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쓰지 않고
소비자 현혹하는 과대포장 가능성 높아 주의
안동진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에스원텍스타일 전무이사
네이버 카페 ‘섬유지식’ 운영자
해외에서 면 400수, 600수, 많게는 1000수까지 베게 커버나 이불커버로 만들어져 나옵니다. 일반 40수, 60수에 비해 느낌이나 가격 원단 두께 등 차이점이 어떤가요?
섬유지식 네이버카페에 올라온 질문이다. 그리고 댓글에 아래와 같은 캡쳐가 증거자료로 올라온다. 400수, 600수, 1000수? 터무니없다고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다. 세계에서 섬유장이 가장 긴 면으로 만든 해도사는 이론적으로 2000수까지 가능하다고 텍스타일 사이언스1(Textile Science, 2015 한올출판사, 안동진 著)에 쓴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그 말은 즉, 실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Theoretically possible= Practically impossible이다.
자료로 올라온 온라인 판매 글을 자세히 보자. ‘이집트면 400수’라고 돼 있다. 저 내용을 의심하는 소비자가 몇이나 될까? 패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도 대부분 그냥 넘어갈 것이다. 저 판매 글은 거짓 아니면 오류다. 그런 결론을 즉시 내릴 수 있는 이유가 면 400수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은 아니다. 물론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면 400수 원사를 본적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발 하라리가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주장했듯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중요한 특성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머리 속으로 상상할 수 있는 동물이다. 따라서 100수가 있으므로 400수도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믿는 것이다.
■ 면사 굵기의 한계는?
면직물은 그것을 구성하는 면사의 굵기와 실의 개수인 밀도에 의해 두께가 결정된다. 예컨대 청바지 같은 두꺼운 면직물은 10수나 7수 정도의 굵은 면사로 이뤄져 있다. 시장에서 흔하게 거래되는 광목은 20수이고 이불 같은 침구에 사용되는 Upholstery 면직물 원사는 30수 정도다.
이만한 정보라면 면 셔츠는 몇 수 정도의 원사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가장 흔한 면셔츠 원단은 40수 원사로 돼 있다. 이보다 고급을 원하는 브랜드는 50수를 선택하고 대신 밀도를 추가하는 것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욕심을 부려 60수까지 가는 것은 밀도를 추가한다고 해도 원단이 너무 얇다는 느낌이 들고 Resilience이 너무 떨어져 구겨짐이 심해진다. 그렇다면 코스트코에서 높은 가성비로 유명한 ‘커크랜드(Kirkland) 100수 남성 드레스 셔츠’는 어떻게 된 것일까? 택(Tag)을 자세히 보면 100/2(100수 2합)이라고 돼 있다.
결국 굵기는 50수인 것이다. 50수보다 더 높은 품질을 원하는 브랜드는 60수가 아니라 100/2로 간다는 것이다. 40수보다 80/2 면사가 훨씬 더 고급스럽고 광택도 난다. 폴로 옥스포드 셔츠에서 사용하는 이유다. 따라서 100/2는 셔츠에 구현 가능한 가장 고품질 면사다.
물론 150수 3합은 이론적으로 더 높은 품질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50수와 100/2은 차이가 극명하지만 100/2와 150/3은 겉으로 보기에 다르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솜과 다운은 크게 다르고 소비자도 만져 보기만 하면 금방 알아챌 정도지만 덕다운과 구스다운은 차이를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50수보다 가늘면 합사가 일반적
그런데 침구는 셔츠와는 기능면에서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같은 면 소재이고 통기성이나 땀을 흡수하는 친수성을 요구하는 것은 똑같지만 겨울 아우터처럼 안쪽에 솜이 들어가거나 오리털, 거위털 등 충전재가 들어간다. 따라서 통기성을 어느정도 포기하더라도 밀도를 높여 다운이 새지 않도록 다운 프루프(Down-Proof) 원단이 돼야 한다.
물론 진드기 방지용(Mite-Proof)은 그보다 더 높은 고밀도가 돼야 한다. 그런 목적을 위해 셔츠와는 달리 60수, 더 나아가 80수까지 원사가 가늘어질 필요가 있다. 물론 이불은 셔츠처럼 탄력에 대한 이슈가 없으므로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아무리 이불이라도 100수 이상은 인열강도 문제로 한계가 있다. 생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면직물의 면사 최대 한계 번수는 80수다.
