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19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117회 세계 최대 핸드백 전시회 ‘미펠2020FW‘가 열린 세계 3위 전시장규모 이탈리아 피에라(Rho Fiera, 34만5000㎡) 전시장은 전세계 바이어와 업계 관계자들 이목이 집중됐다.
대규모 패션산업 트렌드를 총망라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핸드백 액세서리 전시회인 ‘미펠’과 슈즈 전시회 ‘미캄’, ‘호미’ 패션&주얼리 박람회가 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3개 B2B 전시가 같은 기간에 열리면서 방문객은 15만여명에 달했다.
이 기간 전시장 인근과 지하철로 40여분 거리 이탈리아 밀라노 중앙역(첸트랄레) 부근은 해외 바이어들과 패션섬유업계 관계자들로 호텔은 빈방이 없었다. 전시장과 연결된 지하철 1호선도 사람들로 붐볐다.
피에라 전시장은 전세계 전시 허브로 손꼽힌다. 연간 110회 이상 전시회가 열리고 총 4만2000개 이상 부스가 참여한다. 인테리어, 패션, 섬유, 피혁, 가구 전시회가 개최된다. 지난 2월 16일~19일 열린 ‘미펠전’은 전세계 98개국 리테일러들과 1만2000여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에서는 블루마운틴과 미샤 등이 바이어로 참석했다. 이탈리아 참여기업들은 장인정신과 유니크함한 제품으로 성과를 냈다. 볼드리니 셀레리아(Boldrini SELL-ERIA)사측은 “이탈리아 현재와 일본 고객 방문이 많았다.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바이어가 작년보다 조금 적은 편이지만 기존 시그니처 아이템에 재오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개막 첫날인 16일에는 말레이시아 바이어와 신규 거래를 했다”며 “이날 말레이시아 바이어가 200여개 핸드백 주문을 했다”고 밝혔다.
란제티(LANZETTI) 핸드백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렉시아펠(LEXIAPEL)사의 안드레아 란제티(Andrea Lanzetti) 대표는 “유럽 바이어가 가죽제품을 선호하고 여성스러운 제품과 실용적 제품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란제티는 100여년된 브랜드다.
장인들이 연간 2만개 이상 메이드인 이탈리아 핸드백을 만들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소가죽의 클래식한 아이템과 에코퍼의 트렌드한 라인을 선보였다. 브랜드에 특화된 스톤을 가방 손잡이에 끼워 장식해 유니크하다.
아시아와 뉴욕 브랜드도 참여해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200여개 회원사를 가진 일본 도요타가방은 7개 가방브랜드가 참여했다. 도요타지방은 가죽과 원부자재, 완제품까지 가죽산업이 발전된 도시다. 도요타가방측은 “일본 제품들은 높은 퀄리티와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참여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탈리아와 중동, 스페인 바이어가 관심이 많았지만 가격이 높은 편이라 샘플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신진 디자이너존 ‘시나리오 테마존’에서는 비건 컨셉의 뉴욕 브랜드 ‘알케메 아틀리에(Alkeme Atelier)’가 친환경 아이템을 선보이며 바이어 주목을 받았다.
이번 미펠전에서는 FW20/21트렌드 세미나를 비롯한 에코 서스테이너빌리티(지속가능성)에 집중하며 중소 브랜드들이 함께 성장을 모색하는 다양한 주제 세미나가 열렸다. 밀레니얼과 Z세대 고객에게 가치를 높일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도 개최했다.
미펠 전시회는 주관하는 아소펠레띠에리(ASSOPELLETTIERI·이탈리아가죽협회)가 주관한다. 매년 2월과 9월 밀라노 패션위크 주간에 열린다. 아소펠레띠에리(이탈리아가죽협회) 미펠 총괄 디렉터인 대니 달레산드로(DANNY D’ALESSANDRO)는 “이번 전시는 셀링(판매)하는 비즈니스 전시가 아니라 네트워킹 비즈니스로 정보를 나누는 전시회에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미펠전은 젊은 브랜드가 30% 규모로 참여했고 중저가 브랜드도 20%정도 부스를 꾸몄다. 이는 바이어나 소비자가 원하는 마켓 가격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시장이 성장하면서 마켓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며 “고퀄리티 브랜드와 함께 중저가 브랜드도 비즈니스 시장 니즈에 맞게 참여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걱정을 했지만 작년 동기간 대비 참여률이 20% 더 늘었다. 바이어 중심으로 소통하고 해외수출에 나서 실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가방제조 5500여 중소기업이 산업 이끌어
섬유패션수출 작년 상반기 258억 달러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명성 유지
이탈리아 통계청(ISTAT)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는 상반기(2019년1월~6월) 전년 동기간 대비 -5.1% 감소한 2660억 달러를 해외에 수출했다. 독일, 프랑스, 미국 순으로 많이 팔았다. 수출 품목별 의류, 신발, 핸드백을 포함한 패션섬유수출은 258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전기 기계와 장비 반도체 부속품 부문(475억) 다음으로 큰 규모다. 전체 수출은 줄었지만 부문별로 살펴보면 제약과 가죽핸드백과 보석류는 시장 점유율이 늘었다. 전년 동기간 대비 제약(21.32%)부문에 이어 가죽핸드백부문(15.54%)은 2번째로 높다.
이탈리아는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산업이 크게 발전하면서 패션산업 경쟁력이 높아졌다. 패션의 중심지였던 파리 하청업체로 출발한 기업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목받기 시작해 현재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통 가죽과 핸드백, 신발, 패션섬유, 가구 제조산업을 기반으로 한 중소기업이 강하다. 패션 강국으로 성장한 이탈리아 경제중심지인 밀라노에는 명품기업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라다 본사가 있다. 제조기반 가방 중소기업이 5500여개사가 넘는다.
한국은 핸드백 중소기업 협회가 없어 전체 규모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2019년 이탈리아 제품 수입량은 전년대비 1.28% 늘었다. 이탈리아 무역공사(ITA) 회장 카를로 페러(Carlo Ferro)은 “한국 소비자들은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에 점점 관심이 많다.
패션, 인테리어, 기계 등에 더 관심이 높은 만큼 한국시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2019년 해외수출은 2018년 대비 2.3% 증가했다고 전했다.
아소펠레띠에리(ASSOPELLETTIERI ·이탈리아가죽협회) 미펠 총괄 디렉터 대니 달레산드로는 “오랜 역사와 경험을 거울삼아 브랜드가 자유롭게 전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협회는 브랜드와 클라이언트가 자유롭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연결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2000년대 이후 중국과 인접국가 저가제품 공세로 경쟁력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산업 중심 북부지역과 농업, 어업 중심 남부지역간 소득 격차가 심하다. 북부지역은 완전고용 상태인 반면 남부지역은 실업률이 50%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유럽경제통화동맹에 가입하고 유로화가 도입되면서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30년 활동한 한국교민은 “유럽공동체 가입 이전 리라화를 사용하던 때와 비교하면 유로화는 2배 가까이 올랐다”며 “이에 반해 월급 상승은 그에 못 미쳐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탈리아 업체들은 원부자재 원가 상승으로 중국 생산을 늘리면서 중소 브랜드가 만드는 메이드인 이탈리아 제품에 대한 경쟁력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