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이제 글로벌 시장에 캐시카우는 없다

2015-04-14     김임순 기자

네파가 글로벌 비전 선포식을 겸한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분홍빛 청사진을 밝혔다.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매출이 하향세를 타고 패션 등 관련업종이 불황타개를 위해 글로벌 시장공략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 6일 롯데호텔에서 박창근 네파 대표이사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며 “네파에서 8000억 원, 이젠벅과 네파키즈에서 3000억 원, 해외에서 2000억 원 매출을 각각 올리겠다”는 ‘비전 2020’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위해 디자인 강화 등에 총 29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제품 개발을 위해 영국 런던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하는 한편 프랑스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한다. 이은정 디자이너, 세이지 킴 디자이너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 출신 인재를 영입해 디자인 역량도 강화했다. 서울대 패션디자인 연구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다양한 패션 트렌드 분석, 신소재·신기술 개발 등도 진행한다.

해외시장도 공략한다. 2020년까지 유럽, 중국 등에 500개 네파 매장을 연다는 목표다. 오는 7월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최초로 프랑스 샤모니에 네파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유럽시장 진출 교두보로 삼는다. 올해 중국 현지에서 파트너 기업을 선정하고 협업을 통해 제품 개발·제작,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이같은 작업이 마무리되면 내년에는 베이징과 상하이에 매장을 열고 본격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박 대표는 “네파 광고모델인 전지현이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아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명동, 신촌 등 관광상권 매장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전체의 70%에 달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네파는 지난해 4월, 박창근대표가 취임해 회사를 이끌었지만 매출은 줄어들었다. 성장세가 2014년부터 추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732억 원이던 매출은 0.6% 성장하는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929억 원으로 21.4% 감소했다. 올해 1/4분기 역시 감소세가 이어졌다. 영업이 부진하면서 이월상품은 창고에 쌓여가고 있다.

디자인 강화해 해외시장 공략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가자
매출 답보상태 영업익 큰폭 감소
불황에 역발상 공격경영 큰 관심
사모펀드 투자 네파의 변신은


2013년 1411억원이던 재고자산은 지난해 1881억원으로 전년보다 33% 증가했다. 박 대표는 올 4분기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4분기가 연간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만큼 겨울 시장에 대한 분석을 많이 했다”며 “올 겨울 획기적인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목표달성은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우선 해외시장 공략에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네파는 이미 지난 2013년 중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산둥성 위해시에 첫 매장을 내는 등 오래전부터 중국 시장 진출을 타진해왔지만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올해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파트너사 선정 추진과 2020년까지 500개 매장에서 2000억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정했지만, 쉽지 않은 과제로 보인다.

투자자금의 구체적인 조달 방식도 제시하지 못했다. 네파는 2020년까지 연구개발에 400억원, 매장 리뉴얼에 700억원, 마케팅에 1800억원 등 총 29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자금조달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국내 사업을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벌어들인 이익으로 투자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실속에 비해 몸값이 낮은 기업들을 싸게 사들여 비싸게 파는 것은 사모펀드들의 기본전략이다. 네파같은 피인수기업들이 향후 어떤 과정을 거쳐 다시 매물로 나오게 될 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사모펀드의 경우 재매각을 위한 몸값을 키우기 위해 무리한 경영 전략 카드를 꺼내는 등 수익성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캐시카우는 독 품은 유혹이다. 오늘의 캐시카우(cash cow)가 내일의 시팅덕(sitting duck)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캐시카우는 이제 없다’고 말한다. 캐시카우를 재창조해내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시장이 지속적으로 빠르게 재편되기 때문이다. 사모펀드가 투자한 네파에 관심이 모아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