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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세기 오트쿠튀르 거장 ‘이림’ VS 2세 디자이너 ‘이진화’ - “디자인은 자유분방함 속의 수학공식” 원칙과 색깔 분명해야
■ 반세기 오트쿠튀르 거장 ‘이림’ VS 2세 디자이너 ‘이진화’ - “디자인은 자유분방함 속의 수학공식” 원칙과 색깔 분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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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해도 열정과 진정성은 변하지 않는다!”
이림 : 고객의 내면 이끌어내는 의상 디자인 고집, 외길 50여년
이진화: 간결함에 예술적 감성 담아 ‘르모던블락’ 런칭

정통 오트쿠튀르 디자이너로서 반세기동안 외길을 걸어온 거장 ‘이림(Lee Lim)’. ‘의상’을 매개로 고객들과 교감을 나눠 온 반세기동안을 반추해 보며 “참 멋진 일을 해왔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오랜 고객들과 지나간 리즈시절, 다가올 ‘멋진 날’들에 설레는 이림은 “디자인이란 자유분방함 속에서도 계산된 수학공식이 있어야 한다”고 정의한다. 창작이란 무조건 독특하고 과장된 것이 아니라 정석을 지키고 분명한 색깔을 찾는 것이며 패션디자이너 역시 디자인에 대한 진정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후배에게 조언하다.

“세상은 급변하고 시스템역시 바뀌는 요즘, 변화는 필연이다”라는 젊은 피, 이진화 디자이너. 이림의 제자이자 후배이며 2세이다. 부녀간이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 사제지간 같다.

이진화 디자이너는 성신여대에서 서양미술을 전공하고 미국 파슨스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했으며 프랑스 쏠레지방 국공립 학교 ‘리세 드 라모드’에서 가죽제품의 디자인과 제작과정을 마쳤다.

이번 시즌 자신의 브랜드 ‘르모던블락’을 런칭하고 디자이너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언젠가 기자는 이진화를 가리켜 “아름드리 나무가 될 씨앗을 품었다”고 표현한 적 있다. 시대가 급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 또 변화해야 한다면 방향성에 대해 신구(新舊)세대를 대표하는 이림, 이진화 부녀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생각함과 동시에 저질러(?)왔는데, 진화는 생각만 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 이림 디자이너가 딸 이진화에게 답답해 하는 부분이다. 사실 두 사람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노장은 신중해야 하고 신진은 행동이 빨라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항상 저지르며 실수하고 그러면서 배우고 그랬는데 진화는 완벽하게 다듬어야 결과물을 내 놓는다”고 우려(?)섞인 칭찬을 한다.

이림 디자이너는 대한민국 신진들이 너무 쉽게 데뷔하고 쉽게 떠나는 풍토를 아쉬워한다. 진지함이 내재된 인성과 기본에 대한 충실함이 창작의 배경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컬렉션에서 신진들의 무대를 보며 다양성과 기본기의 부족, 무엇보다 열정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고도 우려했다.

“디자인은 무조건 독특하고 과장된 것이 근사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사고의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디자이너라는 세계와 사고를 뛰어넘어야 진짜 디자인이 나온다”는 해외의 컬럼리스트 말을 인용하면서 “디자인은 자유분방함속 수학공식이다”고 정의 했다. “자기만의 세계와 원칙,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한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눈은 대부분 똑같다”면서 소재의 특성과 패턴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배워서 기본기 위에 자신만의 색깔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 원론적이나 기본에 충실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오래전에 미국 FIT에 연수받으러 한 달간 뉴욕에 머무를 때,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이 백색 종이로 옷을 만든 전시회를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는 이림은 “종이소재로 클래식하고 섬세하고, 아방가르드 함을 최대한 표현한 전시를 보고 진정한 패션창작에 대해 생각을 다시하게 됐다”고 예를 들었다.

