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공시' 규정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상장사들은 2026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2022년 3월 발표했던 초안에 비해 많이 완화된 내용이라 ‘기업의 승리’라는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보수 정치권과 지방정부에선 이번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법적소송을 예고했다.
지난 6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의무공시대상에 해당되는 약 2800개의 상장기업은 26년 회계연도부터 ‘스코프1(직접 배출)’과 ‘스코프2(간접 배출)’를 공개해야 한다. 이밖에 기후관련 리스크와 대응전략, 자연재해로 인한 잠재적 손실 규모, 기후 관련 목표에 관한 정보 등도 보고하도록 했다. 다만 시총 2억5000달러 미만 기업들은 공시 의무가 면제되고, 논란이 되었던 ‘스코프3(공급망 내 배출)’ 공개의무는 이번 규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스코프3는 공급망과 고객이 배출하는 직간접적 온실가스까지 모두 포함된 배출량으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ESG 공시기준과 EU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RD)에서는 이미 공개가 의무화된 항목이다. 이에 미국 내 환경단체들은 스코프3가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약 70%를 차지한다며 이번 규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대편에선 지방정부와 기업들이 반발에 나섰다. 조지아와 앨라배마, 알래스카 등 공화당이 집권한 주들이 즉각 연합해 미국 애틀랜타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 SEC를 제소했다. 이번 기후공시가 기업들의 경영활동의 자유를 침해해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된다는 이유다. 한편 국내 금융당국은 내년에 도입하기로 했던 ESG의무 공시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