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FIK 교육사업 포기…업계 “안타깝다” 한목소리

2016-01-15     이영희 기자

26년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형 인재를 배출 해 온 FIK(Fashion Institute of KOLON)가 교육기관으로서의 사명을 중단하게 됐다. 2016년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R&D 중심의 패션연구기관으로 기능을 변경해 운영한다고 발표했지만 교육부문을 포기한 것은 그동안 다져온 FIK의 핵심적 기능을 내려놓는 것이어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크다.

FIK는 패션전문 교육기관이 전무하던 지난 1989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패션인재를 양성, 산업계에 배출하는 것이다”라는 사회공헌적 목적으로 설립됐다. 지난 26년간 패션디자인, 패션머천다이징, 비주얼머천다이징 등 여러 분야에 걸쳐 3000여명의 신규인재를 배출했다. 또한 패션기업 재직자 과정을 통해 3만50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함으로써 패션산업발전의 근간인 전문가 양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FIK는 작고한 이동찬 명예회장이 각별히 애정을 쏟아 부은 곳이기도 하다.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집무실이 위치했던 곳도 통의동 FIK건물이었고 장지로 가던 운구가 멈춰 들렀던 곳이기도 했다. FIK 임직원들 모두가 눈물을 훔치며 배웅했고 ‘각별한’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는 기억과 자긍심을 가슴에 묻었다.

FIK를 회고하는 과정에서 고 이동찬 명예회장을 떠 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1957년 부친인 이원만 회장을 도와 한국나이롱주식회사를 창립, 대한민국 섬유산업발전의 근간을 이뤄 섬유산업의 대부로 불리웠으며 “헐 벗은 국민들에게 따뜻한 옷을 입게 해 애국을 실천 하겠다”며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공기업이며 후손에게 풍요로운 정신적, 물질적 유산을 남겨줘야 한다”는 신념을 강조해 왔다. 이 명예회장은 사업적 성공외에 공헌활동에 큰 업적을 남겼고 존경받는 경영인으로서 기업인 최초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했다.

FIK는 이같은 원대한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고 존경받아온 이동찬 명예회장이 “현장에 꼭 필요한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산업계는 물론 사회에 공헌을 해야 한다”는 신념아래 설립됐고 그 뜻을 기려 ‘사업’ ‘이익’의 목적을 초월해 운영돼 왔다.

고 이동찬 명예회장 ‘기업의 사회공헌’ 신념아래 설립
현장 실무형 인재육성·3000여명 이상 신규인력 배출
R&D연구기관 표방에 동문·졸업생들 큰 충격
삼성 ‘사디’, LF ‘디아프‘ 강화와는 반대로
“유지받들어 존속 발전시켜야 하지 않나” 의견도

코오롱인더스트리 오원선 경영전략본부장은 “패션전문 교육기관이 전무하던 1989년, 패션업계에서 가장 필요했던 실무형 인재양성을 위해 FIK가 설립됐다. 하지만, 2016년을 앞둔 현재 패션산업의 환경에서는 무엇보다 패션R&D 기능이 절실하다는 판단 아래 FIK기능을 전환하게 됐다. 향후 FIK는 산학연계를 통한 미래 패션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R&D 센터로의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배경설명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사실상 기업이 사회공헌만을 목표로 사업성이 없는 교육사업을 지속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을 한다. 현재 각 브랜드사에 배출돼 있는 FIK동문들과 마지막 졸업생들의 마음은 착찹하다.

사실상 FIK가 한차원 업그레이드 된 R&D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변신한다는 발표이전에 동문과 재학생, 졸업생들에게 더 이상 이익을 내지못하는 교육사업을 접어야 하는 안타까운 심경과 미안함을 공유해야 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또한 고인이 된 이동찬 회장의 숭고한 사회공헌에 대한 유지를 지켜가지 못함을 안따까워해야 할 때이다.

이와는 반대현상으로 LF는 후발주자인 DIAF를 인수했고 올해부터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으로 정식 승인을 받아 2~4년제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공격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차별화된 커리큘럼과 운영전략 전반을 새로 짜는가 하면 이탈리아 정통의 특화된 교육기관과의 조인으로 글로벌 인재양성을 선언하고 있다. 더불어 동아TV를 인수하면서 방송콘텐츠를 활용, 패션사업과 시너지를 내고 DIAF를 통해 산학협력도 강화할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삼성역시 SADI를 운영, 미국 파슨스와 제휴하고 세계 유명대회를 휩쓰는 디자이너들을 속속 배출하고 있다. 삼성전자로 이관하면서 ‘삼성그룹의 디자인스쿨’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FIK는 많은 인력을 배출했다. 정승기 LF상무, 박소연 제일모직 크리에이티브디렉터, 김은정 한섬 디자인실장 등 업계의 실력파를 다수 배출한 것이다. 패션산업전반의 이 같은 전문인력 배출로 전체가 발전하고 업그레이드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R&D기관으로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는 한편으로 26년 역사의, 한국패션 전문인력 배출에 앞장서 온 FIK의 교육사업포기는 기업이 이익창출이나 환원이냐의 갈림길에서 명분이 약한 ‘특단의 조치’라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