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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칼럼] 사소한 것에서 현장 혁신은 시작된다
[한섬칼럼] 사소한 것에서 현장 혁신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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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정리정돈이 잘 돼 있어야 한다. 규모의 크기를 떠나 시설 자체나 생산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동선 하나만 바뀌어도 생산 효과가 달라진다. 쓰고 난 원자재 같은 것들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를 잘 해두면 생산 코스트가 다운된다. 정부 지원에만 기대려고 하면 안된다.”

전순옥 국회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국내 봉제공장 생산성 향상과 활로 모색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관련 산업을 이해하지 못하면 답변이 애매해 질 수 있고 거시적인 내용이라 자칫 샛길로 빠질 수 있는 질문에 전 의원은 “스스로 할 수 있는 단순한 일부터 바꿔 나가야 산업이 살아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전 의원은 도요타의 JIT(Just In Time) 시스템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제조업에서 필요한 부품을 최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 및 인프라 구축망을 말한다. 필요한 부품이 어디에 있는지 또 얼마나 유효분이 있는지 파악해 생산 흐름을 원활히 하고 재고 관리를 최적화하는 효율적인 생산방식이다. 대기업처럼 많은 돈이 들어가는 전산 및 자동화 시스템이 없어도 생각을 바꾸고 실행에 옮기면 영세한 소공인들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취지로 들렸다.

“기계가 고장났을 때 필요한 드라이버나 망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으면 생산 차질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소공장들은 필요한 도구나 부품을 찾느라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 또, 쓰고 난 자재품들은 나중에 활용도가 높은데 아무데나 처박아 두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봉제공장 예를 들어 보자. 이번 시즌에 검정색 자켓 500장을 받은 곳이 있다. 원단이 검정색이니 실같은 원부자재도 대부분 검정색인데 의류를 납품하고 나면 남는 것들이 있다. 이걸 정리하지 않고 방치했다가 나중에 유사한 오더가 오면 다시 검정색 실을 사러 간다. 오더를 내리는 쪽에서 실값까지 주니까 코스트 다운에 대한 고민을 안하는 거다. 이런 것들을 잘 정리하고 관리하면 실 10개 사야될 때 3개는 절약할 수 있다.”

단순한 일부터 바꿔 나가는 태도 변화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사고의 전환·행동의 변화’가 핵심
전순옥 국회의원 6시그마 도입 주창
사업 유지되도록 지속적인 관심 필요

맞는 말이다. 사실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은 대부분 젊어서부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라 ‘혁신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현장 사람들에게 이런 조언은 사고를 일깨워주고 사소한 것 하나부터 바꿔나가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현장에 나가보면 건물도 낡고 규모는 작아도 내부 작업장은 청결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공장이 의외로 많다. 이런데는 다른 곳과 비교해 공장이 활발하게 잘 돌아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이 많아서 돈을 들이니 공장이 청결해지는 것일까, 아니면 공장이 깨끗해서 오더가 많이 들어오는 것일까? 전 의원의 해답은 명확하다.

“미싱(재봉기)에서 기름이 새면 원단이 오염된다. 자연히 불량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공장이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면 상대방은 물건도 잘 만들겠다는 신뢰가 생기게 된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은 작업 환경이 우수하니 여기서는 일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갖지 않겠나. 청결한 공장관리가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일감 및 일자리 창출을 용이하게 만드는 것이다.”

서울시는 매년 수억원 예산을 들여 ‘작업장 환경개선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도 50개 이상의 소규모 의류봉제 공장이 이 혜택을 받았다. 한 곳당 최대 300만원 한도 내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환경 개선과 노후 전기설비 및 조도 개선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연 매출이 1억~수억원에 불과한 영세 업체들에게는 이마저도 큰 돈이다.

전 의원은 이 같은 작은 변화의 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식스 시그마(6 SIGMA)’ 운동을 업계에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공한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 분야 전문성을 갖춘 기업 및 기관의 협조를 얻어 사고의 변화를 통한 생산 현장 혁신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6시그마 운동은 1980년대 말 미국의 모토롤라에서 시작된 품질혁신 운동이다. 한국에서는 LG그룹이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시기가 1990년대 중반이니, 온갖 현란한 경영 혁신 구호와 기법이 난무한 현 시대적 상황에서 6시그마 운동은 약간 고루한 느낌이 들지만 LG그룹은 아직도 계열사와 협력사의 품질관리 교육에 활용할만큼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6시그마 도입을 발제한 전순옥 의원은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 판단을 받는 시험대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전 의원의 국회 입성 여부와 상관 없이 현장 혁신을 위한 노력이 중단되어서는 안된다. 현장 혁신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좀 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길 기대하는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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