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일 무역전쟁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양국간 갈등이 무역전쟁 양상으로 돌입했다. 이는 일본제품 불매 운동으로 확산되면서 일본 대표 브랜드인 유니클로, 데상트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 유니클로는 불매운동 초기인 지난 7월에만 매출이 20~30% 이상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브랜드 부진은 국내 SPA시장 판도에 변화를 몰고 왔다. 토종 브랜드인 스파오, 탑텐은 반일 기류를 타고 11월 중 SPA시장 점유율을 2배 이상(8개 전업 카드사 매출 기준) 높였다. 특히 유니클로 ‘히트텍’의 독무대였던 발열내의 시장은 BYC, 쌍방울 등 국내 브랜드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국내 최초 독자기술로 탄소섬유 생산에 성공한 효성은 일본의 수출규제 대항마로 주목받기도 했다.
2. 코오롱, 원사사업 철수
한국 나일론 산업의 역사인 코오롱머티리얼이 원사사업 철수를 전격 단행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코오롱은 악성 재고를 줄이고 경영 정상화에 집중했지만 수년간 750억여원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회생의 가닥을 잡지 못했다. 또다른 원사메이커인 티케이케미칼은 4월 코오롱의 원사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티케이케미칼은 사업부 인수 이후 복합 방사분야 우수한 기술력과 최신 설비를 갖추고 폴리에스터 차별화 시장 주도권을 쥐게 됐다. 김해규 티케이케미칼 대표는 “코오롱머티리얼과 협력해 빠른 시일내 생산 설비 이전과 품질 안정화를 마치고 제품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최산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3. 패션 온라인 플랫폼 약진
올해는 무신사, W컨셉, 29CM 등 패션전문 온라인 플랫폼 약진의 원년으로 기록될 만하다. 백화점과 마트 매출은 감소 추세지만 이들 3사는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패션 온라인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무신사는 12월 초 세계 최대 벤처캐피탈 ‘세쿼이아캐피털’에서 1900억원을 투자 받아 성장 드라이브에 큰 동력을 얻었다. 무신사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국내에서 10번째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W컨셉과 29CM는 올해 각각 33%, 10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연말에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무신사가 2위 업체인 W컨셉 인수를 타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4. ‘최저임금·근로시간단축’에 휘청대는 산업
최저임금 상승으로 타격을 받은 한국 경제는 근로시간 단축 영향으로 더욱 깊은 악순환의 길로 접어들었다. 과거 대기업 위주였던 해외 투자 기조에 중소기업까지 합류했다. 중소기업 해외투자는 올해 150억 달러(약 17조 8000억원)를 돌파, 1980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증시상장 1호 기업인 경방은 공장을 폐쇄하고 11월 말 용인공장 장비를 뜯어 베트남 이전을 시작했다. 봉제에서 시작된 섬유 제조업의 해외투자가 직물, 면방까지 확산되면서 국내 산업공동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 통합 한국패션산업협회 출범
한국패션협회와 한국의류산업협회를 통합한 한국패션산업협회가 정식 출범함으로써 예산과 조직규모에서 국내 최대 섬유패션단체로 거듭났다. 통합 한국패션산업협회는 조직을 4개 사업부로 개편하고 2월 28일 첫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열었다.
향후 회원사 권익보호와 신생기업 및 디자이너 육성, 글로벌 진출지원 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 의류 수출업계 권익을 대변하던 전 한국의류산업협회 회원사들 흡수가 미진하고 관련 정책 개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향후 행보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6. 위기의 수제화 산업
작년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던 파업의 여진이 끝나지 않았다. 올해는 악화되는 경영환경과 경기부진으로 수제화 메카 성수동의 산업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소페 납품 3개 협력공장이 문을 닫았고 동대문을 주 거래선으로 하는 대형 공장 폐업도 뒤를 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50억원 예산의 서울시 ‘성수수제화 지원사업’조차 좌초됐다. 서울시는 사업자를 재공모해 사업을 다시 추진할 예정이지만 일정이 지연되면서 지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제화공의 공임인상에 이은 퇴직금 소송은 아직도 분쟁의 불씨를 남겨둔 상태여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7. 패션 AI시대 본격 도래
올해 국내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예측가능 패션 솔루션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날로 다양화하는 소비자 취향을 따라잡고 개인 맞춤형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 노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반유니온은 AI를 적용한 ‘사만다MD’로 7월 원피스 한 종류로만 1억5000만원 매출을 올렸다.
삼성물산패션부문은 빅데이터 연구업체 더아이엠씨와 협력해 패션 AI텍스토미를 개발했다. 시리스파트너스와 협업한 국내 유명 브랜드는 AI를 활용한 제품을 내년 상반기 선보일 계획이다. 기업은 패션AI를 통해 소비자 선호도를 예측하고 매출로 연결시키면서 울트라 패스트 패션을 선보이는 동력을 장착하고 있다.
8. 소비 주체로 떠오른 MZ 세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MZ(밀레니얼과 Z세대)가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시대 유통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활용이 자유로운 이들 세대를 이해하고 소비습관을 읽어야 온오프라인에서 핵심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올해는 온라인 쇼핑의 큰 축으로 부상한 MZ세대를 사로잡는 신기술과 신유통이 등장하고 거대 플랫폼이 탄생했다. 반면 오프라인 브랜드는 고객 이탈이 심화되면서 경영환경이 악화됐다. 패션전문 대기업 계열 라푸마, 티렌은 브랜드를 중단했고 데코앤이는 부도소식을 알렸다.
9. 대세로 떠오른 친환경·윤리적 패션
친환경(Eco-Friendly)과 윤리적 패션(Ethical fashion)이 화두가 된 한해였다. 가치소비와 착한소비가 최신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패션기업과 브랜드는 사회공헌을 통한 이미지 제고에 심혈을 기울였다.
삼성물산패션부문, 코오롱인터스트리FnC부문, 한세실업, 블랙야크, 케이브랜드, 던필드그룹 등 대부분 기업이 합류했다. 삼성물산은 패션뿐만 아니라 건설, 상사, 리조트 등 4개 부문에서 ‘삼성물산 사회공헌단’을 출범시켰고 블랙야크는 황사방지를 위해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에 생태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런칭했다.
10. 대형패션기업 e비즈니스 강화
삼성물산, 코오롱인더스트리, 신원, 세정 등 대형 패션기업들은 온라인 전용브랜드를 런칭하고 유통채널을 강화했다. 삼성물산패션부문은 전개를 중단했던 ‘엠비오’를 3년만에 온라인 전용 남성복으로 부활시켰고 여성복에서는 구호의 세컨라인 ‘구호플러스’를 런칭했다.
코오롱FnC 역시 시리즈의 두 번째 세컨브랜드‘에스로우(S’LOW)’를 런칭하고 ‘헤드’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화 했다. 세정은 일리앤, 올리바아비, 웰메이드컴 등 3개 온라인 브랜드를 시작했다. 각 기업들은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통해 총력전 양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