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웃도어 산업에 ‘성장’ 다음 단계를 고민할 때가 왔다. 블랙야크 남윤주 팀장은 ‘아웃도어 산업이 변곡점에 이르렀다’는 강태선 회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최근 5년간 고민했던 블랙야크 내부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남 팀장은 “아웃도어는 자연과 함께하는 산업인데 (국내 업계는)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다”고 말한다. “블랙야크는 2014년 포틀랜드 친환경 아웃도어 의류기업 ‘나우(nau)’를 인수하면서 브랜드 철학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수용하는 분위기였지만 한국에서는 그 싹이 이제 발아하고 있다. 나우를 인수할 당시 블랙야크 내부에서는 판매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팽배했지만 확신을 갖고 친환경 의류에 대한 브랜드 철학의 바탕을 다졌다.”
2019년 한국 사회는 블랙야크가 나우를 인수했을 때보다 지속가능성을 더 심도 있게 고민하는 분위기다. 최근 블랙야크에 입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변화에 관심을 갖고 지원한다고 한다. 남 팀장은 한국은 사회적으로 친환경 의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고 보기엔 부족한 점이 있지만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윤리적 소비를 고민하는 문화가 퍼져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우 브랜드 가치를 소개하는 나우하우스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 곳은 국내외 젊은 아티스트들이 생각하는 지속가능성 이슈 협업작품을 전시하면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펼쳐내는 장(場)이다.
‘친환경과 기능성이 담긴 옷을 만들자’는 모토에는 나우의 철학이 오롯이 담겨있다. 나우 옷은 재생 폴리에스테르를 원재료로 사용하고 재생 다운은 이미 사용했던 깃털을 다시 쓴다. 못 쓰는 깃털은 비료로 만들고 세척한 물은 농업용수가 된다.
이런 철학은 새 옷을 만드는데도 적용된다. 나우가 생각하는 좋은 옷은 오래 입을 수 있는 내구성이 강한 옷이다. 그래야 버려지는 옷의 양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을 고민하는 나우의 정체성은 초기 몇 년간 유통 부문에서 애매한 상태로 떠돌았다. 연예인을 기용해 큼지막한 로고를 강조하는 브랜드도 아니고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컨템포러리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친환경 의류 브랜드라는 명확한 정체성으로 미래 블랙야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됐다.
블랙야크는 2012년 ISPO(아웃도어스포츠 박람회)에 처음 참가했다. 당시 이스포 주최 측은 블랙야크에 고성능 자켓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주문을 받아든 블랙야크는 알피니스트(등산 스포츠 전문가)와 협업해 극한 자연환경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기능성 의류를 개발했다.
이 때 블랙야크는 한국과 외국은 아웃도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 팀장은 “우리나라는 산이 70%인 지리적 특성 때문에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를 개발하는데 유리했다. 해외 진출하기 좋은 조건이다”며 웃었다.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은 올해 4월 한국스포츠아웃도어산업협회장을 맡으면서 한국 아웃도어 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도 함께 고민했다. 블랙야크는 곧 다가올 가을겨울 시즌에 한국 아웃도어 산업의 새로운 방향타를 잡는 장기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남 팀장은 “한국 아웃도어 산업은 성장에만 급급했고 지금은 점차적으로 속도가 더디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제부터는 천천히 멀리 나가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당장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꼼꼼하게 살피고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