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독립’ 브랜드, K패션 이끈다
2015 F/W 패션코드, 124개 참여…아이덴티티 뽐내
박윤정·이도이, 이청청, 감선주, 박윤희, 김수진 등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비롯해 국내외 124개 독립 브랜드가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린 ‘2015 FW 패션코드’를 통해 선보였다. 디자이너와 독립 브랜드의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이번 행사는 실질 바잉을 위한 기업간 전자상거래(B2B)에 치중했다. 전시기간 중 자신만의 아이텐티티로 국내 유통시장과 더 나아가 K 패션 시장을 공략하는 브랜드를 재조명해본다.
■ 킨더살몬 박민선 디자이너
자연스러운 멋을 살리다
한창 트렌드인 ‘놈코어 룩’에 적합한 브랜드가 ‘킨더살몬’이 아닐까싶다. 편안함을 원칙으로 노력해서 부린 멋이 아닌 자연스러운 멋을 디자인한다. 패션코드 두 번째 참가 경험으로 바로 오더가 가능한 2015 S/S를 주력 제품으로 참가했다. 싱가폴, 중국, 이태리 등의 바이어들과 매칭 중. 글귀가 새겨진 레터링 티셔츠, 셔츠 밑에 니트를 배색으로 편직물이 섞인 제품이 해외 및 국내 바이어를 사로잡았다.
매 시즌 ‘킨더살몬’만의 색깔이 담긴 컨셉과 스타일을 선보이려 노력하는 박민선 디자이너는 “이미지를 전달하거나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용도의 제한을 줄여 다양한 코디가 가능한 자유로움을 디자인 하고 싶다”며 “이번 참가를 계기로 대만, 싱가폴 쪽으로 유통망을 확장하려고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 씨앤코, 고은주·최보윤 디자이너
디테일로 기억하다
뉴욕에서 니트를 전공한 고은주, 최보윤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주요 소재는 90%가 국내 다이마루 저지와 니트이다. 완벽한 핏을 기본으로 베이직 아이템을 선보이는 ‘씨앤코’는 2012년 9월 런칭 초반부터 업사이드 다운, 인사이드 아웃을 적용한 아이템을 매 시즌 한 두제품씩 선보였다.
두 디자이너는 작년 전국의 팝업 스토어를 직접 발로 뛰며 판매를 경험. 고객들은 소재에서 오는 편안함과 작은 디테일로 ‘씨앤코’를 기억해 줬다. 이번 시즌부터 고객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해 이지웨어에서 오는 편안함과 독특한 디테일의 비중을 늘렸다.
“이번 패션코드에서 뒷부분의 드레이퍼리 효과와 안쪽 레이스 마감이 적용된 가디건 반응이 좋았다”며 “3월 패션위크를 준비하며 아시아권 유통망 확장, 해외 쇼룸 오픈 등 활발한 활동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 소울팟스튜디오 김수진 디자이너
옷에 이야기를 담다, 소울팟스튜디오
‘소울팟스튜디오’는 말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누군가 먼저 옷을 향해 다가가지 않아도 구구절절 사연을 쏟아내는, ‘소울팟스튜디오’는 각 제품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지닌 채 ‘옷=옷’이 아닌 ‘옷=또 하나의 나’ 라는 아이덴티티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브랜드다. 2009년 서울패션위크로 데뷔한 김수진 디자이너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수많은 사연이 존재했듯이 각 시즌마다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패션쇼 테마와 의상을 맞춰갔다.
그 중 재개발이라는 주제와 서울에서 살아가지만 서울에서 태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한데 모아 공개쇼로 선보인 서울시리즈는 단순히 옷을 구매시키기 위한 쇼가 아닌 공동의 가치를 향유하는 문화적 패션쇼로 발돋움 했다. 그래서 일까. ‘소울팟스튜디오’의 옷은 모두 훔쳐가고 싶을 정도로 예뻤다. 진부할지는 몰라도 꼭 예쁘다라는 말을 붙여주고 싶었다.
