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버튼은 지난해 9월 세계 4대 패션위크 중 하나인 런던패션위크에 세 번째로 2020 S/S컬렉션을 올렸다. ‘푸시버튼’ 박승건 디자이너는 국내 매스시장이 크게 부상할 때 혼자 독자적인 길을 개척했다.
매스시장과 타협보다 독창성에 집중하면서 해외 팬덤이 형성된 사례다. 2011년 서울패션위크 컬렉션에 서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빅 바이어들의 눈에 띄어 해외 홀세일을 시작했다. 네타포르테와 샵밥, 쎈스, 루이자비아로마, 더 모디스트 등을 비롯 하비니콜스, 허드슨베이, 갤러리 라빠예뜨 등 해외 유명 백화점과 온라인몰, 편집샵에 입점 돼있다. 중국 상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해외 비중이 60~70%에 달한다.
해외에서 더 알아봐주는 키치하고 위트 넘치는, 푸시버튼은 잘 팔리는 흔한 옷보다 안 팔리는 우리만의 옷을 만들어 보자에서 시작했다. 현재는 한국 패션을 대변하는 대표 브랜드로 불리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박승건 디자이너는 “유니크한 패션 스타일이 푸시버튼의 정체성이다보니 자연스럽게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한해 한해 성과를 내고 푸시버튼 옷을 알아봐주는 시각이 생기면서 한국패션을 바라보는 시각과 위상도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패션에 있어 한국적인 것은 과거 전통적 스타일이 아닌, 동시대 흐름과 감성을 반영한 디자인이다. 브랜드 고유의 아카이브를 담아야 한다. 아카이브는 믿음이며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간의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 속에서 디자이너들은 대중적인 타협과 독창성의 갈림길에서 망설인다. 푸시버튼은 독창성에 집중하겠다는 결단으로 세계무대에서 ‘푸시버튼 패션· 푸시버튼 스타일’로 정의되는 길을 택했다.
박 디자이너는 “홍콩 유명 편집숍 오너가 푸시버튼은 언제나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할 때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를 느낀다”고 전했다.
다양성이 공존할 수 있는 해외 시장은 무모해보이고 두렵지만 디자이너들에게는 가볼만한 도전이다. 시대상을 반영한 새로움을 담으면서도 뚜렷한 정체성을 보여준다면 명확하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 과거에는 디자이너들이 멀티플레이어로 팔방미인이 되는 것이 대세였다. 하지만 현재는 디자이너가 일당백을 하는 인력 구성은 오래 갈 수 없다고 조언한다.
박 디자이너는 “해외에서 어느 정도 스케일업이 되었을 때 팀플레이가 정말 중요하다. 해외 바이어들에게 찰나의 시간 안에 푸시버튼이라는 브랜드를 다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크루쉽이 발현되야 가능하다.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이제 체계적인 조직력을 갖춰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내려놓고 비움의 연속이다. 성과가 좋았던 것은 우리 팀의 호흡이 훌륭했다. 잘못된 일은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잘못했나부터 출발한다”고 말했다.
박 디자이너는 “DDP라는 공간에서 서울패션위크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국가적 신임과 서울의 위상도 높아졌다. 적절한 출혈과 수혈이 이뤄지면서 해외 시장의 플랫폼이 활짝 열렸다”며 “공정한 경쟁 속에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코리안파워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덧붙여 “푸시버튼은 시대흐름을 투영하고 언제나 동시대적 브랜드로 머물러 있고 싶다. 세월이 흐를수록 고객과 함께 늙어가는 여성복이 아닌, 세대가 거쳐가는 브랜드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푸시버튼은 올 상반기 또 다른 브랜드 런칭을 준비 중이다. 패션계의 피터팬인 그가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을 벌일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