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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소비 주체로 떠오른 Z세대 백서 - “너와 내가 다른 거? 인정! 간섭하지 말아줘”
미래 소비 주체로 떠오른 Z세대 백서 - “너와 내가 다른 거? 인정! 간섭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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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는 새롭게 떠오르는 소비 트렌드 리더다. Z세대는 2020년 현재 갓 태어난 아기부터 20대 중반까지(1993~2020년 출생)를 일컬으며, 주로 X세대(1965~1980년 출생) 자녀다. 기성세대가 보기에 Z세대는 언뜻 산만하고 구매액도 적은 애들로 보인다. 그러나 Z세대는 실 구매력이 약한 데 비해, 온라인과 가정 소비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5060세대는 자녀에게 물품 정보를 찾아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기업 임원직을 맡은 X 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는 Z세대 특성을 파악해 구매전환율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틀딱충은 어린 사람을 무시하는 나이 많은 사람을 비꼬아 표현하는 단어다. ‘틀니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는 사람’을 줄여 틀딱 또는 틀딱충이라고 부른다. ‘ㄴㄷㅌ’은 ‘네, 다음 틀딱’을 줄여 초성을 따 만든 단어다. ‘상메’는 상태 메시지를 뜻한다. Z세대는 윗 세대와의 소통 단절을 드러내 놓고 표현한다.
틀딱충은 어린 사람을 무시하는 나이 많은 사람을 비꼬아 표현하는 단어다. ‘틀니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는 사람’을 줄여 틀딱 또는 틀딱충이라고 부른다. ‘ㄴㄷㅌ’은 ‘네, 다음 틀딱’을 줄여 초성을 따 만든 단어다. ‘상메’는 상태 메시지를 뜻한다. Z세대는 윗 세대와의 소통 단절을 드러내 놓고 표현한다.

▶콘텐츠 생산·소비 동시 이뤄지는 최초 세대
태어날 때부터 온오프라인을 넘나들었던 Z세대는 더 이상 텔레비전에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가 나오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모르는 게 생기면 곧바로 유튜브를 검색한다. 휘파람 부는 방법을 검색하면 자신이 시도해 본 방법을 모두 알려준다. 유튜브 세계에서 유튜버에 대한 신뢰도는 구독자수와 조회수에 비례한다. 친구처럼 쉽고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인플루언서가 1020에게 재미없고 졸린 전문가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

Z세대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스스로 생산한다.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을 전공하는 윤다희씨(00년생)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 브이로그(Vlog, 비디오 블로그)에서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고 체크리스트를 작성한다. 영상을 보고 나면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가 없다. 윤다희씨는 여행을 다녀오면 인스타그램에 #여행데일리룩을 올려 다른 사람이 정보를 얻는 새로운 출처가 된다.

세밑의 홍대 밤거리 풍경. 홍대는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들이 잔뜩 모이는 곳이다. 성별과 국적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주제만 겹치면 친구를 만들 수 있다.
세밑의 홍대 밤거리 풍경. 홍대는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들이 잔뜩 모이는 곳이다. 성별과 국적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주제만 겹치면 친구를 만들 수 있다.

옷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우선 유튜브에서 옷과 스타일링을 추천받는다. 무신사와 서울스토어에서 후기를 기반으로 옷을 고르고, 오프라인 편집샵 바인드나 에이랜드, 원더플레이스에 들러 옷을 입어본다. 옷이 마음에 들면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가장 저렴한 곳에서 주문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옷을 구매했으면 사진 후기를 등록한다. 다른 소비자들은 이 후기를 보고 자신에게 옷이 어울릴지 판단한다.

▶고기 없어도, 술 없어도, 나는 나야
재미없으면 다음 영상을 누르는 Z세대는 나와 타인의 서로 다른 취향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반대로 새롭고 재미있다면 선입견 없이 관심을 갖는다. 각자 취향에 맞는 사람끼리 모이는 오픈카톡방과 커뮤니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만 즐기고 드러낸다.

