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의존도 높은 염색·봉제 등 휘청
국내 섬유업계가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이고 있다. 국내 증시 1호 상장기업 경방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광주광역시 공장설비 절반을 베트남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또 국내 최대 21만추 설비를 가진 전방은 급격히 증가하는 최저임금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현 직원 절반에 가까운 600여명의 인력감축을 고려하고 있다.
경방은 광주광역시와 경기 용인, 안산에 공장이 있는데 이중 5만5000추를 갖춘 광주공장 설비의 절반에 가까운 2만5000추를 베트남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경총 탈퇴까지도 고려 중이다. 전방은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한다는 계획이지만 인원 감축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규옥 전방 회장은 최근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직원 1200여명 중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직원만 600여명”이라며 “지금 상태로는 직원 모두를 끌고 가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방은 치솟는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국내 생산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으나 이번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를 버티지 못하고 한계상황으로 내몰리는 위기에 처했다.
전방은 국내 면방기업들의 탈한국 러시 속에서도 꾸준히 설비를 늘려 왔다. 2013년에는 광주광역시 평동과 전남 익산공장에 10만추의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는 등 국내 일자리 지키기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선염 공장인 경기도 시흥공장과 국내 유일 데님생산 공장인 전남 영암공장도 그간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전력을 다해 왔다.
그러나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가 2018년 최저임금을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하면서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현실로 닥쳐오자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정규직 590여명에 대한 추가 인건비 부담이 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전방 인건비가 161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인건비로만 15.5%의 비용이 추가되는 셈이다. 하위 생산직 임금이 오를 경우 연쇄적으로 차상위 직급의 인건비 상승 효과까지 더해져 추가되는 비용은 이를 훨씬 웃돌 것이란 전망이다.
전방은 이미 최저임금 상승을 예상하고 수년 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미리 준비를 해 왔지만 생각보다 가파른 임금상승에 발목이 잡힌 셈이 됐다. 여기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전력소모가 많은 면방업계에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전기료마저 오르면 점점 더 많은 업체가 한국을 떠나게 될 것”이라며 “망하면 망했지 해외 이전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방은 최근 5년 사이 2013년을 제외하고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또 매출대비 1인당 평균임금 비중은 2012년 6.4%에서 작년 8.1%로 증가했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면방업계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력 의존도가 높고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염색 및 봉제 등 미들, 다운스트림까지 줄줄이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고 전전긍긍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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