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스포츠웨어 ‘애플라인드’로 中공략
“우리 섬유산업이 얼마나 가능성이 큰 지 아세요? 원료, 원자재, 가공기술, 부자재, 나염, 자수까지 인프라가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데 그걸 꽃피울 수 있는 대표 브랜드는 하나도 없죠. ‘애플라인드’ 기능성 스포츠 웨어로 제대로 한번 도전 해 볼겁니다.”
김윤수 애플라인드 대표가 우리나라의 섬유가 강하다는 점을 들어 스포츠 웨어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기능성 소재, 화섬은 우리나라가 세계 탑 수준이다. 이를 십분 활용해 애플라인드라는 자체 브랜드로 수출하기 위해 지금껏 달려왔다. 아직까지는 규모가 작지만 30년 섬유 내공을 토대로 쌓아온 자산이 있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김 대표는 25년 전 미전교역을 통해 일본, 미국에 기능성 원단을 납품했었다. 하지만 단순히 원단 수출만 해서는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언더아머는 96년 런칭 첫해 매출이 1만6000달러에서 지금 3조에 이른다. 미국 언더아머가 처음 출발할 때 미전교역에 원단 수출 의뢰가 오기도 했지만 바이어의 클레임에는 대책이 없었다. 근본적으로 안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2007년 자체 브랜드 애플라인드를 런칭했다.
애플라인드는 사과껍질을 의미한다. 얇은 사과껍질이 최적의 온도와 수분을 조절하며 과육을 온전하게 지켜주는 것처럼 몸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시켜주는 게 핵심이다. 신축성과 복원력이 뛰어난 고밀도 사양의 얇은 트리코트 원단에 독자적 기술인 ‘드라이큐브’를 적용해 몸의 땀은 빠르게 흡수하지만 외부로 드러나지 않게 한다.
“우리 원단은 소재가 아니라 가공이 경쟁력이다. 물이나 커피 등 외부 오염에는 강하지만 땀이 흡수되도 밖으로 보이지 않는 기술이다. 얇은 원단 한장에서 한쪽면에 발수, 방수가 동시에 된다. 특허는 의미없다. 등록하는 순간 노출되기 때문에 ‘드라이큐브’라는 네이밍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능성이라는 것은 폴리에스터, 레이온, 스판덱스를 잘 결합해서 만드는 것인 만큼 화섬이 발달해 있는 것을 기본으로 가공 인프라를 적절히 활용하면 답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트리코트는 대구 보다는 반월, 안산 쪽이 잘하는데 3군데 정도 손에 꼽을 수 있다. 기존 나오는 것에 추가로 가공하는 응용기술이 중요하다. 가공을 잘못하면 완전히 다른 원단이 나온다. 섬유공학 박사, 학과 교재에도 없는 생생한 현장 경험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어렵고 귀한 노하우다”고 말했다.
“공장이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공 메뉴얼은 브랜드가 갖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염색 가공료 가장 비싸게 주고 있다. 다른 브랜드 보다 최소 20% 많이 준다. 공장은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줄 뿐이다. 특히 메인공장과 협업이 밀접하게 이뤄지고 있다.”
김 대표는 무역을 오래 하면서 기능성 시장에 대비해왔다. 한국도 레저와 스포츠 문화가 발달하면서 본격 시장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고 특히 아웃도어를 통해 기능성을 폭넓게 경험했기 때문에 지금이 기회라고 봤다.
“기능성은 사실 시장에 내놓는 순간 공유하게 된다. 하지만 나만 할 수 있는 비법으로 품질에 대한 철저한 전략을 갖고 있으면 살아남는다. 나이키, 아디다스가 글로벌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품질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품질이 나쁘면 망한다. 품질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길 것이다.”
그렇다면 애플라인드만의 그 품질은 어떻게 알릴 것인가 궁금했다. 대규모로 마케팅에 투자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퍼포먼스다. 홈쇼핑 채널은 고객과 실시간으로 만난다. 티셔츠 5종을 13만9000원에 판매 하기로 했다. MD들이 처음에는 인지도도 낮고 가격도 비싸서 99%안된다고 했지만 시연을 하니 난리가 났다. 완판 정도가 아닌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 겨울에 1시간 판매로 13억 원치를 팔아치웠다. 동계 제품 2만 세트, 5종으로 총 10만 장을 팔았다. 애플라인드는 순수 판매율 97.5%를 올렸다. 김 대표는 “기능성 제품은 여성용 제품과 달리 목적성 구매가 강하다. 반품율이 낮다. 일반적으로 홈쇼핑 시청율은 0.1%가 나오는데 애플라인드는 0.3%다. 쇼잉, 볼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옷을 잘라보고 물 부어보고….”라고 성공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대신 홈쇼핑은 현대에서 프라임 타임만 진행했다. 여기저기 하다보면 홈쇼핑 브랜드로 인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스포츠 레저 상품은 토,일요일 아침 7시반~9시 사이가 프라임 타임이다. 프라임 타임에 방송하는 것은 강남과 명동에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것과 같다. 가격 정책도 일관성 있게 가져갔다. 2만 세트를 끝까지 노세일로 판매한 것.
“코스트코에서도 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방풍 자켓을 1만2000벌 납품했는데 350장 가량 남길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품질이 기본이 됐기 때문이다.”
애플라인드는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목표하고 있다. 당장의 매출이 아닌 품질 안정을 위해 전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 오는 6월에는 원주로 이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매출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돈이 목적이었으면 동대문에 매장내고 판매했을 것이다. 밸류를 올려놓으면 자연스럽게 매출은 따라오게 돼 있다. 품질에 대한 안정이 없으면 일류모델,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부어도 소용없다. 원주로 이전해 지금까지 해 왔던 것을 더욱 탄탄히 다질 계획이다.”
총 110억 원을 투자해 디자인센터, 물류, 검품센터 등 논스톱 생산 시스템을 마련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기존보다 3배 이상 생산성을 높이고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진행한다.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의류공장과 MOU 체결하고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한 봉제 아카데미 운영 등 새로운 경영 모델을 그리고 있다.
“사실 300억 매출목표에 110억 투자, 과감하긴 하다. 하지만 멀리 보면 그리 무리한 것도 아니다. 지금 신갈 물류와 창고, 분당에 본사가 나눠져 있는데 원주로 모으면 고정비가 오히려 줄어든다. 생산라인 전체를 이전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보석 같은 공장들과 연대해 고퀄리티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단순 인력 문제는 원주시와 협의해 봉제 아카데미를 만들어 충당할 예정이다. 33만 명이 사는 원주는 특별히 발달한 산업이 없어 단순 인력이 풍부하다. 40대 중반 명퇴자를 대상으로 퇴직에 대한 부담없이 정년없는 일자리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식당이나 까페도 강남 스타일로 꾸미고 휴식시간에도 편하게 내려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조경에만 3억 이상 투자 한다.
“근무환경을 비롯해 호칭부터 다 바꿀 것이다. 미장원은 깍순이, 깍쇠로 통했지만 헤어디자이너로 호칭을 바꾸면서 많이 변했다. 미싱사는 쏘잉 디자이너(SEWING DESIGNER)로 SD, 소잉 매니저(SEWING MANAGER)는 SM 등등.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자신감 충만한 사람들이 만들면 자연스럽게 명품이 된다. 섬유는 공학이다. 미래를 책임지는 첨단산업이라고 확신한다.”
김 대표는 섬유가 사양산업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펀치를 한대 남기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진정성 있게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