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미국의 몰든 밀스(Malden Mills·현재 Polartec LLC)는 파타고니아(Patagonia)와 협력해 깜짝 놀랄 만큼 가볍고 부드러우며 따뜻한 폴라플리스(Polar Fleece)라는 원단을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북극의 양털’ 이라는 멋진 이름 그대로, 양모를 모방했고 흔한 폴리에스터가 소재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그것을 능가하는 가볍고 따뜻한 니트이다. 놀랍게도 몰든 밀스의 CEO인 애런 푸어스타인(Aaron Feuerstein)은 이 발명에 대한 특허를 의도적으로 유기함으로써 원단 공급업체 누구나 이 소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 전세계에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져 나갔다. 몰든 밀스는 2년 후인 1981년 10월 6일에 ‘폴라플리스(PolarFleece)’라는 이름만 미국 특허청에 트레이드마크(Trademark)로 상표 등록했다. <안동진의 섬유지식백과>
오늘날 전세계 어패럴 업계 4위에 등극한 유니클로의 성공요인은 80년대 당시 이미 상당한 핫 아이템으로 거의 모든 브랜드가 신소재로 취급하고 있던 폴라플리스 의류였다. 유니클로는 SPA(Specialty store of Private label apparel)라는 의류소매 방식을 처음 만든 세계 최고 글로벌 어패럴 브랜드인 미국의 갭(Gap)을 따라 SPA 브랜드를 런칭했다.
유니클로는 당시에는 꽤 비싼 아이템이었던 폴라플리스 의류를 대량물량 발주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폴라플리스를 세상에서 가장 가성비 높은 보온의류로 만들면서 일약 세계적인 의류 소매점으로 떠올랐다. 그들의 이런 정책은 피마(Pima)면이나 캐시미어(Cashmere) 같은 고급 소재로 이어지며 계속되고 있다.
폴라플리스는 100% 폴리에스터 소재 니트 원단을 기모하여 만든 일종의 가짜 양모이다. 최대 장점은 가볍다는 것이다. 어깨를 짓누르는 방모코트를 생각해봐도 양모는 매우 무거운 소재이다. 양털을 패딩재킷의 충전재로 적용하지 않는 이유이다. 폴라플리스는 가장 얇고 가벼운 방모원단보다 가볍지만 두껍다. 따라서 내부에 많은 공기를 품을 수 있다. 즉, 두꺼운 단열층을 보유한다.
단점은 소수성이라서 수분을 거의 흡수하지 않고 마찰에 약해 보풀이 잘 생기며 정전기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모든 심각한 단점들은 가볍고 따뜻하며 저렴하다는 거대한 장점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폴라플리스는 열전도율이 높아 따뜻함과는 한참 거리가 먼 차가운 폴리에스터로 보온 원단을 만든 위대한 발명이다. 냄비 뚜껑이 금속이 아닌 베이클라이트 같은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는 이유는 열전도율이 높은 금속 때문에 손을 데지 않도록 열전도율이 낮은 소재를 썼기 때문이다. 소재의 고유 성질인 열전도율을 임의로 낮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공은 가능하다.
폴라플리스가 따뜻한 이유는 다른 기모 원단에 비해 압도적으로 긴 털 때문이다. 기모 원단인 스웨이드(Suede)나 몰스킨(Moleskin) 보다 더 두껍고 파일 직물인 벨벳의 파일 보다 더 긴 털을 자랑하면서도 훨씬 가볍다. 원단에 털이 있으면 왜 따뜻할까? 모든 동물 털의 존재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털은 다양한 기후를 대비해 야생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다목적 기능이 있지만 제1 목적은 보온이다. 그렇다면 털은 따뜻한 물질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인공으로 만든, 그것도 차디찬 폴리에스터로 만든 폴라플리스가 단순히 털 때문에 따뜻한 것을 보면 동물의 털이 그 자체로 따뜻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밀은 공기이다. 공기는 탁월한 단열재 중 하나이다. 정지상태인 공기의 열전도율은 0.025W/m.k 으로 울(Wool) 보다 9.5배 더 낮다. 즉 공기는 양모보다 10배나 더 따뜻하다.
공기층이 두꺼울수록 단열효과는 비례하여 상승한다. 패딩이 바로 그런 의류이다. 솜이나 다운 없이 원단 자체로 더 많은 공기를 품으려면 원단의 표면적을 증가시키면 된다. 폴라플리스는 동일한 섬유와 굵기로 된 원단 중 비표면적이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