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남성복 ‘디그낙(D.GNAK)’으로 런던컬렉션에서 호평을 받았던 강동준 이사가 올해부터 해외 트레이드쇼를 통해 이탈리아 밀라노를 공략한다. 여느 때면 추계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할 2011 S/S 컬렉션을 준비할 시기, 이미 ‘디그낙’ 2012 F/W를 마무리해 밀라노 현지 전시에 참가할 컬렉션을 이탈리아에 쇼룸을 보유한 아크렉스 측에 전달했다.<사진 ‘디그낙’ 강동준 디자이너>
“밀라노 진출로 글로벌 패션 사이클에 발맞추게 됐고, 해외 시장을 타겟으로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유럽에서 선호하는 가공을 더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이런 옷을 할 수 있구나’하고 깨닫게 됐습니다. 디자이너를 틀 안에 가두던, 저 스스로에게 품어왔던 선입견과 자기규정이 사라져 자유롭고 만족스럽습니다.”
2012 F/W 컨셉은 방랑과 유목을 뜻하는 ‘노마드(nomad).’ 테일러링에 충실했던 몇 시즌 전보다 훨씬 풍성하고 강렬해졌다. 강 이사는 현지 전문적인 파트너와 분업을 통해 “디자인 등 디자이너 본연의 업무에만 충실할 수 있게 됐다”며 올 하반기 ‘디그낙’의 국내 백화점과 편집매장의 메인 라인 유통망을 정비한 뒤 해외사업에 전념할 방침이다. 세컨 레이블 ‘D by D’는 국내 20~30대 남성을 타겟으로 지속 전개한다.
“처음 국내 백화점에 입점 했을 때, 이제 ‘솔리드 옴므’만이 남은 디자이너 남성복의 예전 같은 부흥기를 다시 한 번 일으켜보자고 의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브랜드와 디자이너 남성복 조닝이 백화점 유통에서 인큐베이팅 되기보다 하나의 구색처럼 여겨져 실망도 컸죠. 매출 성적도 무시할 수 없어 판매 경향을 아이템에 반영하려다보니 점차 ‘디그낙’이 보여주고 싶은 상품과 동떨어지게 되더군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다각적인 국내시장 경험으로 한국 남성들의 패션과 니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유통별 분화된 객층의 스펙과 감성의 차이, 실제 남성들의 니즈를 알 수 있게 됐다. 에이랜드 및 편집매장에는 슬림한 체형에 유니크한 감성의 20대 남성들이 즐겨 찾고, 고태용·지일근과 함께 동대문 두타에 입점한 멀티브랜드 매장 ‘인디비듀얼’에는 보다 든든한 체격에 무난한 취향의 고객이, 백화점은 그 가운데 쯤의 감성과 체격의 남성들이 찾는다고 한다.
강 이사는 유럽 체형과 감성에 적합한 ‘디그낙’ 메인 라인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하면서도 서울패션위크 남성컬렉션에 지속 참가할 방침이다. 홍보마케팅 효과보다도 디자이너로서 본연의 의지를 재충전하고 마음가짐을 가다듬고 싶기 때문이다.
“쇼를 끝내고 나면 마라톤을 완주한 것 같이 후련한 기분이 듭니다. 글로벌 패션 사이클에 발맞추고 밀라노와 런던, 서울에서 컬렉션을 공개할 겁니다. 시간차로 인한 ‘해외 명품의 카피’라는 국내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싶습니다. 최소 3시즌 이상 밀라노트레이드쇼에 컬렉션을 선보일 계획으로, 개인의 비즈니스 영역을 넘어 한국 패션의 역량을 검증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