“패션뿐만 아니라 최근 해외유명 조명, 장식 디자이너들과 교류할 일이 있었는데, 정말 세계적인 디자인은 거창함보다 전통적이고 클래식함 위에 모던하고 세련됨을 추구했다”며 “패션디자이너 역시 좋은 소재로 좋은 옷을 만들어야 겠다는 사고가 우선돼야한다.

강한 프린팅과 과한 실루엣으로 과장된 컬렉션이 창작이고 디자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재단사를 찾아다니고 샘플실에서 옷을 만들고 패션쇼 한번으로 디자이너라는 생각을 갖는 것은 영속성과 지속발전을 추구할 수 없는 방해물이 된다는 것이다.

이진화 디자이너의 생각은 어떨까? 이진화는 “최근 아버지의 50년이상 고객이신 분들을 새로 제작한 의상을 갖고 찾아뵌 적이 있는데 그 동안 소장한 이림스타일 옷들을 보여주시는데 놀랐다” 며 “고객이 디자이너를 알아보고 서로의 색깔을 인정하고 존중한 시간들에 대해 경외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사실 반대의 생각이 나올 줄 알았으나 역시 ‘그 부친에 그 딸’이 맞았다.

이진화가 런칭한 ‘르모던블락(LEMODERNBLOC)’은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 철학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아티스트, 테크니션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독보적이고 섬세한 디자인감성을 표현하는 브랜드다. 이번 시즌에는 단청을 모티브로 미니 휴고 백을 비롯 르모던블락의 타이포그래픽이 매력인 멀티 숄더 백과 토드 백 등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미니 휴고백은 아티스트 청맥과 프랑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휴고 비뇽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했으며 모던한 디자인에 한국의 단청문양이 예술적으로 어우러진 한정판이다. 이 제품이 선보여지기까지는 서양미술 전공이력과 파슨스에서의 패션디자인, 프랑스 리세 드 라모드 학교에서의 제작과정 수료 등 과정이 배경이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프랑스에서 디지털 프린트와 한국적 정서가 만나 소재를 완성하고 의상디자인에 적용되는 심화과정을 거친 노력 또한 큰 힘이 됐다. 한 마디로 준비된 디자이너, 이진화다. 이제 시작이지만 오랜 공을 들인 르모던블락의 런칭에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잇따르지만 갑자기 확장하기 보다 행보를 신중하게 할 계획이다.

이림 디자이너는 이진화가 어떤 디자이너가 되기를 바랄까? 그는 “이진화는 멋진 디자이너가 되길 바란다. 나는 평생 ‘멋지게’ 살고 싶었다. 아직 그 멋지다는 경계를 잘 모르지만 브랜드 ‘르모던블락’처럼 더불어 큰 틀에서 아우르는 자세를 가지는 디자이너가 됐으면 한다. 물론 ‘멋지게!’”라고 의미심장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답변을 했다.

청담동 이림스타일의 사옥 역시 이진화의 ‘르모던블락’이 실현되는 장이었으면 한단다. 여러 분야가 서로 융화를 이뤄 하나가 되는, 본인이 만족할 만한 경지를 이뤄갔으면 한다고.

이진화는 패션계의 시스템이 많이 변화했고 누구에게나 변화는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변화에 발맞춰 가면서도 이제야 아버지의 말씀을 조금씩 이해해 가는 중이다”고 한다. “르모던블락으로 나 혼자만이 아니라 후배들과 유능한 디자이너들, 또한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 장인들과 더불어 완성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해 가고 싶고, 또한 종국에는 소비자들이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를 충족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림스타일은 여전히 발레리나, 성악가, 다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즐겨 찾는다. 해외 공연 중 “이림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너무나 행복하게 무대를 마쳤다”는 감사의 문자를 받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이진화는 “표면적인걸 빼고 그 안의 것을 보려고 하시는 분,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입는 사람의 내면을 끄집어 내는 옷을 만드는 존경하는 디자이너”라고 아버지이자 스승인 이림디자이너를 정의한다.

이림은 “패션디자이너가 이상하고 별난 스타일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존경의 대상이 됐으면 한다”는 소망과 함께 이 모든 것들이 선배디자이너들의 책임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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