그러니 그보다 5배나 더 가는 400수라는 번수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즉시 이해될 것이다. 면 400수가 논리적, 물리적 실체가 되려면 400/5(400수 5합)이 돼야 한다. 물론 침구 가격은 수백만원 대가 될 것이므로 비현실적이다. 예산이 무한대라고 해도 5합사는 반복되는 꼬임 때문에 또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번수인 것이다. 일반 승용차 엔진은 보통 150마력 정도이며 2인승 스포츠카라도 300마력 정도이다. 400~500마력되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는 수퍼카라고 한다. 만약 일반 승용차를 과대광고 하고 싶다면 200이나 250마력이면 충분하다. 이불 원단으로 면 400수를 비교하자면 자동차로 따져 2000마력 정도 된다. 그런데 판매 회사는 왜 그토록 터무니없는 숫자를 들이대게 되었을까?
■ Yarn과 Thread의 차이점
영국의 한 온라인 스토어 광고를 보면 앞서 나왔던 침구들의 판매 글이 어디서 왔는지 알만 하다. 여기에 400 ‘Thread Count’라고 돼 있다. 방적사의 굵기를 나타내는 번수는 영국식 면번수가 세계적 기준이며 ECC(English Cotton Count)라고 한다.
이는 보통 실을 뜻하는 영어 얀(Yarn)을 써서 얀 카운트(Yarn Count)라고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Thread’는 ‘Yarn’과 약간 개념이 다르지만 우리 말로 번역하면 똑같이 ‘실’이다. 차이는 섬유지식 카페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얀은 직물을 구성하기 위한 원료로서 실이며 아직 원단이 되지 않은 상태로 반제품이다. 하지만 스레드(Thread)는 그 자체로 완성품인 실을 말한다.” 즉 재봉사 같은 그 자체로 완성품인 실은 얀이 아니고 스레드다.
따라서 이미 최종 제품인 원단이 된 상태에서 구성원인 실은 스레드다. 조금 어렵나? 우리 개념으로는 어렵다. 다르게 접근해 보자. 얀 카운트는 네이버 사전에도 번수라고 정확하게 나와 있다.
모름지기 사전이라면 ‘실의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인 번수’ 정도는 되었으면 하지만, 그나마 스레드 카운트는 공백으로 돼 있다. 국내에는 그 어떤 사전에도 없는 모양이다. 구글을 확인했더니 캠브리지 사전에 위키피디아를 참조하라고 나온다.
The thread count is the number of threads counted along two sides(up and across) of the square inch-Wikipedia 이것은 정확하게 원단의 밀도(Density)를 설명하고 있다. 원단의 밀도는 원단 1제곱인치 내에 들어있는 경사와 위사의 수를 말한다.
경사밀도 위사밀도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영어 원어민들은 이를 ‘Density’라고 하지 않고 ‘Thread count’라고 하기도 한다. 즉 ‘실의 개수’이다. 얀과 스레드는 같은 실인데 뒤에 붙는 카운트 의미가 한쪽은 굵기, 다른 쪽은 개수를 나타내고 있다. 즉, 얀은 실이라는 개념이나 존재를 의미하고 스레드는 원단으로 완성돼 있는 상태의 실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 400수는 밀도 표시의 오기
‘Thread Count’라는 용어는 생소한 것 같지만 패션산업에서는 빈번하게 사용되는 익숙한 단위이다. 현장에서 직물의 제원을 얘기할 때 190t 또는 290t라고 부르는 단위는 경위사를 합한 밀도를 의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여기서의 ‘t’가 바로 ‘Thread Count’인 것이다.
이제 우리를 놀라게 한 판매 글의 진실에 다가서게 됐다. 원단은 400수가 아니라 400t라는 경위사를 합한 밀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실의 번수는 나와있지 않지만 80수쯤 될 것이다. 오류가 수정되지 않는다면 이 판매 글은 허위 과장광고를 원치 않는 진정한 기업주에게는 피해를 끼친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