■ 드레브, 박은빛 디자이너
도시적 우아함을 보여주다, 드레브
‘드레브’의 프리플로우 쇼를 가득 채운 블랙앤 화이트 의상들은 박은빛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브랜드 컨셉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깔끔한 디자인에 소소한 디테일과 여성스러운 드레이핑으로 도시적인 우아함이 돋보였다. ‘드레브’는 높은 가격대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최고급 소재를 사용하지만 합리적인 가격대를 선보인다.
박은빛 디자이너는 “여성들이 ‘드레브’ 제품을 입었을 때 어느 곳에서나 우아하고 당당한 모습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30대 후반까지 타겟을 설정해 놓은 ‘드레브’는 다음 시즌부터 좀 더 다양한 연령대를 만나기 위해 세컨 브랜드를 런칭한다. 또한 파리 편집샵 입점을 계획하고 있어 해외에서의 활동도 기대를 모은다.
■ 안티매터, 김지웅 디자이너
안티매터의 진가, 해외에서 통했다
패션코드 행사 내내 해외 바이어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안티매터’는 작년 2월 첫 런칭해 세번째 시즌을 전개하고 있는 남성복브랜드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이라는 여러 흥미로운 뜻을 지닌 ‘안티매터’는 매시즌 하나의 주제로 독특한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얼마 전엔 세계적인 패션매체 ‘HYPEBEAST’가 뽑은 ‘2015년 주목해야할 브랜드 탑 10’에 ‘트레비앙’, ‘오프화이트’등 해외 유명 패션브랜드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예술적 감성과 기존 스트리트웨어를 재해석하며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온 ‘안티매터’만의 매력이 세계로 통한 것이다.
‘안티매터’의 김지웅 디자이너는 “이번 패션코드 참가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기뻐요. 해외 바이어와의 수주도 발생해 매우 만족합니다”라며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를 모았다. ‘안티매터’는 이달 중 2015SS 룩북을 공개한 뒤 3월 프레젠테이션을 치룰 예정이다.
■ 소윙바운더리스, 하동호 디자이너
말을 건네는 옷 ‘소윙바운더리스’
‘소윙바운더리스’는 스토리를 담아가는 브랜드다. 패브릭 디자인을 전공한 하동호 디자이너는 매 시즌 자신의 스토리를 패브릭에 담았다. 15년 S/S는 ‘I hate cherry blossoms’ 라는 주제로 벚꽃을 보러가고 싶지만 혼자라서 가지 못하는 외로움을 표현했다. F/W는 ‘Do you remember?’ 이라는 주제와 연탄이라는 소재로 추억이 서려있는 스토리를 담아냈다. 연탄의 색이 변하는 과정과 연탄 속 도트 무늬를 사용한 모습에서 하동호 디자이너의 재치를 발견할 수 있다.
천연소재를 고집하는 하동호 디자이너는 자신이 개발한 네오플랜을 사용하며 소재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소윙바운더리스’는 특정 타겟층을 없애고 모두가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브랜드 라인을 확장 시켜 나갈 계획이다.
■ 마누엘, 서광준 디자이너
‘평생 입을 수 있는 명품’
소재부터 부자재까지 최고급만을 사용한다는 ‘마누엘’의 서광준 디자이너. “평생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며 “전체적인 룩에 ‘마누엘’의 색깔을 담고 소재와 작은 부자재
지도 하이 퀄리티를 지향한다”고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을 들어냈다.
‘마누엘’은 하이엔드 데일리 웨어를 모토로 로로피아나, 헤리스트위드 같은 유명 원단 업체와 아사히퍼스너 지퍼 업체 등 소재부터 디테일까지 퀄리티를 놓치지 않는 디럭스 라인과 다이마루 제품 위주의 합리적인 가격이 특징인 갤러리 라인으로 구성됐다. 이번 패션코드 플로우 쇼에서 29일, 30일에 걸쳐 디럭스 라인 총 8착장을 선보였다.
