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기 맞은 2015년 이너웨어 시장 - 리뉴얼·수입 브랜드 도입 등 변화 시동…소비자들 반응은
이너웨어 시장은 외관상 화려해 보이지만 속성은 대표적인 보수의 행태를 띈다. 기업들 역시 변화에 앞장서지 않는다. 시장의 규모 역시 이와 유사한 궤적을 그린다. 2015년 이너웨어 시장은 정체의 시기를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너웨어는 아이템 특성상 대외 변동성에 대한 민감도가 낮지만 올해 극심한 소비위축과 메르스의 영향은 피해갈 수 없었다. 업계 시장 파이는 줄었으나 독특한 기능성, 보정 속옷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 또한,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업체도 있었으나 이 시기를 기회로 보는 듯 다양한 시도를 하는 업체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 브랜드 재정비…업계 반응 ‘미지근’
전통성을 자랑하는 내셔널 브랜드들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가장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백화점, 가두점 중심 유통 채널이 분화됐으며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과 방법 또한 변해 발 빠르게 따라가야 했다. 소비자들은 편집샵, 홈쇼핑, 온라인, 모바일 등을 활용해 이너웨어를 구매하고 이를 활용한 후발 주자들에 내셔널 브랜드들은 맞대응에 나서야 했다. 내셔널 브랜드들은 세를 불리기 위해 브랜드와 전략을 재정비에 나섰다.
국내에 패션 이너웨어라는 혁신을 일으켰던 좋은사람들은 지난 7월 대표 브랜드 ‘예스’를 11년 만에 리뉴얼했다. 브랜드 컨셉과 제품 구성에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 리뉴얼 오픈 매장은 3개월 평균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60% 이상 증가했다. 이와 함께 8월에는 새로운 유통 채널로 언더웨어 컨셉샵 브랜드 ‘먼투선’을 새롭게 런칭했다. ‘데일리 언더웨어’ 컨셉으로 자사 브랜드 중 실용성, 제품경쟁력에 기반을 둔 제품을 엄선해 구성했다. 카페 컨셉의 인테리어로 백화점 내 새로운 복합 공간으로 선보였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먼투선만의 베이직 이너웨어를 출시할 계획이다.
‘에블린’은 한국판 ‘빅토리아 시크릿’을 지향하며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지난 4일 ‘뷰티, 이지, 짐(GYM), 기능’ 라인 확장과 함께 이를 선보이는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명동에 오픈한 것. 11년 만에 브랜드 재정비에 나선 ‘예스’와 업계 최초로 뷰티 라인을 시도한 에블린의 변화에 관심은 뜨거웠지만 업계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다.
이너웨어 업계 관계자는 “예스 리뉴얼 때 품평회를 가서 살펴봤는데 아직도 옛날 패션 이너웨어 느낌이 강했다. 시장에서 원하는 니즈랑 조금 안 맞게 흘러가는 듯했다”며 “‘멀티 코디네이션 언더웨어’라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10대 청소년이 입어야 하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블린도 ‘인테리어, VMD까지 기존 매장과는 전면 달라진 모습이다’라고 했던 관계자 말과는 다르게 기존 매장과 색다른 점은 없었다. 아이템만 추가됐을 뿐이었고 실제로 소비자들도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 수입 브랜드 도입 활발
수입 이너웨어는 2000년도 초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리며 활황이었다. 하지만 국내 정서와 소비자들 사이즈까지 너무 달랐다. 이 후 하향곡선을 그리며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변화된 시장과 소비자들로 하여금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리테일 그룹부터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수입 이너웨어 브랜드들이 활발하게 국내 시장으로 도입됐다.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하던 이너웨어를 국내에서 직접 피팅까지 해 보고 구매할 수 있는 것.
인디텍스 그룹은 오이쇼 코리아(대표 이봉진)를 설립하고 이너웨어 브랜드 ‘오이쇼’를 런칭했다. 가격은 브라 3~7만 원대이며 팬티는 2~3만 원대로 합리적이며 지난 11월 첫 매장을 코엑스에 오픈했다. 내년에는 단독 매장을 가로수길에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프랑스 국민 란제리로 통하는 ‘에탐’도 스타럭스를 통해 국내에 도입됐다. 강남에 국내 1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으며 란제리, 나이트웨어, 스윔웨어, 스포츠웨어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선보였다. 이탈리아 란제리 ‘라펠라’는 명품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지난 7월 청담동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130년 전통의 스위스 명품 이너웨어 ‘한로’도 새로운 베이직 컬렉션인 ‘씨아일랜드코튼’을 선보이며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입 란제리는 최소 5년 이상 유지 돼야 안정화 됐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국내 소비자들이 브랜드 파워에 쏠리는 만큼 컨셉과 타겟을 세분화해 시장에 대응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