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I. 대구·경북 주력 수출 품목 결산 및 전망 - 꽁꽁 얼어붙은 엄동설한 “올해 더 어려워진다”
저가 물량 공세 중국산에 KO 완패…위기 의식 팽배
직기는 돌고 있지만 돈은 안 되고, 재고는 쌓여만 가고…화섬 원사와 임사가공 업계는 전년 대비 50%대까지 물량이 추락하는 그야말로 엄동설한을 보내야 했다. 게다가 면직물류와 화섬직물류, 니트류 등 중국산의 무차별적인 생지 유입으로 대구산지 대표 품목군들이 사면초가에 빠져버린 한 해였다.
물량과 저가 공세로 포문을 연 중국은 글로벌 시장 선점을 향해 국내산과 한판 대결을 불사했다. 결과는 국산류가 KO 패 일보 직전까지 도달했다. 11월말 현재 대구경북 섬유업계는 싼 값이라도 살 사람만 있으면 판다는 생각이 만연하다. 자금 회전이 곧 동맥을 트는 이치여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내밀어보지만 이마저도 살 사람이 없어 아예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 돼버렸다. 심지어 중국 수입산보다 싼값에 저울질한 사례도 간혹 나타났지만 역시 수요시장은 엄동설한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8~9월경 이후부터 점차 탄력을 받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아예 시장이 패닉 상태에 접어들 만큼 수급이 어려운 형국이 돼버렸다. 그런데도 무역협회 자료는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가공한 10월 누계 직물류 수출과 섬유 수출 실적에서 각각 전년 대비 1%, 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경기 흐름과 상반된 결과가 아닐 수 없다는 업계 반응이 당연히 이어졌다. 대구 지역 대표 기업 절대 다수가 그런 반응이다. 지난 중반기가 살얼음 판이었다면 연말은 엄동설한으로 급변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특히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경기회복보다 오히려 침체경기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는 업계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자칫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동사하는 기업들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구염색공단 126개 입주업체 중 전년 대비 매출액과 가동률에서 보합세 이상의 실적을 거두고 있는 기업은 7~8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예상을 크게 뒷받침 해주고 있다. 준비, 제직, 염색에 이르는 전 스트림이 이 같은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ITY싱글스판 니트류와 폴리에스터 강연 감량직물 업계의 고민이 말이 아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가장 심한 품목들이어서 자칫 고사 할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지역 섬유 130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동향 및 전망분석에서도 여과 없이 나타났다.
지난 9~10월 중 매출실적 관련, 체감지수가 내수와 수출에서 각각 73.8, 73.1로 나타났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각각 65.3, 69.5로 나타나 9~10월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지역섬유 및 염색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지역 간판 수출 품목군인 폴리에스터 직물과 복합교직물, ITY싱글스판 니트직물 등 3개 품목을 선별, 결산과 전망을 해본다. 나일론 직물과 면직물은 각각 금액이 적고 수입 생지가 범람한 관계로 생략하기로 한다.
■ 복합 교직물
국내 직물류중 생태계의 중심에 서있는 대표 주자격인 복합교직물이다. 하지만 체면을 구긴 한 해였다. 수출 금액(5430만불)이 전년 동기 대비 16.2% 추락한데 이어 평균단가 역시 kg당 6.62불로 전년 대비 7%나 추락했다. 수량도 8810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9% 감소했다.
이는 전국 실적과도 크게 대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복합교직물은 같은 기간 중 금액이 14.3% 증가한데 이어 평균단가도 1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지역만의 이 같은 고통은 내수경기 침체에다 수출시장까지 얼어붙은데 따른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 간판기업들은 비교적 선전했다. 서진텍스타일과 해원통상, 앤디아이 등이 보합세 또는 소폭 신장세를 보인데 이어 현대화섬, 명신, 신원 등 간판기업들이 비교적 선방한 가운데 전년 대비 10~15%대 감소한 실적으로 한해를 마감했다. 대구섬유마케팅센터(DMC)와 한국섬유마케팅센터(KTC)가 내수와 수출시장에서 선방한 것도 복합 및 교직물의 역할이 컸다.
DMC는 11월 현재 전체 지원금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 증가한 200억 원을 기록했다. 화섬복합 및 교직물 부문에서도 공급 증가에 이어 평균단가 역시 끌어올린 실적을 보였다. 철저한 시장분석과 1:1 맞춤형 수주상담건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수주를 주도한 품목은 다양한 조직직물, 교직물, 자카드 교직, 팬시아이템 등이다.
