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의류수출 ‘양호’, 내수·패션 양극화 심화
2016년 섬유패션 상장 60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2.1% 성장한 29조91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영업이익은 16.5%가 줄어든 9512억원을 기록했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3.3%다.
<관련 기사·도표 10·11면 PDF 참조>
이중 5사는 적자로 돌아섰고 13사는 적자가 지속됐다. 흑자로 돌아선 기업은 SG충방, 지엔코, 코데즈컴바인, TBH글로벌 4사였다. 실적 집계 결과, 국내 섬유패션업계는 상위권 기업은 안정적으로 약진하는 반면 하위권 기업은 적자에 허덕이며 불황탈출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대기업 및 수출기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내수 위주 중소 패션기업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국내 경제상황의 축소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문별로 동일방직(면방) 효성(화섬) 영원무역(의류수출) 한섬·LF(패션) 등 업계 1위 기업들은 양호한 매출·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상위권에 포진했다. 모두 매출 1조원 안팎의 업종 대표 기업들이다.
이중 효성은 매출(섬유부문 1조2850억원)은 9.1%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11.6%에 달해 국내 대표 화섬메이커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특히 섬유부문은 산업자재·화학·중공업·건설·무역 등 타 부문을 모두 제치고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절대 액수로 따져도 매출 2조원대의 중공업부문에 이어 영업이익(1489억원) 규모가 2위인 알짜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영원무역 역시 매출(2조15억원)은 전년대비 8.8%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9.0%로 좋은 성적을 얻었다. 패션기업 중에는 한섬 영업이익률이 10.1%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 면방 : 경방 일신방직 약진
경방과 일진방직의 약진이 눈에 띈다. 경방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3774억원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11.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동안 쌓여있던 재고가 많이 소진돼 실적 개선 효과를 불렀고 당기순이익 증가와 차입금 감소로 금융비용이 줄어들었다.
일신방직은 2016년 4783억원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5.2%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5.8%로 경방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15년 2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일신 베트남(ILSHIN VIETNAM)이 작년에는 정상가동에 들어가 영업손실을 만회한 점이 눈에 띈다. 판매가격은 하락했지만 환율 상승과 원료비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4% 증가했다. SG충방은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 화섬 매출 줄었지만 흑자 기조 유지
도레이케미칼을 제외하고 모든 회사 매출이 감소했다. 대부분 한 자릿수 감소했지만 대한화섬은 전년 대비 22.7% 줄어든 1046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측은 “범용 제품 축소 및 차별화 제품 개발에 따른 판매 물량 감소”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적자폭을 84.5% 개선했고 당기손익은 153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대한화섬은 “올 한해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위기의식’을 갖고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효성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대한화섬과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을 제외하고는 모든 업체가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영업이익률도 평균 5.3%를 기록, 전 업계를 통틀어 가장 안정적인 사업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 의류수출 대부분 매출 증가…영업이익도 양호
화섬업계와 정 반대로 대부분 기업 매출이 전년대비 증가했다. 특히 영원무역은 전년 대비 26.3% 증가하며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9.0%에 이른다. 유럽 자회사인 스콧 코퍼레이션(Scott Corporation)이 작년 인수한 독일 E-Bike 전문기업과 오세아니아의 자전거 회사 실적이 연결돼 큰 폭의 매출 상승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매년 성장을 거듭하던 한세실업은 작년 매출이 2.4% 감소했다. 회사측은 “주요 수출국인 미국 의류소비시장 침체로 인해 주문량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대미 수출량이 3% 줄어들어 전체 2.4%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태평양물산은 수출 기업 중 유일하게 적자기조로 돌아섰다. 프라우덴 사업 실적 부진이 큰 타격이 됐다. 주력인 의류사업은 성장과 수익성에서 모두 개선됐지만 프라우덴 사업의 재고자산에 대한 판매 및 평가손실 반영이 영업손실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 패션 불황탈출 안간힘…양극화 심화
전 스트림 업종 중에서 가장 불운한 한 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자기 지속된 기업이 8곳이나 됐고 4곳은 적자로 전환됐다. 흑자로 돌아선 기업은 지엔코, 코데즈컴바인, THB글로벌 단 3곳에 불과했다. 대부분 기업이 불황탈출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상위권과 하위권 기업체질이 날이 갈수록 양극화되는 양상이다.
코웰패션(영업이익률 13.8%) 한섬(10.1%) F&F(10.4%)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업체들이 물건을 팔고 남긴 돈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코웰패션은 적극적인 경영활동과 신규브랜드 런칭, 공격적 영업활동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매출은 54.6% 증가했고 영업이익 규모도 전년과 비교해 두 배나 늘었다. 매출 2497억원, 영업이익 345억원을 기록했다.
형지엘리트는 매출(6월 결산법인)이 82.7%나 증가했지만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주요 종속회사 편입 반영 시점에 따른 매출액, 손익,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해 적자전환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2016년 하반기 6개월 반기실적을 보면 다시 소폭 흑자로 전환됐다.
F&F는 주력 브랜드인 디스커버리(DISCOVERY)와 MLB KIDS의 대활약에 힘입어 매출은 18.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3.2%나 성장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10.4%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베네통코리아 지분 처분 손실, 금융손실 및 법인세 비용 증가 요인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143% 증가한 178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초유량기업 한섬은 작년에도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15.4% 증가한 712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0% 증가했고 이익률은 10.1%다. 올해는 매출 1조원을 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섬은 작년 12월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함에 따라 올해 1조3000억원 매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산 1조319억원에 부채비율 17.98%의 건전한 재무구조는 향후 한섬의 확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