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기미를 보이면서 국내 면세점이 소폭 활기를 띄다 외국인 입국 제한조치가 시행되면서 다시 침체 분위기로 가라앉고 있다. 2~3월 바닥을 쳤던 면세점 매출은 4월 들어 상황이 안정되면서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다. 지난 4월 12일 찾은 현대면세점 동대문점 9층 K패션관의 MLB, 아크메드라비 매장에는 중국 라이브 방송을 하는 팀이 다수 눈에 띄었다.
면세 벤더업체 리슨업 김정욱 대표는 “2~3월 저점을 지나고 4월초를 지나면서 면세 수요가 조금씩 일어나는 추세였다. 이런 상황에 맞춰 S/S 상품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업계는 되살아나는 반짝 경기에 기대감을 가졌지만 갑작스런 외국인 입국제한 조치는 살아나는 경기에 다시 악재가 됐다. 코로나19 사태 안정으로 중국에 상품을 보내기 위해 분주하던 따이공 물건 구매가 다시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영향으로 중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일부 브랜드 매출은 전년 대비 20~25%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당연한 조치로 받아들이지만 외국인 입국제한이 시행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에 있는 중국 바이어들은 한국에 잔류해 있는 단기비자 중국인들이다. 비자만료와 항공권 기간이 다하는 5월부터는 이마저도 없을 것 같아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면세 업계 관계자는 “5월부터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지만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단순 유통의 문제가 아니라 항공, 여행업 등 제반 여건이 정상화돼야 하는 문제라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면세업종에 진입한 국내 패션브랜드는 면세특별할인가격을 적용하고 상품 마진을 최소화하면서 외형 확대에 주력해 왔다. 비록 수익은 낮지만 브랜드 홍보, 선전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신규 브랜드는 코로나19 여파로 면세시장 진입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통상 면세 업체들은 미리 수요를 예측해 물건을 선매입한 후 판매하지만 국내 패션 면세전문 벤더들이 생기면서 위탁 방식으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 13일부터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90개 국가에 대해 사증면제·무사증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이미 발급한 90일 이내 단기사증의 효력을 모두 정지시켰다. 이에 따라 13일 이후 약 5일간 단기 체류 외국인 입국자는 하루 평균 87명에 그쳤다. 제한 조치 시행 전과 비교하면 53%나 감소했다. 1년 전 동기간 평균 입국자(4만 5699명)와 비교하면 99.8%나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