한국섬유마케팅센터(KTC)는 연말까지 누계 수출지원 금액이 4720만불에 이를 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5% 이상 신장한 금액으로 업계 수출 지원사업에서 여전히 두각을 보였다.
KTC 김홍기 본부장은 “기업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지만 KTC는 각종 세계적 전시회 참가를 통해 신규 바이어를 발굴해 왔고 맞춤형 제품 출시를 통해 불경기 속에서도 신장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수출 증가 배경을 밝혔다. 그는 “신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서 수출금액이 증가할 수 있도록 입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폴리에스터 직물
비교적 선방한 한 해였다. 10월 누계 실적에서 6억2590만 불을 수출, 전면 같은 기간에 비해 1.2% 증가하는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단가에서는 침체 경기를 이겨내지 못한 채 전년 대비 3.3% 하락한 10.12달러(kg)를 보였다.
이 같은 단가 하락세 현상은 8월 이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수출 증가는 베트남, 아랍연합, 인도네시아로의 수출이 증가한데 따른 결과다. 그러나 거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시장으로의 수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에스터 직물은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비교적 선방한 반면 내수 시장은 엄동설한 그 자체였다. 이에 따라 내수 위주의 폴리에스터 직물 업체는 혹독한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내수 공급 실적은 정확한 집계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구지역 대표 기업들은 전년 대비 40% 전후대의 반 토막에 준하는 감소세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가 중국산 수입 생지 유입이 본격화 된 가운데 국내산과 한판 기싸움을 벌여 오히려 국산이 중국산보다 더 싼 가격을 제시하는 등 웃지 못할 헤프닝도 발생한 한 해였다.
단가에서도 2년 전 가격 기준, 절반까지 추락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야드 당 800원을 호가했던 쉬폰 생지 가격이 400원대로 추락한데 이어 1600원 가격을 유지했던 아문젠 역시 800원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해야했다.
지역 대표 기업인 Y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의 기싸움 틈바구니에서도 수출량은 비교적 선방한 한해였다. 하지만 단가 추락세는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내려와 향후 행보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폴리에스터 직물은 불경기 속에서도 직기를 가동하기 위해 생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얘기다. 그 결과 쌓여가는 재고는 자금 압박을 초래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원가 또는 그 이하 단가로 처분하는 사례가 빈번이 나타났다.
그러나 중동으로 가는 블랙과 화이트 직물은 현지 시장에서의 한국산 인지도와 신뢰도에 따라 명암이 크게 엇갈린 한 해였다. 대표적 간판 기업인 을화와 성광 등은 전년 대비 강보합세를 기록하는 등 비교적 선전한 한해였다. 그러나 후발기업 및 소규모기업들은 20~30%대까지 물량이 감소한 경우가 허다했다. 평균 단가 역시 일반 폴리에스터직물과 유사한 보조를 맞추며 추락세를 감수해야만 했다.
■ ITY싱글스판 니트류
폴리에스터 강연 감량 직물과 ITY싱글스판 니트류는 ‘같이 간다’는 속설을 여과없이 보여준 한해였다. 니트류 역시 폴리에스터 직물과 유사한 실적을 보였다. 수출금액은 같은 기간 중 3억770만 불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 증가했다. 하지만 평균 단가에서는 전년 대비 4%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감내해야했다.
kg당 평균 단가는 5.04불. 2011년 전성기 막바지 가격(5.68불)대비 12%나 떨어진 가격이다. 싼 가격이라도 창고를 비워야하는 수출 기업들의 아픔을 읽을 수 있는 한해였다. 특히 염료 가격이 폭등한데 따른 원가부담까지 겹쳐 이 같은 단가 추락세에 관련 수출업계는 채산성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염색가공 업계는 오더 기근에다 단가까지 하락 압력에 시달려 온데다 염·조제 가격도 폭등 수준으로 치솟아 채산성과 가동률에서 매우 어려운 한해를 보내야만 했다. 동종 업계의 평균 가동율은 60~70% 수준에 머무른 가운데 채산성 확보에 비상등이 커졌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시장만이 비교적 선방했을 뿐 터키를 비롯한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수량이 10~20%까지 감소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ITY싱글스판 니트 품목 국내 대표기업인 K사의 한 임원은 “연말 현재 니트 경기를 바닥권 수준으로 보고 있다. 신년에도 추세는 살아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차별성이 희석된 데다 점차 수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상으로 보아 평균 수출 단가 역시 회복되기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그는 10월 누계 니트류 수출 집계 실적에서 전년 대비 1.4% 증가한 결과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최소 20%대 전후의 수량 감소가 불가피한 한 해였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