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나 플라자 협정’ 발족, 피해자 보상 전력
4월 16일 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세월호 침몰로 전 국민이 비통과 통탄에 빠져 있다. 사고 당시 책무를 다하지 못한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의 몰상식한 대처뿐만 아니라 이후 정부의 무성의한 사고 수습 과정은 목숨보다 소중한 자식과 부모, 형제를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을 더하고 있다. 작년 방글라데시에서도 인재로 밖에 볼 수 없는 세계가 주목한 대참사가 일어났었다. <사진 : 작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인근 라자플라자 건물 화재로 인한 공장 붕괴 모습. 방글라데시의 유력 영자 신문인 더 데일리스타(The Daily Star)의 사진자료 인용.>
오늘(24일)은 작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인근의 봉제공장 대화재와 건물 붕괴로 1000여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은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작년 4월24일 이곳 봉제공장인 라나 플라자(Rana Plaza)에서는 이 참사로 1130여명이 숨지고 25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상 8층 규모의 이 건물은 조사 과정에서 기준 이하의 건축자재를 쓴 사실이 적발됐고 전날 붕괴 조짐으로 인해 근로자들을 대피시켰다가 다시 작업을 재개하는 등 명백한 인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의 대참사 이후 전세계는 후진적 인권 환경과 열악한 근로여건에 경악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을 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라나 플라자 합의(Rana Plaza Arrangement)’를 출범시키며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국제산별노조인 인더스트리올(IndustriALL Global Union)은 “우리는 결코 라나 플라자를 잊지 않겠다”며 관련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유럽 및 미국 등의 글로벌 리테일 및 브랜드사들은 국제 인권 노동 단체들과 공장 및 근로자 노동환경, 안전 규정을 강화하는 대책을 쏟아 냈다. 특히 월마트, 갭, 타겟, 메이시 등 17개 유력 리테일러들은 ‘아메리카 플랜(American Plan)’을 발표하고 노동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약속은 어떻게 지켜지고 있을까?
인더스트리올은 최근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대참사 1주년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브랜드 회사들이 이 같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까지 모인 신탁기금(Trust Fund)은 1500만불로 당초 4000만불 약속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인더스트리올은 “전세계 미디어와 소비자들은 왜 이들이 위험하고 지속불가능한 공급 체인(supply chain)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지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더스트리올은 “우리는 결코 라나플라자를 잊지 않을 것”이라며 서방 세계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
인더스트리올은 클린클로즈캠페인(Clean Cloth Campaign)과 함께 라나 플라자로부터 소싱을 하던 28개 글로벌 의류 브랜드 및 리테일러들이 1주년인 24일까지 약속된 신탁기금 전액을 지불토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직도 갈길은 멀다. 국제노동기구(ILO)에 의해 만들어진 소위 ‘라나플라자 합의’로 불리는 협력위원회(Coordination Committee)는 지난 3월 18일 선보상금 명목으로 3600명에 이르는 피해자 각각에 대해 650불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총 200만불에 이르는 선보상금은 3월 24일부터 지급이 시작됐다. 재원은 앞에서 언급된 4000만불의 신탁기금이다. 이 돈은 사망 당시 근로자의 기대 수명과 부상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해 보상금으로 지불하는데 쓰이게 된다.
안전 규정도 대폭 강화됐다. 화재와 빌딩 안전을 강화한 규정에 의해 각 공장들이 총 250개에 이르는 사찰 항목에 부합하는지 매달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협력위원회에 고용된 전문가 팀에 의해 올 9월까지 총 1500개 이상의 봉제공장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방글라데시 봉제공장 대참사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완전히 끝낼 수도 없는 현재진행형이다.
인더스트리올은 국제산별노조연맹 중 제조업 연맹인 금속(IMF), 화학에너지광산(ICEM), 섬유봉제피혁(ITGLWF) 등 3개 조직이 통합해 작년 7월 탄생한 새로운 국제노조다. 총 조합원수 5000만명의 거대 조직으로 ‘모든 제조업 노동자가 함께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