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M을 전개하는 성주디앤디와 거래하는데 12년 동안 정률제로 받아야 하는 마진을 정액제(최고 1만3800원)로 받아 납품을 해왔다. 샘플비는 12년간 한 푼도 못 받았다. 올해 초 공정위 고소하는 과정에서 3년치를 받았다. 부당하게 청구된 클레임 제기도 많았다. 우리는 백화점 판매가의 1.1배 만큼 물어줬다. 성주디앤디에 1년 이상 거래 개선을 요구했으나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공정위에 제소했다. 이 회사와 거래하다 문 닫은 곳이 지난 3년 동안 4곳이 넘는다.” (SJY코리아 김서원 대표)
성주디앤디가 임가공 협력 업체에 납품 마진 인하, 샘플비 떠넘기기 등 불공정한 행위를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에 휩싸였다. 독일 명품 브랜드 MCM을 전개하는 성주디앤디 김성주 회장은 2005년 독일에 본사가 있는 MCM을 인수해 한국 럭셔리 브랜드로 키웠다. 중국인에게 인기를 끌면서 2014년 이후 5000억대 넘는 매출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579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는 사드 영향으로 중국인 매출이 줄어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도 퇴출 위기에 놓여있다고 알려졌다.
■ 12년간 협력업체 쥐어짜 4社 폐업
지난 3월 임가공 1차 협력업체인 SJY코리아, 원진콜렉션 등 4개 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성주디앤디를 제소했다. 공정거래조정원은 두 차례 이들 업체와 면담을 추진했다. 그러나 6월 2일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조정절차가 종료돼 공정위는 성주디앤디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SJY코리아 김서원 대표는 과도한 불공정거래 관행이 계속돼 규모가 작은 중소 업체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파산했다고 주장했다. 12년 동안 ▲2005년 납품 마진이 정률제에서 정액제로 바뀜 ▲비정상적으로 저렴한 포장재 및 철형 가격 ▲샘플비 미지급 ▲부당한 클레임 제기와 제품 판매가의 1.1배에 해당하는 과도한 클레임비 부과 ▲RFID를 활용한 진품확인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이 철회되면서 발생한 비용을 7년 후 지급 등을 불공정 거래로 꼽았다.
이에 대해 성주디앤디측은 “4개 회사가 구체적인 증빙자료 없이 백억원대 돈지급을 요구해왔다”고 반박했다. 이들 회사의 구체적인 주장과 근거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주디앤디는 “정액제나 정률제 구분은 법률에 정한 것이 없으며 이는 이해 당사자간 합의사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서원 에스제이와이코리아 대표는 “공정위에 제소한 각 업체당 피해액이 110억원~180억원대에 이른다”며 “가장 큰 문제는 12년 동안 계속된 부당한 정액제 방식의 납품마진”라고 지적했다.
SJY코리아에 따르면 성주디앤디는 정률제(핸드백 원가 대비 17%)로 받았던 납품마진을 2005년 10월부터 정액제로 바꿨다. 제품 고급화를 꾀하면서 업체들에게 3개월간 한시적인 시행을 요청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2005년은 성주디앤디가 라이센스로 전개하는 MCM를 인수한 해다. 김서원 대표는 정액제 마진적용은 이후 관행이 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용해 왔다는 주장이다.
성주디앤디는 가방 제조 단가를 4등급(9500원, 1만500원, 1만2100원, 1만3800원)으로 나눠 적용한다. SJY코리아는 핸드백당 평균 1만500원 정도 마진을 적용받았다. 성주디앤디 제품 원가는 10만원~40만원대다. 판매가격은 40만원~14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판매가 대비 1%에도 못 미치는 마진이다. 자재 및 공임을 기준으로 삼아도 4.5%에 불과하다. 핸드백 업계는 임가공업체가 납품하는 제품에 원가대비 12~25% 정률제를 적용·지급하고 있다.
