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1세대 디자이너·예술가 손일광 관장 10년 전부터 조성
개관 5년차 “생과 함께 하는 완성없는 작업…현재 진행 중”
가평군 청평면에는 ‘노랑다리 미술관’이 있다. 싱그런 연록 빛 숲 사이로 멀리서도 확연히 알아볼 수 있게 샛노란 철제 다리가 보인다. 청평역에서 택시를 타고 ‘노랑다리 미술관’을 가자고 하면 부연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이다.
이 미술관은 숲 속에 지어진 것이 아니라 초록빛 자연을 조성해가며 더불어 모습을 갖춰왔다. 10여년 전부터 터를 다지고 나무와 꽃을 심고 미술관의 모습을 하나하나 만들어 온 것이다. 그래서 ‘노랑다리 미술관’은 자연 그 자체이고 우주의 섭리에 충실한 가식 없는 공간이다. 관장은 패션 1세대 디자이너이자 전위예술가 손일광 선생이다.
노랑다리 미술관은 손일광 관장과 막강한 조력자이자 ‘인견사랑’을 이끌고 있는 부인 이성희 선생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쉼터’이다. 최근 ‘노랑다리 미술관’이 4주년을 맞았다. 2015년부터 정식으로 관람객을 맞이했고 올해로 개관 5년차인, 아직도 설치 및 조성에 있어 현재 진행중인 미술관의 4주년 기념식에는 패션, 문화, 예술 각계각층의 명사들이 자리했으며 막걸리 잔을 돌리며 춤추고 노래하고 박수쳤다.
공석붕 회장을 비롯, 부산에서 배용 디자이너, 대구에서 최복호 디자이너가 축하를 위해 함께 자리했다. 서울에서 이림 디자이너를 비롯해 1세대 패션계 남성종사자 모임 ‘이목회’ 회원들과 가수, 연주자, 예술계 인사들이 모여 힐링센터 ‘노랑다리 미술관’ 개관기념을 축하했다.
노랑다리 미술관은 손일광 관장이 직접 지었다. 철거지역의 전봇대를 사들여 기둥을 삼았다. 대형유리창은 자연을 담은 프레임 역할을 한다. 청동으로 커튼을 만들어(물론 작품이다) 달았다. 맷돌, 기와, 오래된 미싱, 예전에 누군가의 고무신, 한때는 최신기기였던 폴더폰 등 모든 것들이 미술관을 조성하는 소재가 됐다.
바닥에 작은 수로를 만들고 잉어를 키우고 수초가 자라게 하고 중앙의 부채꼴 나무계단은 하늘공원으로 연결 된다. 초입의 카페 유리천장이 자연스레 온실 역할을 함으로써 자연스런 햇살이 시간대 별로 다른 무드를 선사한다.
중앙 전시실 신전의 석조 기둥은 미술관을 조성하면서 미리 땅을 파서 들여 놓았다. 이 공간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마치 태초의 어머니 자궁처럼 아늑하다. 변기, 오래전 불살라지고 식고 굳어진 연탄, 계란, 캔, 동전 등이 우리가 미쳐 알지 못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손일광 관장은 미술의 도구인 ‘붓’에 연연하지 않고 건축의 고정관념에 휘둘리지 않는다. 미술관은 그 자체가 설치미술이고 요소요소가 순수 미술이다.
그러나 감성에 치우치지 않고 과학과 문화, 문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손관장은 원소주기표를 만든 멘델레예프, 행성은 타원형으로 돌고 있다고 역설한 요하네스 케플러 등 과학자들을 존경하고 작품에 담아 이야기 한다. 뉴튼의 사과는 늘 고정관념을 격파하는 주제가 된다.
노랑다리미술관은 찾은 이들이 주인이고 느낌 그대로 각자의 소통과 힐링이 가능한 곳이다.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노랑다리미술관 조성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손일광 광장은 향후 10년간은 끊임 없이 열정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이러한 열정을 부인 이성희 씨도 장단 맞춰 부추기니 ‘부창부수(夫唱婦隨)’의 결과물이 궁금해 진다.
“우리가 생을 마감하면... 그 다음에 대해선 생각 안해요. 다만 어느 누구라도 이곳을 찾아와 몸과 마음을 쉬게 한다면 그 걸로 만족해요. 만들어 가는 시간들, 그 속에 의미가 있고 진정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지요” 손일광 관장은 어쩌면 예술가 이전에 ‘초인’이 아닐까 싶다.
새소리, 바람소리, 노래소리 가득찬 노랑다리 미술관의 해질녘은 그지 없이 초연하고 아름답다. 지금도 그렇지만 10년 뒤에도 ‘최고로 아름다운’ 영혼의 쉼터가 되길 기원한다.
노랑다리미술관은 경기 가평군 청평면 양진길 42-12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연중무휴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운이 좋다면 손관장의 해설을 직접 들을 수 있다. 입장료는 입구 카페에서 음료 값으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