억 달러(약 27조 2057억 원)로 전년 대비 16%, 2018년 대비 75% 증가했다. 다만 매출 증가 원인의 절반은 제품 가격 인상에서 기인했다. 일례로 샤넬 대표제품인 클래식 플랩 백은 현재 1만 800달러(약 1491만 원) 이상으로 팬데믹 이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싸다.
업계에서는 고가 전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에르완 람부르(Erwan Rambourg) HSBC 분석가는 “럭셔리 브랜드 전체가 가격을 너무 많이 올렸다”고 말했다. 모니카 아로라(Monika Arora) 패션 웹사이트 창립자는 “심지어 열렬한 샤넬 팬들도 브랜드의 다년간의 가방 가격 급등을 비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캐롤 매드조(Carole Madjo) 바클레이즈(Barclays) 유럽 명품 연구 책임자는 “투자자들은 가격 인상이 소비자를 소외시키고 브랜드들의 단기적 성장 잠재력을 제한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아르의 퇴임은 패션업계 전반에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샤넬은 보도자료를 통해 “샤넬의 패션, 창의성, 활력에 대한 비아르의 놀라운 기여에 감사한다”며 “후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패션디자이너들이 샤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거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초 셀린느와의 계약이 만료된 에디 슬리먼이 비아르의 후임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피에르 파올로 피촐리, 사라 버튼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편 오는 25일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열리는 2024 FW 오뜨 꾸뛰르 컬렉션이 비아르의 마지막 샤넬 컬렉션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