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서울패션위크 2016F/W ‘BIGPARK’ 컬렉션 - “디자이너 박윤수는 하이패션의 지존 입증”
자작나무숲 몽환적 스토리 아트워크 ‘줄라이컬럼’ 클래식 재해석·섬세한 디테일·극적인 연출 돋보여
‘빅팍(BIGPARK)’ 컬렉션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장의 깊은 내공을 여실히 입증했다. ‘명불허전!’ 디자이너 박윤수의 명성에 어긋나지 않은 이번 2016F/W컬렉션은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이번 컬렉션을 보고 모 패션컬럼리스트는 “매서운 눈바람 속 자작나무 숲을 헤쳐나가는 여전사의 모습이 보인다”고 했고 또 다른이는 “러시아의 눈쌓인 숲을 걸어가는 귀족여성의 처연함이 실루엣에 담겼다”는 극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드라마틱한 그의 컬렉션은 잘 짜여진 치밀한 각본처럼 의상과 음악, 무대연출이 ‘빅팍’의 아이덴티티를 최대한 부각시키는데 집중됐다. 마치 수백번의 리허설을 통해 호흡을 맞춘 오페라무대의 주, 조연들처럼.
매 시즌 ‘빅팍’의 매력이 더욱 부각되는 것은 아트워크를 베이스로 고유아이덴티티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가 잘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박윤수 디자이너의 재능넘치는 두 딸이 주도하는 아트워크 그룹 ‘줄라이컬럼(JULY COLUMN)’은 빅팍의 ‘안정된 모험’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2016F/W 빅팍 컬렉션은 고요한 새벽녘 안개와 서리에 뒤덮힌 차가운 겨울 숲의 풍경, 그 숲을 떠도는 어린 조랑말을 찾아 헤매는 소녀의 신비롭고 몽환적 스토리로 시작했다. ‘빅팍’의 대표 아이템인 바이커 자켓과 오버사이즈 아우터는 클래식이란 보물상자안에서 끄집어 낸 설레이는 빈티지조각들을 접목한 듯 근사했다. ‘빅팍’측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대를 거쳐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옷장 속 클래식한 아이템을 재 해석” 하고자 했다는 것인데, 이는 제대로 된 표현이다.
자작나무숲이라는 이색적이고 몽환적 풍경, 눈물 맺힌 조랑말의 이미지가 줄라이컬럼의 아트워크로 표현되고 이러한 상징들은 다채로운 아이템들, 즉 캐주얼한 집업 보머 자켓, 블라우스, 슬립 드레스 등에 스며들었다. 드레이프 바이커 자켓, 머스큘린한 쉐입의 젠더리스 아우터 시리즈 등은 프린트와 자수, 퀼팅, 아플리케와 같은 섬세한 디테일이 더해져 이국적이고 풍성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리본, 러플, 벨벳과 레이스 등 여성스러운 장식이 두드러졌지만 ‘빅팍’ 고유의 중성적인 이미지는 여전한 매력으로 존재했다.
이번 시즌에 ‘빅팍’ 컬렉션은 특히 유일한 남성모델로 뉴이스트의 멤버 ‘렌’을 기용해 젠더리스 무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등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번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모 신진 디자이너는 그의 쇼를 통해 “하이패션은 죽었다”는 무언의 시위를 했고 많은 이들이 서울컬렉션에서 하이패션의 실종을 우려했지만 박윤수의 ‘빅팍’은 이를 단번에 불식시킬만큼의 위용과 ‘아직은!’ 이라는 희망과 자긍심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