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잡화 업계, 팝업스토어 전쟁 돌입
짧고 굵게 ‘신출귀몰’ 소비자 뇌리에 각인
작년부터 시작된 팝업스토어의 열풍은 올 들어 더 거세지고 있다. 원래 팝업매장을 주도한 곳은 화장품 업계이나 최근 잡화업계의 팝업 스토어가 경쟁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솔트앤초콜릿’, ‘블랙마틴싯봉’, ‘뽀빠파리’, ‘스티브매든’ 등 슈즈 브랜드를 비롯해 ‘메트로시티’, ‘레스포삭’, ‘쌤소나이트 레드’, ‘아가타파리’ 등의 잡화브랜드들도 올 초부터 활발한 팝업활동을 펼쳤다.
팝업스토어란 짧은 기간 운영하는 ‘임시매장’을 뜻한다. 인터넷 웹페이지에서 떴다 사라지는 ‘팝업창’과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몇 개월씩 문을 연다. 무엇보다 올해는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유통업체들이 팝업 스토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동반 성장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중소 업체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적은 비용으로 소비자 반응을 파악할 수 있고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단시간에 집중시킴으로써 높은 효율을 추구할 수 있다.
엠티콜렉션(대표 양지해)의 ‘메트로시티’는 올 초, 두 달 동안 ‘잇츠 메트로시티’라는 타이틀 아래 신세계 백화점 인천점, 롯데 백화점 본점, 잠실점, 영등포점, AK수원점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기존 매장과 다른 인테리어 컨셉, 시즌 컬렉션 및 꾸띄르 제품 전시, 다양한 할인 이벤트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스타럭스(대표 박상배)가 전개하는 ‘레스포색’은 올해 40주년을 맞아 강남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레스포색’을 돌아보는 의미에서 40주년 컬렉션, ‘베니피트’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 기존에 없었던 시그니처 컬렉션 등 ‘레스포색’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꾸며졌다.
‘아가타파리’도 신세계 백화점 영등포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 중이다. 당초, 45일간 운영하기로 했으나 반응이 좋아 팝업 기간을 늘렸다. 주력 라인이었던 주얼리 뿐 아니라 올 해 첫 출시된 플랫슈즈, 백까지 새로운 컬렉션들을 대거 선보였다.
‘아가타파리’ 관계자는 “팝업스토어 운영은 아가타파리의 보다 다양해진 주얼리를 소개하고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아가타파리’ 팝업스토어 직원 이태경, 지상은 씨는 “올해 새롭게 나온 아가타 파리의 소가죽, 양가죽 플랫슈즈는 주말에 매출비중 60%를 차지할 정도로 2,30대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고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매장이 위치해 팝업효과를 확실히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뽀빠파리’도 올 봄, 강남 로드샵을 1차로 삼청동 로드샵, 롯데 백화점 잠실점 및 본점, 세트럴시티 슈즈마켓까지 팝업스토어 유통망을 점차 확장했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덧신, 슈즈장식, 에코백 등 다양한 사은품 증정행사도 마련했다. 특히 ‘뽀빠파리’ 강남 팝업스토어는 매출이 좋아 당초 예정한 기한보다 연장운영 되기도 했다.
반면, 단 하루, 최단기 팝업스토어가 종종 개최되기도 한다. 쌤소나이트코리아(대표 최원식)의 ‘쌤소나이트 레드’는 지난 달 연세대 축제현장에서 원데이 팝업스튜디오를 진행했다. 신제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축제현장을 찾은 이들에게 파파라치 컷을 찍을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한 것.
‘쌤소나이트 레드’ 김희정 마케팅 이사는 “젊음의 열기가 가득한 대학축제 현장에서 직접 소비자들을 만나고, 이벤트를 통해 추억을 선물하고자 캠퍼스 팝업 스튜디오를 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단 하루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축제라는 점, 그들 대부분이 20대 대학생들이라는 점을 고려해 타겟에 맞는 집중적 제품 홍보가 이뤄질 수 있었다.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팝업 행사도 활발하다. 지알아이코리아(대표 다이아나 강)가 전개하는 뉴욕 슈즈 브랜드 ‘스티브 매든’은 ‘그릴파이브타코’ 홍대점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젊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펑키한 디자인으로 2030 여성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는 ‘스티브 매든’은 이번 팝업 스토어를 통해 SNS 해쉬 태그 이벤트, DJ 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친다. 팝업스토어는 내달 6일까지 3주간 진행되며 고객들에게 젤리슈즈, 팔찌 등 다양한 경품도 증정한다.
‘스티브 매든’ 관계자는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은 대학교 방학과 본격적 여름휴가시즌에 맞춰 기획된 것”이라며 “젊은이들의 큰 관심사인 SNS와 DJ파티를 활용한 문화마케팅으로 색다른 팝업스토어를 선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패션업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팝업스토어들은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볼거리’가 되고 있다. 기존 매장과는 다른 컨셉과 상품구성, 경품 이벤트, 할인 혜택 및 다양한 문화마케팅 등이 소비자들에게는 팝업스토어에서만 누릴 수 있는 갖가지 ‘특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수치만큼 자칫 팝업스토어 원래 의미가 퇴색되거나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존재한다. 신출귀몰하는 게릴라성 팝업이 남발하면 팝업스토어의 이미지도 고갈된다는 것이다. 팝업스토어가 소비자와 브랜드, 모두가 WIN-WIN 할 수 전략으로 유지되려면 패션 브랜드들의 보다 확실하고 독특한 컨셉, 내실있는 프로그램 및 운영이 필요하다.