제품이 고급화되면서 까다로운 공정이 늘어나 공임비가 상승했고 물가도 올랐지만 납품단가는 12년 동안 그대로였다는 게 업체측 설명이다. 김 대표는 성주디앤디에 납품마진을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원청과 납품 관계 때문에 이렇다 할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성주디앤디는 동종 업계 통상적 마진율이 6~14%인 것을 감안하면 정액제에 따른 마진율이 타사에 비해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1차 협력회사 정액제 마진은 원가 대비 8~10%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외 운송비는 협력회사 관리보수에 모두 포함된다고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쟁점은 성주디앤디가 요구한 과도한 클레임이다. 김서원 대표는 성주디앤디 본사가 관리 소홀로 생긴 제품과 소비자가 과도하게 사용한(6개월 이상) 제품까지 클레임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하도급 업체는 클레임이 제기된 제품에 대해 백화점 판매가격의 1.1배를 배상했다.
성주디앤디가 샘플 제작비와 운송비를 지급한 적 없다는 논쟁도 뒤따른다. SJY코리아는 연 평균 165개 샘플을 만들었다. 월 평균 샘플비가 1000만원대라고 밝혔다. 올해 1월 성주디앤디와 여러 차례 면담 끝에 지난 12년 중 3년치에 해당하는 샘플비만 받았다.
성주디앤디측은 이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거나 상당히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 판단이 내려질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 SJY코리아 김서원 대표
납품 협력 하청업체 15곳이 ‘동병상련’
SJY코리아는 16년간 성주디앤디 핸드백과 지갑을 생산 임가공해 납품하는 회사다. 월 핸드백 생산은 8000개~1만5000개, 지갑은 1만~2만3000개였다. 연간 15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중소업체다. 지난 2001년부터 성주디앤디 임가공을 맡아왔다. 납품을 위해 협력하는 하청업체만 15군데가 넘었다. 성주디앤디가 MCM를 라이센스로 전개하던 초기부터 직원 15명을 두고 거래해 왔다.
김 대표는 성주디앤디와 16년 넘게 함께 성장해 왔지만 지난해 더 이상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회사 문을 닫았다. 지난 7일 김서원 대표를 만나 성주디앤디를 공정위에 제소한 이유를 들어봤다. 김 대표 요청으로 사진은 싣지 않는다.
▲지난 3월 공정위에 성주디앤디를 불공정행위로 제소했다.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2005년 10월 성주디앤디는 제품을 고급화하면서 3개월만 시범정액제를 시행하자고 구두로 제안했다. 이후 업체들은 정률제로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운송비도 월평균 100~300만원 이상 들어갔지만 받지 못했다. 이뿐 아니라 우리는 핸드백당 포장비 및 철형비에 1500원을 들였는데 성주디앤디는 700원만 지급했다. 타 납품 업체들은 통상적으로 1500~2500원을 받는다고 한다. 성주디앤디는 또 핸드백과 지갑 패턴 자동화(CAD) 시스템 구축 비용을 하청업체에 전가하고 기계 구매를 강제하기도 했다. 결국은 12년간 거래하면서 누적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맞았다.”
▲과도한 클레임 요구에 시달렸다는데.
“성주디앤디는 직원 5~6명이 직접 검품을 한다. 제품 불량을 15일 안으로 알려주면 우리는 100% 환불조치한다. 그런데 성주디앤디는 여름철 더운 날씨 탓에 창고에서 가죽이 서로 붙어 손상이 된 관리부실 제품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클레임을 제기했다. 또 소비자가 6개월 이상 사용후 불만을 표시한 제품까지 백화점 판매가의 1.1배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클레임을 요구했다.
갑을 관계에서 을 입장인 임가공업체는 그 요구를 다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소비자가 6개월 가방을 사용한 후 핸드백 지퍼에 입고 있던 옷의 올이 풀렸다며 소비자센터에 고발했다. 그때 우리가 배상한 옷값만 40여만원이다. 클레임 들어온 핸드백은 돌려받은 적도 없다.”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해 4월부터 여러 차례 성주디앤디와 대화를 시도했다. 10년 넘게 성주디앤디와 같이 성장한 만큼 완만한 해결을 원했다. 성주디앤디는 사옥을 올렸지만 하도급업체는 대출한 빚만 늘었다. 회사 창업과 동시에 협력한 하청업체 얘기를 귀담아 듣고 먼저 손을 내밀어 합의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김성주 회장 답변 한마디 듣을 수 없었다. 이번 계기를 통해 업계 불공정 거래 관행이 개선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