주로 아이돌, 비건, 환경보호, 운동, 게임, 뷰티를 중심으로 뭉친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면 참여하고 아니면 빠지는’ 의사소통 방식에 익숙하다. 나와 다른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성소수자나 페미니즘 이슈에도 앞 세대보다 거부감이 덜하다.

유튜브 한국여자 계정을 운영하는 차지원 씨는 기성 세대를 계속 외면하기는 힘들다면서 꾸준히 소통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페미니즘을 비아냥대거나 무시하는 사람들 때문에 괴로워하기보다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다보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다.
유튜브 한국여자 계정을 운영하는 차지원 씨는 기성 세대를 계속 외면하기는 힘들다면서 꾸준히 소통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페미니즘을 비아냥대거나 무시하는 사람들 때문에 괴로워하기보다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다보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다.

약 5만명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한국여자’ 계정을 운영하는 차지원씨(25)는 일상 속 탈(脫)코르셋과 페미니즘을 이야기한다. 현재 Z세대 뷰티는 항상 예쁜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화장을 하는 사람과 ‘예쁜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늘어나는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차지원씨는 “태어날 때부터 미디어에서 강조하는 ‘예쁜 여성’을 보며 자란 1020은 (예쁜 여성이 돼야 한다는) 압박을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여자 채널 구독자 중에 계속 화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자 채널에는 페미니즘 채널 구독자면서 페미니즘을 실천하지 못한다고 비난하거나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의견이 거의 없다. 서로 좋아하는 주제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비건들은 비건 레시피와 비건 정보를 공유한다. 팟럭파티(Potlock Party)는 각자 가져온 음식을 조금씩 나눠 먹는 파티로, 비건들은 비건팟럭파티로 모이기도 한다.
비건들은 비건 레시피와 비건 정보를 공유한다. 팟럭파티(Potlock Party)는 각자 가져온 음식을 조금씩 나눠 먹는 파티로, 비건들은 비건팟럭파티로 모이기도 한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전공인 김효진씨(23)는 비건으로 생활하고 있다. 비건은 보통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일상에서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김효진씨는 “기성세대로부터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 인간이 아니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은 적도 있다”며 “이들에게 아직 ‘비건’은 음식을 고를 때 고려할 필요 없는 사항인가보다”고 말했다. 기성 세대에게는 고생한 후배에게 술과 고기를 사주는 회식 문화가 형성될 정도로 단체로 고기 먹는 문화가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반면, Z세대 사회에서는 고기를 먹지 않아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경쟁보다는 자기 가치 추구에 매진
Z세대 신입사원은 앞선 세대가 제대로 소통해보려고 하기 전에 직장을 그만둔다. 명절에 만난 Z세대는 친척어른의 대학취업결혼 질문에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대충 대답하고서 다음 명절에 나타나지 않는다. 하루종일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는 어린 조카에게 장난스럽게 ‘맨날 폰만 하냐’고 다가가면 친구에게 ‘네다틀(네, 다음 틀딱)’이라는 페이스북 메세지를 보내고 끄는 장면을 보게 된다.

기성세대가 ‘여가시간에 뭘하고 노냐’고 물으면 혼자 카페에 가거나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며 ‘쉰다’고 대답한다. 김효진씨는 “우리는 (부모 세대처럼) 부모가 시키는 대로 행동한다고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세대가 아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살아남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생 취업할 자격을 얻기 위해 노력한 1020은 이미 밖에 나가 놀기에 지쳤다. 쉬는 시간에 재미있는 콘텐츠만 빨리 몰아볼 여유 밖에 없다. 시간이 맞는 친구가 생기면 잠깐 만난다.

