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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64) 에베레스트 정복이 쉬워진 이유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64) 에베레스트 정복이 쉬워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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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구한 섬유와 소재
1953년, 힐러리와 텐징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을 최초로 등정하였다. 말로리의 1924년 등정을 시작으로 30년 동안이나 성공하지 못했던 정상 정복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에베레스트산 등정에 성공한 사람은 무려 7만 명에 이른다. 정상에 버려지는 쓰레기만 한 해 수백 톤에 달할 정도이다. 대체 어떤 기술 발전이 있었길래 이런 놀라운 진전을 이루었을까? 답은 위대한 캐로더스(Wallace Carothers)로 부터 시작된 합성섬유의 발명이다. 

비운의 남극 탐험가 스코트의 마지막 편지가 공개됐다. 케임브리지대학 부설 ‘스코트 극연구소’는 스코트 남극탐험 대장이 1912년, 해군사령관 브릿지맨 경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스코트의 이 편지는 그의 탐험대가 1912년 1월17일 남극점에 도달한 후 베이스캠프로 돌아가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며칠 동안 쓴 8통의 편지 중 하나다. “이제 마지막 순간인 것 같습니다” 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남극점 정복에 나선 영국해군으로서 자부심과 함께 아문센에게 ‘최초 ‘라는 타이틀을 빼앗긴 탐험가로서 짙은 회한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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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노바의 비극 
2등은 잊혀지는 세상에서 1등보다 더욱  많이 기억되고 회자되는 한 인물이 있다. 바로 남극점을 두 번째로 정복한 영국의 스코트(Scott)이다. 그는 1912년 1월 17일 남극점에 도달하였지만 노르웨이의 아문센이 그보다 한달 전에 이미 다녀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진짜 이야기는 원정을 마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오기 위해 사투를 벌인 두 달 반 동안의 영웅적인 여정이다.

베이스를 겨우 17km 남기고 스코트 대장을 포함한 5명의 테라노바 원정대는 전원 사망하였다. 
아문센과 스코트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방한 복장이었다. 아문센은 이누이트(에스키모)들이 입었던 모피를 착용하였고 스코트는 단지 모직의류로 복장을 갖추었다. 영하 40도가 계속되는 극지라도 모직물로 겹겹이 입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큰 실수였다. 

울(Wool)은 모든 소재 중 가장 흡습성이 높은 섬유이다. 면의 두 배에 달하는 16%의 흡습율을 자랑한다. 따라서 원정대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수증기와 땀은 외부로 배출되는 대신 고스란히 저장되어 옷은 점점 무거워지고 건조도 어려우며 추운 날씨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얼어서 돌덩이처럼 된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도 겹겹이 입은 모직 옷들은 서로 들러붙어 떨어지지도 않아 벗기도 입기도 어려워진다. 불을 피워야만 말릴 수 있어 제대로 쉬기도 어렵다. 극지 탐험을 위한 장비로서는 최악인 셈이다.  

추운 곳에서 땀 흘리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절대 입어서는 안 되는 옷이 바로 친수성 소재이다. 이런 환경에서 가능한 한, 땀은 옷이 젖지 않게 흘러내려야 하고 몸에서 뿜는 수증기는 신속히 배출 되어야 한다. 

수증기는 잘 배출하고 땀은 흡수하지 않는 복장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현대의 클라이머 내의가 수분을 전혀 흡수하지 않는 PP폴리프로필렌인 이유이다. 흡습율이 제로인 PP는 아무리 땀을 많이 흘려도 젖지 않아 무거워 지지 않고 기화열로 체온을 뺏지도 않는다. 눈비를 맞아도 절대 어는 일이 없으며 젖어도 즉시 마른다.

열전도율이 양모보다 낮아 더 따뜻하다. 반대로 모직은 점점 무거워지는 한편, 땀이 증발하면서 기화열을 대량으로 발생시켜 체온을 빼앗는다. 결국 얼어붙어 차가운 돌덩이로 변한다. 귀중한 체온으로 옷을 녹여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모든 천연섬유는 친수성이다. 그에 비해 모든 합성섬유는 소수성이다. 보통 때는 친수성 소재가 쾌적하고 의류에 적합하지만 아웃웨어와 아웃도어웨어는 소수성인 합성섬유가 더 좋다. 한여름이라도 등산하는 사람들의 셔츠로 면 같은 천연소재는 최악이다. 산을 오를 때는 셔츠가 땀을 흡수하여 쾌적하겠지만 하산할 때는 흡수한 땀이 대량의 기화열을 발생시켜 체온을 저하시키고 결국 감기에 걸리게 한다. 산이 높으면 폐렴에 걸린다. 
소수성 합성섬유의 발명은 천연소재로는 불가능했던 비나 땀에 젖지 않는 경량의 보온의류 설계를 가능케 하여 7만이나 되는 극지 탐험가와 고산 등반가들의 생명을 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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