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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56 - 세상에서 가장 굵은 실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56 - 세상에서 가장 굵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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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금문교(Golden Gate Bridge)는 세계최초로 건설된 현수교이다. 다리 중간에 교각없이 양쪽에서 당기는 줄로만 다리 전체를 지탱하는 구조이다. 단 두개의 줄로 무려 2.7km에 달하는 왕복 6차선 도로인 강철 콘크리트 다리 전체를 지탱해야 하니 이 줄은 대체 얼마나 굵어야 할까? 이 강력한 줄은 케이블이다. 케이블은 여러 가닥의 철사를 꼬아 만든 줄을 말한다. 

금문교 케이블 하나의 굵기는 직경 0.92m인데 무려 2만7572 가닥의 철사(wire)로 이루어져 있다. 즉 이 케이블은 하나의 강철 덩어리로 된 줄이 아닌 2만7000개의 철섬유로 만들어진 거대한 실인 것이다. 철사(철섬유가 옳은 표현) 한 가닥의 굵기는 약 4900데니어(D)로 7.9 인 철의 비중을 감안하면 폴리에스터 820D 굵기와 비슷하다. (같은 데니어라도 소재의 비중이 높을수록 실제 굵기는 더 가늘다)

이 철사 452 가닥을 합쳐 하나의 실로 만든 다음 이 실을 61합사(ply) 한 것이 최종 케이블이다. 즉 370,000D/452f인 강철 실의 370,000D/61합사인 것이다. 금문교를 지탱하는 두 가닥의 실 무게만 2만4500톤에 달한다. 왜 한 가닥의 강철 줄이 아닌 수만 가닥의 철 섬유로 만들어진 일종의 거대한 실로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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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와 실
원단을 제조하기 위해 먼저 섬유로 실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섬유 가닥이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무 가늘기 때문이다. 승용차 크기만한 투박한 직기에 올려놓고 직물을 짜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최소 굵기가 있다. 그래야 실이 끊어지지 않고 연속동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생산량도 실이 굵어지는 만큼 비례하여 상승한다. 합섬사 중 가장 흔한 폴리에스터 75D 실은 대개 36f 즉, 36 가닥의 섬유가 합쳐져 하나의 실이 된 것이다. 감성을 다르게 하기 위해 같은 굵기지만 72가닥 또는 144가닥으로 된 것도 있다. 

하나의 케이블을 수많은 가닥의 강철섬유로 만든 이유는 제직용 실과 마찬가지로 작업성 때문이다. 무게가 2만5000톤에 직경이 1미터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굵기의 케이블을 2.7km 거리에 걸쳐 가로지르게 하는 작업은 터무니없어 보인다. 이 불가능한 작업을 기존의 도구와 건설기계를 사용해 진행하려면 하나의 통줄이 아닌 가는 섬유 다발로 만들면 된다. 

다리 건설과 제직, 둘은 실의 제조라는 같은 작업이 기초가 되었지만 목적은 반대이다. 직물의 실은 재료가 너무 가늘어서 굵게 만든 것이고 금문교의 케이블은 사용재료가 너무 굵어서 가늘게 쪼개 실로 만든 것이다. 서로 상반 되는 목적이지만 섬유를 실로 만드는 한가지 방법으로 양쪽 다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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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왜 여러 가닥의 섬유로 이루어져 있을까. 꼭 그래야 할까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섬유는 적절한 굵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필요한 굵기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닥을 합쳐야 한다. 그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합성섬유는 가소성 수지를 녹여 어떤 형태로든 만들 수 있으므로 굳이 섬유→실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실의 굵기로 다양하게 제조할 수 있지만 대개는 천연섬유와 비슷한 굵기의 섬유를 거쳐 이를 실로 만드는 번거로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유는 매우 중대한데, 같은 굵기라도 단 하나의 섬유로 된 실과 여러 가닥의 가는 섬유가 모여 하나의 실이 된 것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섬유가 실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예가 낚시 줄이다. 그런 실은 잡아당겨 끊어지는 힘 즉, 인장강도가 좋으나 쉽게 구부러지지 않으므로 유연성이 부족하여 딱딱하고 광택이 나며 표면적이 최소한인 형태이다. 실과 원단에서 표면적은 매우 중요하다.

그에 따라 여러 가지로 기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만져지는 촉감도 표면적에 따라 다르다. 여러 가닥의 섬유로 만든 같은 굵기의 실이라도 각각 몇 가닥 인지에 따라 기능과 감성 측면에서도 크게 다르다. 물론 가닥 수가 더 많은 실일수록 섬유도 그만큼 더 가늘어져야 한다. 따라서 가격도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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