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투·아이더, 인테리어 리뉴얼 논란 재점화
케이투·아이더, 인테리어 리뉴얼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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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매출에 인테리어 비용 감당 못해
최근 1년 사이 대리점 10여 곳 계약 해지

아웃도어 A 대리점은 5년 전 1억원을 들여 30평 매장을 리뉴얼했다. 천장과 바닥 공사를 제외한 비용이다. 비용은 100% 점주가 부담했다. 그는 당시 은행에서 빌린 인테리어 시공 대금을 아직도 못 갚은 상태다.

아이더, K2를 전개하는 케이투코리아그룹이 코로나 19 상황에서 대리점 인테리어 재시공(리뉴얼)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어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K2와 아이더 대리점 중에는 인테리어 교체 압박에 못 이겨 매장 운영을 포기하는 곳까지 나오고 있다.

K2와 아이더를 전개하는 케이투코리아그룹은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대리점주에게 비용 부담이 큰 인테리어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인테리어를 한지 5년이 지나 새롭게 매장을 꾸미고 있는 대리점 모습. (특정 기업 및 대리점과 관련 없음)
K2와 아이더를 전개하는 케이투코리아그룹은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대리점주에게 비용 부담이 큰 인테리어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인테리어를 한지 5년이 지나 새롭게 매장을 꾸미고 있는 대리점 모습. (특정 기업 및 대리점과 관련 없음)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0여 곳이 인테리어 재시공 문제로 매장을 그만뒀다. 올해 매장을 접은 K2의 한 대리점주 반응은 싸늘했다. “15년 넘게 K2만 해왔다. 지금 같은 불황에 인테리어를 하게 되면 도저히 타산이 안 맞는다. 더 이상 말하기 싫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대리점주들은 “통상적으로 5년이 지나면 본사에서 인테리어 재시공을 요청할 수 있지만 지금은 코로나 비상시국이다. 1년 정도 유예를 주고 있지만 1~2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인테리어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 소재의 한 대리점주는 “7월~9월은 전년과 비교해 매출이 매달 1000만원 이상씩 줄었다. 월 500만원이 넘는 임대료와 인건비도 감당하기 힘들다. 내년에 리뉴얼을 해야 한다면 매장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케이투코리아그룹 K2와 아이더 본사 관계자는 “리뉴얼에 대한 규정은 일괄적 방침이 아니라 협의사항이다. 매장과 협의해서 바꾸는 것도 있고 리뉴얼 시기를 늦추는 것도 있다”고 답변했다. 또 “리뉴얼 압박으로 폐점한 매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케이투코리아그룹의 인테리어 강요 논란은 지난해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알려졌다. 케이투코리아그룹 정영훈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본사의 인테리어 강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리점 계약서 사용 실태 조사에서 케이투코리아는 계약서 서면 미지연교부와 미 보관 위반 혐의로 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본사는 대리점에 우월적 지위
의류대리점은 패션산업 생태계의 실핏줄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의류대리점은 전국에 1만158개로 조사됐다. 의류 대리점은 본사하고만 거래하는 전속거래 비중이 91.2%로 매우 높다. 그만큼 본사가 우월적 지위에 놓여 있다. 대리점은 대부분 영세한 소상인이 운영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연 매출액 3억원 미만인 의류 대리점은 전체의 45.4%로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점주들은 “대리점과 상생해야 할 본사가 코로나 위기에 아랑곳없이 인테리어 재시공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행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웃도어 대리점은 타 의류 브랜드보다 매장 면적이 넓다. 평균 50평 이상인 곳이 많다. 인테리어 비용은 평당 250만원~300만원선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인테리어 재시공 부담에 매출 하락까지 겹쳐 대리점은 큰 타격을 받는다.

아이더 매장을 운영했던 한 점주는 “본사 매출이 15% 빠지면 가두 대리점은 30%가 빠진다”고 말했다. 불경기에는 고객들이 본사가 운영하는, 값싼 물건이 많은 직영 아울렛이나 온라인으로 몰리기 때문에 매출 감소폭이 두 배 이상 커진다는 것이다.

아웃도어 업계는 통상적으로 5년에 한 번 매장 인테리어 재시공을 한다. 몇 년 전부터 아웃도어 업계 매출 규모가 줄어들면서 다수의 패션 기업들은 5년이 넘어도 대리점 인테리어 리뉴얼 요구를 늦추는 추세다.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는 재시공에 7~8년 여유를 준다. 코로나 시기에 어려움을 겪는 대리점주에 일정 기간 마진폭을 1~2% 올려주기도 했다.

노스페이스 한 점주는 “매장을 운영한지 8년 됐지만 리뉴얼 강요는 없었다. 다만 브랜드 이미지 색깔이 퇴색돼 자발적으로 600만원을 들여 시트지로 인테리어를 일부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K2 브랜드 본사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를 맞아 올해 진행된 정기 프로모션 때 매장 부담률을 일정 부분 줄여줬다”고 전했다.

■공정위 표준계약서, 갈등 중재 미흡
케이투코리아그룹은 지난해 6월 제·개정한 공정위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 공정위 표준계약서 제15조 5항에 따르면 의류대리점은 “공급업자(브랜드)가 인테리어 재시공을 요구할 경우 시공비용의 일정 퍼센트(%)를 지원한다”고 돼 있다.

또 재시공을 요구할 경우에는 반드시 그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공정위 표준계약서는 강제가 아니기 때문에 본사와 대리점 간 갈등을 효과적으로 중재하지 못하고 있다.

한 대리점주는 “지난해 불거진 논란에도 인테리어 리뉴얼 강요는 여전하다. 공정위는 불공정 기업에 과감하게 과징금을 올려야 한다. 본사는 대리점 매출로 이익이 생기는 만큼 어려울 때는 마진폭을 조금이라도 올려 주는 상생 협력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석동수 공정위 대리점거래과장은 “공정위 표준계약서는 강제 조항이 아니라 권고 사항이다. 인테리어 분담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본사가 일부를 부담하라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인테리어를 할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거나 특별히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본사가 리뉴얼을 하도록 하고 비용을 대리점에 모두 전가시켰다면 계약서 내용과 상관없이 그 행위에 대해 사후에 법위반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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