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바이오, 생분해 분야까지 저변 확대
제주도에서는 먹는 생수로 삼다수만 유통된다. 월 1억병을 생산해 10%는 제주도, 나머지는 육지에서 소비한다고 한다. 쓰레기 수거는 민간이 대행하는 육지와 달리 관(官)에서 담당해 폐페트병 유통과 분리수거의 체계가 어느 지역보다 수월하고 체계적이다.
효성티앤씨가 원사 리사이클 프로젝트 첫번째 ‘리그(League)’로 제주도를 낙점한 이유 중 하나다. 효성은 민·관,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까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자원순환 체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리그’라는 표현을 쓴다.
작년 제주도(리젠제주)를 시작으로 올해 초에는 서울(리젠서울)로 지역을 확대했고 성남 부산 등 단계적으로 전역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인터뷰에는 리사이클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실행에 옮긴 박용준 스마트섬유팀장이 배석했다.
-국내 원사메이커들이 친환경 이슈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리젠제주’의 첫 시작이 궁금하다.
“2019년 10월 환경부와 서울시 제주시 등 각 지자체와 함께 어떻게 긍정적인 자원순환사회로 갈 수 있는지 논의하는 자리에서 시작됐다. 당시 효성은 국내 리사이클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었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성상 유리한 점이 많았다. (생수) 제품 유통에서 쓰레기 수거까지 제주시가 직접하기 때문에 고퀄리티 제품 생산이 가능한 투명 페트병 수거가 용이했다. 제주 시민들의 환경보호 공감대와 제주도라는 청정 이미지도 중요했다.”
-아직은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사업 아닌가.
“당장 돈 벌자고 하는 사업은 아니다. 제주도에서 자원으로 회수할 수 있는 페트병은 월 20~30t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버려지는 페트병은 오염이 많아 활용이 어려웠다. 환경 보호와 아울러 고품질 리사이클 원사 생산이 가능한 투명 페트병을 모으는 저변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라벨이나 이물질이 있는 오염된 페트병은 로스율이 20~30%나 된다. 원사 자체도 품질이 떨어지고. ‘리젠제주’에 쓰이는 투명 폐페트병은 1t을 넣으면 1t의 고품질 원사가 나온다.”
(제주도에서는 500ml 기준, 월 1억병이 생산되고 자체적으로 약 1000만병을 소비한다고 한다. 병당 무게는 20g, 월 200t가량의 폐페트병이 나온다. 수거율은 80%, 160t에 달하지만 효성은 오염이 되지 않은 깨끗한 투명 페트병 20t 정도만 활용하고 있다.)
-친환경, 자원순환이 왜 그렇게 중요한 이슈인가.
“이미 20년 전에 리사이클 이야기가 나오고 친환경 이슈가 대두됐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길이다. 생존과 미래에 대한 접근으로 리사이클 또는 지속가능(sustainability)이 다뤄져야 한다.
에티컬 유저(Ethical User), 컨셔스 컨슈머(Conscious Consumer)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도 (리사이클) 제품을 사더라’는 돈벌이 수단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현재 지구 표면 온도는 1.5도 올라갔다. 앞으로 1.5도가 더 올라가면 다시 중생대 즉, 공룡의 시대로 돌아간다고 한다.
리사이클은 자원순환 사회를 향한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100이라고 본다면 리사이클이 감당할 수 있는 환경보호 효과는 3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 순환형 리사이클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버려지는 재료를 다시 원래 성능의 물질로 되돌려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재활용은 용도가 다운그레이드 되면서 활용도가 아주 낮다. 결국 에너지의 문제다. 원 재료로 1t의 물건을 만들 때 필요한 이산화탄소보다 재활용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이산화탄소 소모가 더 많다면 어떤 게 나은 선택인가.”
-효성의 리사이클 기술은 어느 수준까지 왔나.
“의류를 다시 원사로 뽑아내는 기술은 현재 완성돼 있다. 수율 문제 해결과 생산 과정에서 얼마나 더 친환경적으로 하느냐는 걸 다루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적은 에너지를 쓰면서 효율적인 방법(Shortcut)을 찾느냐의 문제다. 시장환경이 조성되면 바로 제품이 나올 수 있는 상태다. 친환경 바이오(Bio Based)를 기반으로 한 연구와 생분해성(Biodegradable) 기술까지 나아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스판덱스 시장이 호황이다. 작년 실적은.
“효성의 스판덱스 캐퍼는 한국과 해외가 각각 2000t, 2만3000t으로 해외시장 비중이 매우 크다. 작년 팬데믹으로 브라질 인도 시장이 폐쇄되고 가동이 중단됐지만 6월 이후 유럽시장이 열리면서 다시 정상화됐다. 국내는 12월까지 90% 정도까지 회복된 것 같다. 해외시장 호황에 힘입어 스판덱스 부문은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티앤씨는 2018년 6월 효성이 지주회사 한 곳과 4개 사업회사로 분할하면서 탄생했다. 바뀐 기업문화에 대한 질문에 김용섭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기업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효성 시절에 해외지사가 30여곳 있었는데 대부분이 현재 효성티앤씨 관련 조직이었다. 그 때는 비용이 크게 보이지 않았는데 회사가 분할된 다음 보니 먹여 살리기 쉽지 않겠더라. 방법을 강구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