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대의 짐 내려놓고
후보군에 힘 실어줘야
“3연임은 과욕이다”
교수신문이 뽑은 2014년 사자성어는 도행역시(倒行逆施)다.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이다. 순리를 거스르는 행동은 다름아니다. 과욕에 기인한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인간의 욕심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문제는 과욕이다. 욕심이 커지면 과욕을 부른다. 과욕은 ‘자기가 아니면 안된다’는 독선에 빠지게 한다. 독선은 신뢰를 무너뜨리고 도덕성 추락을 부른다. 그러나 당사자는 모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독선에 빠진 지도자의 말로는 불 보듯 뻔했다. 스스로 책임감과 아집의 덫에 빠진 결과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차기 회장 추대 파문이 갈수록 커져간다. 재임한 노희찬 회장을 3연임 추대하면서 거의 벼랑끝 분위기다. 지금 노 회장 3연임 불가여론은 전 스트림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본지가 설 연휴를 앞두고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이사회 정대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진단 결과다.
여론은 노희찬 회장 3연임 반대와 경선을 통한 차기 회장 선출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무려 90%에 달했다. 노희찬 회장 3연임 불가는 대세였다. 쟁쟁한 후보자를 제쳐둔 채 3연임은 후보자의 인격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질타도 뒤따랐다.
경선 반대 또한 없었다. 과거 단일후보 추대 관행에 맞추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처사라는 비판으로 나타났다. 회장 후보자가 다수 상황에서 최적의 수단은 ‘선거 외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선거를 통해 업계의 여론을 수렴하는게 필요하다는 뜻과 같다.
모든 게 명명백백해 졌다. 3연임은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단체든 회사든 대표 자리는 신뢰와 도덕성을 근간으로 한다. 일관되게 흐르는 3연임 불가여론은 순리와 도리가 바탕을 이룬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신뢰와 도덕성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노 회장이 3연임 추대를 받은지 벌써 보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노 회장은 추대받았으니 애써 외면하면서 끝까지 가겠다는 뜻인가.
한마디로 과욕이 앞서 보인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독선의 프레임에 빠졌다. 노희찬 회장이 아니면 안된다는 논리는 어디에도 없다. 잘못된 과정을 통해 추대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판에 리더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신뢰와 도덕성까지 내던진다.
3연임 회장에 목메는 이유가 궁금하다. 사상최초 3연임 회장에 오르겠다는 명예욕인가. 3연임은 결코 명예가 아니다.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사안이다. 얼마나 인물이 없으면... 하는 뒷말이 뒤따른다. 노 회장은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이다.
내로라하는 후보를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드는 격이다. 여론은 이를 비판한다. 3연임 자리를 내려 놓으라는 뜻과 같다. 3연임을 위해 당당한 회장 후보자를 애당초 내세우지 말던가 해야했다.
다시 또 멍에를 지겠다는 희생정신인가. 여론은 그렇지가 않다. 소가 웃을 일이라며 쑥덕인다. 어느 것 하나 3연임 명분으로 함량미달이다.
2월 24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정기총회까지는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분명 3연임 반대와 경선을 수용하라는 업계의 포화가 빗발칠 것이다. 노 회장 스스로가 분열과 반목의 장으로 몰아간 탓이다. 노 회장은 3연임 과욕을 덜어낼 때가 됐다. 순리와 도리를 따르고 신뢰와 도덕성을 다잡아라. 결코 도행역시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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