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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인문학적 이해도 높은 기술 전문가, '열매를 취한다'
[오피니언 기고]인문학적 이해도 높은 기술 전문가, '열매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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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습득 이전 필수요소는?
탄생배경·과정·지향하는 가치
AI도 성찰력 있는 인문학적 이해 필수
필자는 공대를 나와 지금 공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런 나에게 특이한 이력이 하나 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교양대 학장을 맡은 것이다. 영어명인 ‘College of Liberal Arts’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교양교육은 언어는 물론,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역사학, 철학, 예술학, 과학 역사/철학 등의 교육을 담당하며 그 중요성이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교양대 학장은 대개 인문학 관련 교수님들이 맡아오던 게 관행이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주요 이슈였던 당시 “4차 산업혁명 시대, 콘텐츠가 왕이라면 컨텍스트는 신이다”라는 도서를 출간한 게 계기가 되어, 공대 교수인 나에게 특이한 임무가 주어졌다. 교양교육에 대한 별 개념이 없던지라 처음에는 막연했지만, 교양교육의 혁신이라는 주어진 과업을 하나하나 해가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은 보통 그 기술의 전문지식을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 과정을 마치고 해당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면 전문가가 된다. 이 사회에는 이미 이런 전문가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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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30여 년간 기술전문가로서의 생각이 교양대 학장 이후에 바뀐 것이 있다. 기술의 습득 이전에 반드시 그 기술의 탄생 배경과 과정, 그리고 그 기술이 지향하는 가치와 세상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기술에 대한 깊이 있고 성찰력 있는 인문학적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인공지능 전문가가 되려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파이선(Python)을 공부한다. 파이선은 배우기 쉽고, 전문 프로그래머가 아니더라도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이미 많은 인공지능 프레임워크와 라이브러리 등의 도구가 개발되어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제공되어, 용도에 맞게 갖다 쓰기만 하면 된다. 블록체인도 솔리디티(Solidity) 같은 전문 프로그래밍언어를 배우면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전문 기술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머무르면 단순 기술 노동자로 전락하고 만다. 이 기술들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 즉, “우리가 왜 인공지능을 해야 하나?”, “인공지능으로 우린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 등을 포함해서 인공지능의 세계관을 알면 기술전문가의 TOP 레벨로 등극할 수 있다. 단지 주어진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에 더해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인공지능으로 우리 집 주소를 알아내려고 하면 어떨까? 물론 인공지능 기술자들은 그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차량 블랙박스와 CCTV에 찍힌 영상과 내 스마트폰에 기록된 이동 경로 등 빅데이터를 입력하면 우리 집 주소를 정확히 추론할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틀렸다. 인공지능은 이런 경우 사용하라고 등장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집 주소는 그냥 저장된 DB의 주소란을 검색하면 나온다. 구구단이나 AND/OR 같은 논리연산의 문제를 굳이 인공지능이 풀 이유가 없다. 인공지능은 인식, 진단, 추론 등과 같이 뭔가 알긴 알겠는데, 한마디로 딱 특정해서 말할 수는 없는 지식을 사용하는 데 쓰인다. 이세돌 프로 9단이 다음 수를 두는 것은 공식이 아니라 그의 뇌 어딘 가에 분산되어 저장된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그의 지식이다. 글자를 보고 ‘A’라고 하거나, 음성을 듣고 ‘Yes’라고 하는 것을 맞추는 것도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인지의 문제이다. 특히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은 이런 걸 잘한다. 블록체인은 중앙집중식 시스템을 거부한다. 블록체인으로 아무리 프로그래밍을 잘해도 그 풀어내는 문제가 여전히 탈중앙화 세상을 다루지 않으면 잘못된 접근이다. 다양성 대신 생산성을 중요시하면 그건 블록체인이 아니다. 블록체인은 자율적인 규제를 전제로 하는데, 그걸 중앙에서 통제하겠다고 하는 순간, 그건 블록체인을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 이제 기술은 인문학과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기술전문가는 인문학적으로도 기술을 이해해야 하고, 인문학자는 기술의 사용자로서 기술의 활용법을 익혀야 한다. 결국 기술의 본질을 만지며 사용할 줄 아는 자가 그 기술이 꽃피운 열매를 가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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