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예약한 곳도 물량확보 걱정…중국 내 수요 폭발
중국산 구스(거위털) 다운 충전재(솜털 80%, 깃털 20% 그레이 기준) 가격이 예년보다 50% 비싼 1kg당 110달러대까지 상승하면서 국내 업체가 공급받는 다운 물량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3월 중순에서 후반에는 물량 확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지만 2024년 가을겨울 패딩 제품에 사용될 소재인 다운(Down)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제2의 요소수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국내 패션섬유기업들은 가을겨울 패딩에 주로 사용하는 구스와 다운 원료를 80% 이상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생산량이 줄고 중국 내수 브랜드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고공행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1~2월 다운 가격이 급등했다. 일부 회사는 미리 계약한 물량도 확보가 어려울 수 있어 제2의 요소수사태인 중국발 다운 쇼크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신주원, 다음앤큐큐 등 업계에 따르면 다운 충전재는 작년 11월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중국 구스(8020 그레이) 다운 가격은 작년 10월 1kg당 70달러대에서 올해 2월 110달러대까지 뛰었다. 예년에 비해 50%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심지어 구스다운 가격 상승에 작년 10월 1kg당 30달러 후반대에 거래되는 덕다운도 올해 2월 50불대까지 올랐다. 여기에 헝가리 등 유럽피안 구스도 중국 영향으로 20불 이상 가격이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1~2월 다운 가격은 현재 실거래가라고 할 수 없고 호가 일 뿐이다”며 “예년 다운 가격이 높아도 80불대였다. 1~3월 다운 가격이 오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중국 내 중대형 프로모션 업체조차 물량 확보 상황에 대해 예측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그는 “2월말 현재 브랜드사에서 요구해도 물량을 구할 수 있다는 확답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신주원, 다음앤큐큐 등 프로모션 업체들은 원료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리 부킹(예약)한 패션업체 물량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직접 해외에 나가 최대한 다운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힘을 쏟는 모습이다.
국내 아웃도어 업체와 패션 대기업들은 다가오는 24 가을겨울 패딩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되는 구스와 덕다운 충전재를 11~12월에 부킹(예약)했지만, 물량이 확보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브랜드 소싱 관계자는 “기존 예약 물량외에도 다양한 루트를 통해 물량이 확보될지 별도로 알아보고 있다”며 “아웃도어의 경우 24FW 제품 생산에 돌입하는 시기가 빠르면 3월이다. 물량 확보가 안될 경우 당장 대체 소재 찾기가 어렵다. 올해 품질 관리에 더 신경쓸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 내 패딩 수요 높아, 국내 수요 대란
다운 가격이 올해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중국 내 패딩 생산이 예년보다 급등했다. 올해 중국 대형 브랜드가 구스다운 제품으로 차별화했다.
보통 구스다운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덕다운 충전재 제품을 많이 써 왔다. 또 광군제 전후로 왕홍 등 인플루언서가 구매한 제품을 따라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중국을 휩쓸면서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구스 다운 제품을 선호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메이저 공장들은 9월부터 다운 원료를 매집, 비축한다. 11월에 전세계 기업들로부터 1차 예약을, 춘절인 1월쯤에 2차 부킹을 잡는다. 올해는 11월부터 온라인, 틱톡,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의류 판매와 예약 주문이 늘었다.
또 업계 관계자는 “중국 중소 브랜드와 온라인 소규모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 생산이 가능해 7~10일이면 패딩 의류가 생산된다. 이에 다운 원료가격이 10~30%대 이상 비싸도 현금을 주고 샀다. 이익이 그만큼 남기 때문이다”며 다운 품귀 상황을 설명했다.
중국 북부 한파와 빙설 축제로 다운 원료 동나
또 다른 이유는 중국 북부 지역에 한파가 이어졌고 빙설 관광이 주목받으면서다. 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새해 연휴 기간 하얼빈을 방문한 전체 관광객 수는 300만 명 이상이다.
작년 중국 빙설 산업 규모는 약 8900억 위안(한화 164조9000억 원)에 달했다. 티몰(TMALL)에서 최근에 발표한 ‘신소비자 인기 브랜드 목록’에 따르면 올해 스키 부츠, 스키 의류, 스키 장갑 등이 인기 품목 리스트에 포함됐다. 30개 이상의 스키 장비 브랜드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스키 의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늘어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하얼빈 낮 기온은 영하 20도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롱다운자켓을 많이 입은 모습이 보였다. 12~1월 방문자 1억명 이상이었다”며 “작년 광군제 전후 라이브커머스, 틱톡을 통한 중소 브랜드 성장과 중국이 경기회복을 위한 오프라인 행사를 많이 진행해 패딩 수요가 늘었다”고 전했다.
세 번째 이유는 오리와 거위 고기 소비가 줄어 생산량이 감소해서다. 전세계 다운 충전재는 70~8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오리나 거위를 키워 고기를 팔고 남은 고가의 부산물이다. 농민의 인건비 상승과 사료값 상승 및 환경 규제가 강화돼 거위와 오리를 키우는 농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도 패스트 푸드의 치킨 수요량은 증가하고 경제적으로 가격이 싼 돼지고기를 더 먹게 됐다. 오리와 거위 고기가 비싸지면서 소비가 더 줄었다”며 “이에 반해 구스 패딩 소비는 증가하며 가격 상승 폭이 더 심해졌다”고 전했다.
다운 가격 상승 원인 남아, 시름
이번 다운 가격 급등 현상은 1~2월에 국한된 상황만이 아닐 것이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2025년 3월 하얼빈에서 제9회 동계아시아경기대회를 개최한다.
이에 중국의 대형 브랜드들은 패딩류 생산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키와 보드 등 겨울 스포츠와 빙등제 등 겨울관광이 늘어나고, 중국의 아웃도어 스포츠와 골프를 즐기는 인구수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다운 가격이 감소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특히 10년 전 2013년 조류독감 유행 때 가격 상승과 비교해도 올해는 물량 확보가 위태롭다.
업계 관계자는 “조류독감으로 가격이 폭등한 2013년 당시에는 하반기부터 다운 가격이 안정화돼 부킹이 안 된 물량을 30~50% 오른 가격으로 공급을 받았다”며 “올해는 춘절이 끝나도 현재 형성된 시세인 110불로 구매해야 할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운 충전재가격이 예년보다 두 배이상 비쌀 경우 브랜드들이 대체 소재를 찾거나 소비자가격을 높여야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산시기인 3월을 코앞에 두고 있어 변경이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다운 생산량은 매년 약 4~5만톤으로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