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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SPA… “상반기 수출·패션 뿌리째 흔들었다”

2014-06-30     전상열 기자

수출, 마지노선 1050원 붕괴…수출할수록 적자
패션, 품질무장 가격파괴 SPA…시장 지형도 바꿔

섬유산업 양 축 기댈 둔덕 사라져

치솟는 원화가치 상승 때문에 수출업체는 손 놓고 마진 유린에 울어야 했다. 봄 경기에 목을 맸던 패션업체는 세월호 참사와 글로벌 SPA 브랜드 발호에 멘붕 상태에 빠졌다. 상반기 섬유·패션 경기가 큰 악재를 이겨내지 못한 채 막을 내리려 한다. 섬유산업의 양 축 수출과 패션이 동시에 뿌리째 흔들리는 순간을 맞았다.

오늘은 올 상반기 마지막 날(6월30일)이다. 연초 큰 성장의 꿈을 부풀렸던 청마의 비상은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다. 악재가 유독 섬유·패션산업에 덮친 것만은 아니지만 경기가 정점에 있을 때 반짝 경기를 누리다 침체기에 들어가면 맨 먼저 소비가 감소하는 산업의 속성상 그 상흔은 크기만 하다. 올 상반기 섬유·패션 경기는 한마디로 울고 싶은 데 빰 때려 준 그 짝이다.

올 섬유류 수출은 4월 말 기준 전년대비 3.1% 증가한 51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날 환율은 달러당 1032원을 나타냈다. 1년 전 환율 1104.50원보다 무려 71.50원 떨어진 6.5% 하락이었다. 수출증가율보다 배가 넘는 환율하락세 때문에 대부분 섬유수출업체가 채산성을 깎아냈다는 아우성이 빗발친다.

불행스럽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기는 수출증가율에 뛰는 환율하락세는 갈수록 보폭을 더 넓힌다. 업계는 섬유수출 마지노 선 환율을 1050원으로 보고 있다. 환율이 1050원 이하로 떨어지면 수출 족족 적자라는 뜻이다. 달러당 1050원 대가 붕괴된 날은 지난 4월9일이다. 이날부터 섬유수출업체는 근 50일 이상 적자수출에 매달려온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자가 기사를 마감하던 6월27일 오전 11시 28분 환율은 장중 연저점을 돌파했다. 달러당 1014.2원이었다. 경상수지 흑자가 28개월 연속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 치솟기만 하는 원화가치 강세는 섬유수출업체엔 극약이나 다를 바 없다. 업체별 경쟁력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 환율에 견딜 섬유업체 찾기는 쉽지가 않다.

당장 올 수출목표 달성 또한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마디로 수출을 늘릴수록 적자폭만 더 키운다는 이야기다. 발 빠른 섬유업체는 일찌감치 올 수출목표 하향조정에 들어갔다. 대부분 바이어가 오더를 앞세워 수출가격을 깎아내기만 하는 데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가격 조정협상은 꿈조차 꾸지 못한다.

떨어지는 환율에 채산성은 바닥을 뚫었다. 섬유업체마다 적자로 돌아섰다며 한숨으로 넘쳐난다. 이제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수출은 감당할 수조차 없다. 하반기 섬유수출 전선에 드리우는 어두운 그림자다.

패션의 상반기 성적표는 더 초라할 것 같다. 패션경기는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을 받아 살얼음판을 걸었지만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꽁꽁 얼어붙으려 한다. 그나마 잘 나간다는 아웃도어마저 전년대비 매출이 10%이상 줄었다는 게 정설이 될 정도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자라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브랜드가 국내 의류시장 지형도를 바꿔 놓았다. 이제 SPA 브랜드 매출신장세는 토종 브랜드 몰락의 바로미터라 부른다. 값만 비싼 토종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이 소비자에 더 이상 먹히지 않는 탓이다.

특히 캐주얼 여성복 업계는 거의 초비상 사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SPA 브랜드가 전략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면서 이제 토종 브랜드는 낭떠러지 끝으로 몰렸다는 지적이 다반사다. 생산과 유통에서 과감한 혁신과 품질로 무장한 가격파괴가 뒷받침 되지 않는 한 퇴조의 길만 밟는다는 이야기다. 브랜드마다 생존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는 이유다.

여기에 변덕스러운 날씨마저 한몫 거들었다. 브랜드마다 간절기 상품 대부분이 재고로 넘어갔다. 봄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봄 수요를 겨냥한 패션업체의 마케팅 전략은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브랜드마다 판매부진에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그 여파는 브라질 월드컵 특수마저 잠재우는 데 충분했다. 수출은 환율에, 패션은 글로벌 SPA 브랜드 발호에 한국섬유산업의 양축이 이제 기댈 둔덕마저 사라지려하는 상황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