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열 실장, 위드인24·스피트팩토어 강조
성기학 회장 “韓섬유패션산업은 1000억불 가치”
봉제강국 베트남처럼 정부·기업 한데 뭉쳐야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신년사에서 “2020년은 나와 이웃의 삶이 고르게 나아지고 경제가 힘차게 도약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포용·혁신·공정에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은 우리 경제와 사회를 둘러싼 공기와 같다. 공정이 바탕에 있어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우리 경제사회가 숨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주52시간제’ 안착을 지원하고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높여 나가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공정과 ‘주 52시간제’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 유정열 실장은 ‘2020 섬유패션인 신년인사회’에서 “작년 6월 발표한 섬유패션산업 활력제고 방안에 따라 봉제 염색 신발 등 분야 스피드팩토어 핵심기술개발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작년 4월 출범한 동대문 ‘위드인24’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ICT를 융합해 개성을 살리고 제작기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제2호 남성맞춤 의류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의와 공정의 이름으로 ‘주 52시간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을 강조했고 유 실장은 국내 섬유패션산업 활성화 키워드로 ‘위드인24’와 스피드팩토어, 친환경을 선택했다. 정부 정책은 정해졌고 이 방향으로 나갈 것은 자명한 일이나 업종 특성에 맞는 다양한 보완 정책이 준비 시행돼야 하는데 현재 그런 조치가 얼마나 이뤄졌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民·官·産이 한 자리에 모여 중의를 세우고 이해를 모아가는 과정은 그 어떤 일보다 엄중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7일 섬유센터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만난 국내 섬유패션단체장의 목소리는 이런 ‘과정’의 정당성과 합리성에 의심을 품게 한다. 이날 만난 많은 단체장들에게서 “대구경북 섬유산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는 있나” “직물업계 고충을 기사에 반영해 달라” 같은 질책과 주문이 쏟아졌다. 기업 CEO 입에서는 “국내에서 기업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토로가 거침없이 뱉아졌다.
‘위드인24’ 관련 산업부는 2018년 11월부터 동대문 현황, 시장변화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와 업계 의견을 수렴해 왔지만 사전 준비가 미흡했고 운영 역시 미숙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 “동대문은 소량생산과 공장형 생산 시스템이 공존하고 있지만 개인화 서비스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정부에서는 옷을 안 만들어봐서 현실을 모른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운영기관인 한국패션산업협회는 효율적 예산집행 및 정책지원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불합리한 부분을 다듬고 고치고 있지만 9개월여가 지난 지금도 이런 지적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정부 사업은 시작단계부터 전문가와 관련 기업 중의를 모으고 컨셉을 명확히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담당부서 책임자 전문성이 떨어진다면 섣불리 시작하면 안된다. 관련 산업 시장을 명확히 이해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문가 집단의 중의를 들어야 한다. 성과에 급급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7일 섬유센터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성기학 회장은 “52시간 근로단축, 최저임금 같은 문제를 애절하게 얘기할 때 이걸 ‘진지하게’ 들어주는 분이 없었다. 우리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정부정책을 불평하는 건 아니다. 정부와 입법자들이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서 잘 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하는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애절한 마음이다”는 말은 쉽게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성 회장은 미리 준비한 신년사는 밀쳐 두고 10여분 넘게 즉석 스피치를 이어갔다. 작년 연말 방글라데시에서 가슴속에 품었던 고민들을 격정적으로 풀어낸 듯하다. 그는 “한국처럼 방글라데시에서도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한국 섬유패션산업은 1000억불짜리 가치가 있는 산업”이라며 “모두 함께 마음을 모아 산업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한 해로 열심히 뛰어보자”는 다짐을 했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매력 중 으뜸은 폭포위에 걸려 있는 무지개 다리다. 이 다리는 질긴 금속 와이어와 단단한 발판으로 이뤄져 있지만 처음 폭포 사이를 연결한 다리의 시작은 가느다란 실 한 가닥이었다. 새해 벽두, 새로운 한 가닥 실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