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사업장 폐기물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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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물 수명 너무 짧아 자원낭비 비판
쓸 만한 건물도 허물어 건축물 수명 늘려야
2022년 국내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총 1억 8천만 톤이 넘는다. 국민 한 사람이 매일 10 kg씩 버리는 셈이다. 코로나19 유행 이전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 경기 불황으로 건축폐기물 발생량이 다소 줄었지만, 1회용품 사용 증가 등 상황변화로 인해 사업장폐기물은 되레 늘어나는 추세다. 근본적으로 의식주 생활의 제품사용주기를 늘려야 환경을 오염시키는 쓰레기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일상 제품은 수리해서 오래 쓰고, 충동구매를 줄이기도 한다. 그러나 냉난방과 상하수도 및 전기 설비가 구축된 건물과 집이 오래되면 수리보다 전면 재건축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아 건축폐기물이 대량으로 발생한다. 도시와 마을을 슬럼화시키지 않고 부분적으로 계속 수리하면서 오래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부는 도시 밀집 주거지 생활 개선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입한다. 예로, 2015년부터 약 5년 동안 진행된 서울시 창신숭인지구 도시재생사업에는 총 868억 원이 들어갔다. 사업이 끝난 뒤 평가는 ‘대체로 바뀐 것이 별로 없다’이다. 정말 그럴까. 전체 예산 중 70%인 607억 원이 공공시설 건립과 상하수도 개선 공사에 쓰였다. 도로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 들어갔다. 정부 사업의 속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도시 재생을 하면 ‘벽화만 그리거나 회의만 하다가 끝난다’라고 욕하지만 그건 너무 일방적인 비난이다. 도시 인프라와 민생을 동시에 개선하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
덴마크 코펜하겐 시청 옥상에서 시내를 돌아보면 4층 건물 시청보다 높은 건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건축 조례에 시청보다 높은 건물을 지으려면 반드시 시의회의 허가를 받게 되어 있는데, 거의 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인구 약 50만 명의 도시 기능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시내 공사 가능 구역과 일정도 통제하고 가급적 높은 건물을 짓지 않도록 하여 도로와 상하수도 에너지 등 인프라 확대를 최소화한다.
도시가 제대로 계획되지 않으면 주변 농·산촌 토지가 무한정 위성도시로 편입되고,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든 저소득층은 주변으로 밀려나 출퇴근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난개발되었던 도심지 밀집 주거지가 슬럼화되면, 일시에 재건축 재개발 사업으로 밀어 버려 아파트 대단지와 비즈니스 복합빌딩이 들어선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확대되어 온 과정이다. 저소득층 빈곤의 악순환을 자양분으로 화려하게 쌓아 올린 모래 위의 성이다.
문제는 쓸만한 건물도 허물고 새로 짓도록 몰아가는 것이다. 서울과 경기의 노른자위 땅 아파트들은 30년만 지나도 재건축 이야기가 시작된다. 건축물의 수명은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한번 완공된 건물은 세심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오래 간다. 하지만 관리주체가 자주 바뀌거나, 관리를 소홀히 여겨 비용을 적게 투입하면 건물은 부실해진다.
최초 설계도와 건물 관리 매뉴얼이 사라지고, 공사에 참여했던 업체들도 휴폐업으로 사라져 후속 관리가 어려운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동일 부품 교체로 유지·관리할 수 있는데도, 간단한 부품 하나가 없어서 큰 공사를 벌이게 된다.
거대 건설사가 수천억 원짜리 최첨단 공공건물을 지어도 그 후속 유지 관리 부실로 너무 빨리 건물이 노후화되고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건축폐기물을 줄이려면 건축물 수명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건축물 관리 선진화와 합리화를 위한 철저한 기준을 만들고 민간이 지키도록 해야 한다. 최초 건축 때 자료를 철저히 DB화하여 수리와 관리에 이용하도록 법률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부도 사유재산 건물의 내구연한을 법으로 강제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건물 수명이 타국에 비해 너무 짧아 자원 낭비가 심하다는 비판이 일자, 15년 넘은 건물에 대해서만 리모델링을 허가해 주는 것이 그나마 건축법에서 유일한 내구연한 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