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뿐인 한지 패션쇼
지금 전주에서는 한지축제가 한창이다.
갖가지 앤띠끄한 용품과 관광 상품, 그리고 먹거리들이 뒤섞여 마치 옛시장 속으로 타임슬립한 듯한 느낌이다. 죽 늘어서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한복을 약식으로 개량한 생활한복이나, 소품들이 간간히 걸려 있기도 하지만,전통은 이미 눈길을 끌지는 못하는 ‘일상’처럼 녹아있다.
전날 있었던 한지 패션쇼도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주최측의 말대로 전시회를 구경나온 사람들은 행거나 벽위에 걸려있는 옷들을 마치 오래된 옷장속에서 막 꺼내 온 옷장을 들여다 보듯, 더러는 신기한 표정으로 더러는 기대의 표정으로 만져보고 입어보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보는 동안 두드러지는 현상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지금 이 전시회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순전히 향수에 젖어있는 중년 이상의 성인층과 전통관련 전문인, 그리고 호기심에 가득찬 외국인등으로 진정한 소비와 연계되기에는 뭔가 상당히 파워부족이라는 ‘밋밋함’ 같은 것이였다.
예복도 생활복도 아닌 애매함
소비자의 입장에서 언제나 중요한 것은 과연 ‘이옷을 입을 수 있는가’ 하는 것에 있다.
“예쁘고 특이하긴 하지만, 결코 튀고 싶지는 않다”는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저항감을 뛰어넘을 수 없다면 모처럼의 행사는 그저 하나의 화제성을 몰고 오는 일시적 이벤트로 끝날지 모른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어쩌면 한지패션은 예복의 의미가 강한 ‘한복’에 인스탄트 ‘종이’가 결합되어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뭔가 특별함으로 의미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래 고객확보가 관건
그런의미에서 한지 패션이 요즘 소비의 주체들에게 저항감없이 받아들여지려면 처음부터 잘못된 인식을 고쳐야 한다는 수고가 남아있다.
소재활용과 염색방법, 무늬표현등에서 다시한번 조명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매나 치마폭을 좁혀 활동성과 패션성 그리고 내추럴리즘을 가미하여 젊은이들에게 지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하나 전통패션의 당면문제는 미래고객확보에 있다.
물론, 어린시절부터 생소하지 않게 전통을 접하게 하는 환경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생산 유통업자 입장에서 본 전통패션이란 오로지 판매라고 하는 수동적 측면뿐이였지만, 한지패션을 입은 생활인의 모습을 제시하려는 능동적인 방식으로 바꾸면 전통을 유행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장창조의 또다른 측면이 보일 것이다.
자신감 부여가 시장개척의 키워드
현대인들에 있어 전통이란 기껏해야 피자에 질렸을때 한번쯤 집어먹고 싶은 김치정도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이런 의식의 낙후성을 지적하기 이전에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또다른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대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진정 요즘처럼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있어 무섭고 두렵다는 리스크 회피시대에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란 분명 용기일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한지패션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것은 뭔가 불합리하고, 불편하다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우월함과 자긍심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조적 발상이 가장 성공의 확률이 높은 것이며, 그 키워드는 우리만의 아이덴티티의 회복으로 지금 우리에게 미체험 문화만큼이나 생소하게 느끼는 전통의 개발에 이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