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근로시간이 7월부터 주당 52시간으로 단축되면서 섬유패션업계가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단속과 처벌을 6개월 유예했지만 미리 발생되는 혼란을 막고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600여명 직원을 두고 편집샵을 운영하는 레스모아는 지난 4월부터 2교대 탄력 근무제를 도입했다. 매장은 통상 오전 11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이번에 직원들 출퇴근 시간을 30분씩 줄였다. 이전 9시간(휴식 2시간 제외)이었던 근무시간을 8시간 30분으로 줄여 주당 근로시간을 총 51시간으로 맞춘 것이다.
메트로시티로 유명한 패션잡화기업 엠티콜렉션은 올 1월 1일부터 매장과 영업직원들에 한해 주 6일 근무를 5일 근무제로 바꿨다. 근무 일수는 주당 하루가 줄었지만 임금은 그대로 유지된다. 직원 만족도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이 회사 백화점 매장의 한 매니저는 “주 5일제 근무를 하면서 엄마로서 마음의 여유가 많이 생겼다. 매장에서 오히려 고객에게 밝게 응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직원들은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룬 워라벨을 즐기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인 질스튜어트 스포츠의 경우 본부장급 임원들은 오후 6시가 되면 바로 업무를 접고 퇴근한다. 주 52시간 근무 정착을 추진하는 회사 방침에 따라 전 직원을 정시퇴근 시키기 위해 임원들이 먼저 나서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초기에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시간을 갖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 능동적으로 대처하면 이 제도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일부 기업에서는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급여도 줄고 2명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하면서 근무 피로도가 높아지는 단점도 발견됐다. 모 회사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그 동안 받던 초과근무수당(OT)이 월로 따져 하루치가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인건비 부담은 되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관계자는 “30여명이 근무하는 대형 매장은 인력이 비는 만큼 추가로 직원을 20% 정도 더 채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업 시간이 긴 마트와 아울렛은 더 힘이 든다. 수도권 현대시티몰에 입점한 모 브랜드 중간관리 점주는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아르바이트 직원 1명을 내 보냈다”고 말했다. 셋이 일하다 둘만 남으니 자연히 업무 강도는 높아진다. 그는 “아울렛몰은 영업 시간은 길다. 남아 있는 직원도 2시간 정도 일찍 퇴근 시키고 결국 점주만 남아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