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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베트남, 봉쇄 풀려도 물류대란 폭탄 터진다
혼돈의 베트남, 봉쇄 풀려도 물류대란 폭탄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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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락다운으로 공장들 수십억원씩 손실
한국 봉제공장 찾지만 마땅한 곳 없어 난감

“베트남 호치민 봉제공장에 완성하지 못한 골프 및 아웃도어 티셔츠가 16만장 남아 있다. 추석 전까지 본사에 납품해야 할 가을 겨울 제품의 50%에 이르는 물량이다. 원부자재는 이미 베트남 공장에 가 있다. 납품가 추정액이 27억원이다.

이중 원부자재가격으로 80%가 이미 지불된 상태다.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300여명 근로자 임금의 70%를 지불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수익은 마이너스다. 다음 시즌을 기다리면서 울며겨자먹기로 운영 중이다. 9월15일 가동돼도 물류대란이 폭발할 것이다.” (베트남 호치민 봉제공장 대표)

코로나 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베트남 호치민시와 빈증성 거리 곳곳이 통제되고 있다. 빈증성 산업단지 앞도 배관 바리케이트로 길이 막혀 공장 직원들이 편직생지를 지게차로 이동시키고 있다.(베트남 현지 교민 제공)
코로나 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베트남 호치민시와 빈증성 거리 곳곳이 통제되고 있다. 빈증성 산업단지 앞도 배관 바리케이트로 길이 막혀 공장 직원들이 편직생지를 지게차로 이동시키고 있다.(베트남 현지 교민 제공)

베트남 락다운 여파가 국내 패션의류 시장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 주요 도시봉쇄가 2~3개월째 지속되면서 대부분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일부 대형 기업을 제외하고 호치민 지역에 생산을 의존하는 기업들은 FW 물량의 30%에서 절반 정도의 물량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가을 물건은 9월말, 겨울은 10월말까지 입고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겨울 제품의 경우 12월초까지라도 납품해 달라는 기업이 있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사태의 최대 수혜 업종인 골프와 아웃도어도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추석 전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보복소비 기대에 찬물이 끼얹어진 상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기업들은 내년 SS시즌 물량부터 생산기지를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LF 관계자는 올 4~5월 베트남 생산 물량을 국내로 돌려 물량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면서 “골프의 경우 안정적 물량 확보를 위해 내년 S/S물량은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케이투(K2)와 블랙야크 역시 내년부터 타 지역 협력업체를 늘려 생산기지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국내 생산도 계획에 들어가 있다. K2는 인도네시아 등지로 분산해 생산 가닥을 잡고 있다. 

■최소 3주 이상 공급 차질
제조 공장이 많은 빈증성에 이어 호치민시가 9월 15일까지 집 밖을 못 나가도록 하는 도시 봉쇄(락다운)에 들어갔다. 베트남 빈증과 호치민시에 진출해 있는 봉제공장들은 국내외 공장을 찾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법인의 봉제공장들은 통상 7월부터 9월까지 FW시즌 제품 생산을 한다. 늦어도 9월 중 본사 입고를 완료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납품하지 못한 물량이 30~50%에 이른다. 봉쇄지역인 호치민과 빈증 이외 하노이 봉제 공장들도 물류 대란으로 본사 납품이 최소 3주일 이상 늦어지고 있다.

이 지역에 진출한 협력 업체들은 한국의 외주 봉제공장에서 일부라도 제품을 생산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A 공장 대표는 “많은 업체들이 한국에 몰리고 있지만 국내에 대형 공장이 많지 않아 공장 물색이 쉽지 않다”며 “일부 티셔츠 물량을 쪼개서 한 곳당 두 개 모델씩 12공장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베트남 호치민시는 9월15일까지 락다운(봉쇄) 조치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한국법인 봉제 공장은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사진은 락다운 이전 봉제 공장 모습.(베트남 현지 교민 제공)
코로나 19 확산으로 베트남 호치민시는 9월15일까지 락다운(봉쇄) 조치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한국법인 봉제 공장은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사진은 락다운 이전 봉제 공장 모습.(베트남 현지 교민 제공)

■정상 되찾아도 물류대란 피할 수 없어
현지 봉제 기업들은 공장 문을 닫은 상태에서도 근로자 월급의 70% 이상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령 공장이 돌아가더라도 물류비 상승으로 경영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원부자재의 경우 이미 베트남 공장에 입고돼 한국으로 빼오기 힘든 처지에 놓여 있다. 

빈증에 위치해 한국 골프웨어와 아웃도어 브랜드에 납품하는 B 기업은 석 달 넘게 공장 문을 닫고 있다. FW 물건 25만장 중 10만장이 공장에 남아있다. 추정 피해액만 적게 잡아 17억원이 넘는다. 이 기업 연 매출이 200억원이다. 2년치 수익에 달하는 금액이다.

예년과 비교해 3~6배 오른 물류비도 고충을 더하고 있다. 납기에 밀려 에어로 옷을 보내면 공임과 항공료가 같아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옷 한 장을 만드는 데 드는 봉제 공임 가격과 항공운송료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지에서는 9월15일 공장이 정상가동 돼도 물류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치민 D공장 대표는 “CMT(브랜드 본사에서 디자인과 원단 공급) 방식 봉제 기업은 순 마진이 5% 선이다. 작년 항공운임으로 5억원 이상이 들었다. 수익을 항공운임으로 써버려 오히려 적자만 쌓이는 구조”라며 “올해 기업대출 자금 10억여원을 빌려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봉제공장으로 유턴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생산기지가 봉쇄되면서 한국으로 오더가 몰리고 있다. 해외 생산 중단으로 국내로 유턴한 기업들이 공장 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봉제공임은 예년보다 적게는 2000원에서 많게는 7000원 이상 오르고 있다. 

수도권의 모 봉제공장 사장은 “7월말부터 직원들이 주말없이 일하고 있다. 500장이든 1000장이든 조금씩이라도 납품해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추석 전까지 일부 물량이라도 납품하기 위해 외주 협력공장까지 일을 나눠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호치민에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 관계자는 “올해 4월 베트남에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20%가량 생산물량을 한국의 협력 업체로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D공장 대표는 “경영이 아주 최악을 달리고 있다. 6월 일부 빼 내온 물량을 한국에서 돌리고 있다”며 “일부 (베트남에) 남은 제품들은 내년으로 이월하거나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국내 패션기업의 협력공장 생산기지가 모여 있는 곳이다. 호치민과 빈증의 동남부지역은 주로 아웃도어, 골프 캐주얼 브랜드의 티셔츠와 다운 자켓 및 바지 생산이 많은 공장이 모여 있다. 아웃도어, 골프 기업들은 많게는 90% 이상 베트남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베트남섬유의류협회(VITAS)자료에 따르면 8월4일 기준 조업을 중단한 섬유·의류 기업은 전체 30~3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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