주력 상품인 레더의 지퍼 디테일이 눈길을 끌었으며 서광준 디자이너의 진중하고 깊이 있는 디자인이 쇼에서 빛을 발휘했다. 해외 유통망 발굴과 함께 3월 서울 컬렉션을 준비 중인 ‘마누엘’의 행보가 기대되는 쇼였다.
■ 얼킨, 이성동 디자이너
버려진 습작 패션으로 재탄생
잡화 ‘얼킨(ul:kin)’은 아티스틱 업사이클링 패션브랜드다. ‘얼킨’은 신진 작가나 학생들의 모든 버려지는 습작을 모아 아트 가방으로 만든다. 얼킨의 수익금 중 일부는 분기별로 신진 작가 전시와 재능 순환 기금으로 쓴다.
이성동 디자이너는 “작가들에게서 버려지는 작품이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으로 다시 만들어지면서 오리지널리티를 담았다”며 “캔버스 위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 예술과 제품의 간극을 줄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킨을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 더 많은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얼킨은 이대 쇼룸과 롯데백화점과 A랜드 등의 편집매장에서 살 수 있다.
■ 워언, 이현규 디자이너
프린팅기법 개성 드러내
잡화 ‘워언(WORN)’는 관찰자로서 사물의 자연현상이나 추상적인 이미지를 관찰해 가방에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2015FW컬렉션은 ‘흐름’을 컨셉으로 죽어가는 나무나 녹슨금속 및 사물의 균열 등을 표현했다. 코튼폴리 소재에 프린팅하는 기법은 가방마다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현재 이 프린팅기법은 발명특허 출원 준비 중이다.
이현규 디자이너는 비오는 날 우연히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비에서 착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워언은 고딕 이미지로 인해 서양권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앞으로 다양한 색깔도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 승미킴 디자이너
면 강조 모던에 아트 페인팅
“매 시즌마다 명확한 컨셉을 가지고 스토리를 전개하는 컬렉션으로 소비자를 만나겠다”
승미킴(SEUNGMI KIM)은 면을 이용한 블랙 앤 화이트의 메탈리쉬한 포인트컬러로 한 컨템포러리 럭셔리 신발 브랜드다.
김승미 디자이너는 A/W 2013~14 런던에서 비공식적인 승미킴 컬렉션을 열었고 비슷한 시기에 서울에서는 2014년 서울패션위크를 참여하면서 런칭했다. 이번 패션코드에 나온 제품은 1960년대 모던니즘에 아트 페인팅을 결합했다.
그는 이전에는 선을 이용해 신발을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면으로 풀었다. 소재는 블랙 앤 화이트로 메탈리쉬한 포인트 컬러다. 뒤 굽에 무거움이 느껴지는 각진 굽을 표현해 모던을 강조했다. 현재 서울 가로수를 비롯 부산 센텀에 위치한 주요 로드숍에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와 아시아를 비롯한 유럽과 아메리카 등의 진출이 목표다.
■ 리즈테일, 유정은 디자이너
유니크한 에나멜 슈즈
‘리즈테일’(Liz’s Tail)의 유정은 디자이너는 슈즈 하나 하나에 패션 트렌드를 담는다. ‘리즈테일’은 명쾌한 컬러와 유니크함으로 디자인한다. 이번 2015FW컬렉션은 카이라(Kahira)시리즈다. 카이라는 ‘성공’이라는 이집트어다. 시크하면서 블링블링한 에나멜에 크림 소가죽으로 포인트를 줬다. 시스룩스타일과 탈부축 가능한 태슬이 특징이다.
‘리즈테일’은 디자이너 엘리자베스 유(Elizabeth You)의 이름과 꼬리라는 뜻의 ‘Tail’이 합쳐진 말이다. ‘리즈테일’은 리즈테일은 “꼬리”라는 단어를 ‘자신감 넘치고 진취적인 여성의 당당함’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롯데백화점, 두타몰 등에 입점해 있다. 그는 “롯데백화점 누셀렉샵 입점 이외에도 국내외 유통망을 넓히고자 참여했다”며 “앞으로 운동화도 런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동취재=정정숙 기자 jjs@adj360.com
/이원형 기자 stam77@adj36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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