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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페트병, 미래의 자원이다
폐페트병, 미래의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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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리사이클 섬유 클러스터 속속 발진
원사메이커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 선도

한국이 원사메이커를 앞세워 전세계 친환경 리사이클 섬유시장 테스트 베드로 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개별 기업 차원의 자구적 노력으로 리사이클 제품 개발에 나섰지만, 한국은 한발 더 나아가 폐원료 수거에서 원사 및 원단, 수요처까지 클러스터 형태로 묶어 친환경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완제품 쪽에서 선두를 치고 나가는 곳은 블랙야크와 노스페이스다.  ▶인터뷰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

사진=정정숙 기자 / 그래픽=김선희 부장

블랙야크는 국내 원사메이커 티케이케미칼의 리사이클 폴리에스테르 원사 ‘K-rPET 에코론(ECOLON)’으로 자켓, 티셔츠 등을 만든다. 올해 S/S 물량 중 50%의 제품에 이 원사를 쓰기로 했다. F/W에는 물량을 더 확대해 올해에만 500㎖ 폐페트병 총 1000만개를 쓴다는 계획이다.

비와이엔블랙야크는 친환경 브랜드 나우를 비롯해 골프 브랜드 힐클릭 등 계열사 전 브랜드로 리사이클 원사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K-rPET 원사를 활용해 기능성이 추가된 100여개 원단을 개발한 상태다. 노스페이스는 올해 말까지 효성티앤씨가 폐페트병으로 만든 원사 ‘리젠제주(regen jeju)’로 자켓, 티셔츠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들 제품 생산에 투명 폐페트병 100t이 재활용된다. 

■효성티앤씨·티케이케미칼 주도
환경부에 따르면 연간 2만2000t의 폐페트병 및 리사이클 칩이 수입되고 있다. 원사를 만드는 데 필요한 PET 플레이크 칩 중 절반은 일본산이다. 2018년 기준 국내 페트병은 연 30만t 생산됐다. 이중 80%가 재활용됐다.

국내 24개 페트병재활용 업체가 만드는 플레이크(페트병을 잘게 조각 낸 형태)는 시트지와 부직포 및 저가 충전재로 쓰이는 중저가 단섬유로 사용되고 있다. 고부가가치의 장섬유 생산이 가능한 리사이클 칩 원료 생산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장섬유를 뽑기 위해 사용되는 폐페트병은 이물질이 거의 없는 고순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섬유패션기업들은 2019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각 지자체와 협업해 국내 폐페트병 재활용을 위한 자원순환 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효성티앤씨와 티케이케미칼은 각각 ‘리젠제주’, ‘K-rPET 에코론’을 앞세워 자원순환 생태계 선두 기업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작년부터 1월 현재까지 누적 100~200t의 고품질 플레이크 칩 또는 원사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티앤씨는 제주삼다수, 플리츠마마에 이어 노스페이스가 합류하며 친환경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효성티앤씨 박용준 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세계 각국의 셧다운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친환경 소재는 잘 팔리고 있다. 2020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는 복종에 관계없이 리사이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티케이케미칼은 2019년 하반기 깨끗한 페트병을 수거하기 위해 생수 전문회사 스파클과 MOU를 맺었다. 이후 고품질 플레이크 생산공장 두산이엔티와 천안시 및 환경부 산하의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 등과 협업해 제품 양상 체계를 구축했다. 

티케이케미칼 오정택 팀장은 “아웃도어 브랜드와 화장품 브랜드가 친환경 리사이클 원사를 사용한 의류와 용기 생산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PET 리사이클 칩은 고부가가치 장섬유와 용기 시장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브랜드뿐만 아니라 글로벌 유명 화장품 브랜드가 친환경 화장품 용기로 바꾸고 싶다는 문의가 많다”고 밝혔다.

■민관 손잡고 자원순환사회 향한 협력
미국 비영리섬유단체인 텍스타일 익스체인지(Textile Exchange)에 따르면 2030년 재활용 폴리에스터 시장은 전체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8년 전세계에서 수거된 페트병은 1280만t이며 이중 절반이 넘는 590만t을 섬유산업에서 재활용했다.

업계는 섬유패션업계가 앞장서 자원순환사회를 향한 첫 발걸음을 뗐다는 데 의미를 두고 주목하고 있다. 향후 리사이클 생태계 구축이 성공하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도 폐페트병 품질을 높이고 수입은 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환경부는 투명 폐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조치를 작년 12월 25일 시행했다. 2022년까지 10만t 이상의 고품질 PET 재생원료의 국내 생산 달성을 위해 민관 협력으로 깨끗한 폐페트병 회수에 나서고 있다. 2년 후 10만t 생산이 달성되면 수입되던 폐페트와 재생원료(2019년 7만8000t) 물량을 전량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수요확대 및 경쟁력확보 위해 정부 지원 필요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리사이클 생태계 구축에 성공하려면 수요 확대와 시장 가격 경쟁력 확보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선별장을 거치지 않고 플레이크 공장으로 바로 수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리사이클 원사 가격은 기존 원단 대비 1.5~2배 비싸다. 해외 글로벌 리딩 브랜드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저가 칩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와 노스페이스가 올해 리사이클 제품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브랜드도 시험적으로 1~2개 아이템에 적용하고 있다.

효성티앤씨 박용준 팀장은 “한국 리사이클 생태계 구축은 초기 단계다. 국내 의류브랜드가 리사이클 원단을 쓸 때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동기유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추가 지원이 있다면 기업들이 더 빠르게 참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업계는 자원순환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수요 확대를 위해 경찰복, 관공서 등 의복에 국내 리사이클 친환경 소재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우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 소장은 “일본과 독일은 기업들이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시장구조가 잘 돼 있다. 한국도 독일처럼 ‘리사이클 원사를 몇 % 사용하라’는 의무사항을 두거나 일본처럼 낙찰 시스템을 도입해 시장 가격이 선순환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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