이들은 ‘자신’만 살 수 있는 물건을 사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 들른다. 수량이 한정된 수제품이나 더 이상 구매할 수 없는 구제 옷을 구하러 돌아다닌다. 조던 매장 문 앞에 나이키 옷을 입고 낚시의자에 앉은 사람들이 붐비고, 신발 리셀(Resell, 비싼 가격에 재판매) 앱이 인기 있는 이유다. 반대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물건이라면 중고거래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들은 다 쓴 교과서와 방구석에 있던 참치 캔을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에 올린다.

▶Z세대가 바라는 소통은 ‘무시가 아닌 이해’
젊은 세대를 무시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영어로는 #Ok, Boomer(또 베이비부머네) 한국어로는 #틀딱(틀니 딱딱 소리 내는 사람)으로 불린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나 때는 말이야”를 두고 ‘라떼 이즈 홀스(Latte is horse)’라고 비꼬아 말한 지 오래다.

Z세대는 ‘니가 그런다고 세상이 변하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지겹다. ‘그런다고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고 자랐다. 실제로 스웨덴 태생의 16세(03년생)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UN에서 환경오염을 주제로 연설해 전세계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펭수는 유튜버로 시작해 텔레비전에 역진출했다. 10살로 설정된 펭수 캐릭터는 상대와 동등한 위치에서 ‘다름’을 추구하는 1020 모습을 잘 나타낸다.
펭수는 유튜버로 시작해 텔레비전에 역진출했다. 10살로 설정된 펭수 캐릭터는 상대와 동등한 위치에서 ‘다름’을 추구하는 1020 모습을 잘 나타낸다.

10살 크리에이터 펭수는 Z세대가 원하는 소통을 보여주기로 유명하다. 펭수는 교육 방송 캐릭터라 장유유서를 지킬 법하지만EBS 대표를 ‘사장님’ 대신 ‘김명중’으로 부른다. ‘김명중’은 고유명사가 됐고, 네티즌들은 ‘예의 없다’고 말하지 않고 ‘처음으로 다른 회사 사장 이름을 외우게 됐다’고 댓글을 남긴다. 김명중 신임사장도 동등한 위치에서 펭수를 대하면서, 인기 캐릭터 펭수가 그려진 캘린더는 3시간 만에 10만부가 팔렸다.

Z세대와 X세대 갈등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조금은 참고 견디던 밀레니얼보다 더 심하다.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을 전공하는 김민주씨(22)는 “명절마다 ‘네 사촌은 이렇게 잘났는데 너는 어쩌려고 그러냐’며 경쟁을 붙이는 친척들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친척들은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꿈이 아닌,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세우고 싶은 김민주씨가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할까 걱정했다.

X세대는 자신이 자란대로 자녀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어 결혼까지 성공하길 바랐다. ‘유튜버로는 안정적으로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제 공부만 열심히 해서는 높아진 생활 수준에 맞춰 살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90년생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로 대기업 임직원이 해고되는 상황에 익숙하다.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비건은 한국 사회에서 아직 낯선 개념이다. 낫아워스 신하나 대표(왼쪽)는 다양성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가 쉽게 비건을 이해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박진영 공동대표.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비건은 한국 사회에서 아직 낯선 개념이다. 낫아워스 신하나 대표(왼쪽)는 다양성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가 쉽게 비건을 이해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박진영 공동대표.

비건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 신하나 대표는 “아직 한국 기성세대에게 비건 패션 가치를 알리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한국 사회는 이제 윤리적 깃털 채취(RDS인증)를 시작한 단계에 와있다”고 밝혔다.

Z세대와 기성 세대 소통 단절에 대해 낫아워스 박진영 대표는 “Z세대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고 행동에 나서는 이유는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기성 세대는 새로운 세대가 세상을 바꾸려고 할 때 무시하곤 한다. 지금 세대는 이전 세대가 만들어 둔 세상에서 태어났고, 거기에 답답함을 느껴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스토어 윤반석 대표는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새롭게 등장하는 사람들에게 이전 세대가 맞춰야 한다”며 “새로운 세대에게 과거의 관습대로 맞추라고 강요하면 그 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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